[사설] ‘낙태법’ 아닌 ‘생명존중법’ 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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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예수님이 이 땅에 강림하신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기해 거리 곳곳에서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외침이 울려 퍼지고 있다. 에스더운동의 ‘러브라이프’ 캠페인을 비롯해 12월 초부터 국회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낙태 반대 목회자 1인 시위는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정치권과 사회를 향해 울리는 경종이다.

성탄절을 앞두고 온화하던 기온이 갑자기 영하 12도 아래로 뚝 떨어지는 강추위가 전국에 몰아닥쳤다. 하지만 도심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의 가슴에 스며든 아기 예수 탄생, 생명 존중 메시지가 꽁꽁 언 가슴을 따뜻하게 녹였다.

지난 24일 성탄절 전날에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러브 라이프(Love Life) 거리생명운동’ 캠페인이 펼쳐졌다. 에스더기도운동이 지난 2020년부터 매년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진행해온 이 캠페인은 대한민국이 ‘낙태공화국’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알리는 사회적 경종의 의미를 담고 있다.

거리 캠페인에 나선 100여 명의 참가자들은 함께 찬양을 부른 후 시민들에게 성탄카드와 선물을 나눠줬다. 또 “예수님도 2천 년 전에 태아로 오셨습니다. 태아의 생명을 지켜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강남역에서 신논현역까지 걸으며 거리 퍼레이드를 전개했다.

이들이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전한 ‘생명 존중’ 크리스마스 카드에는 모태 속에 태아 예수님의 이미지가 담겼다. 그 아래에 “예수님도 이천 년 전 이 땅에 태아로 오셨습니다”라는 문구도 새겨졌다. 에스더기도운동 측은 성탄절을 맞아 아기로 태어나기 전에 태아로 오신 예수님을 보여줌으로써 태아의 생명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존재인지를 인식시키기 위함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러브 라이프’ 거리 캠페인에 앞서 에스더기도운동은 올해도 성탄카드 1만 장과 성탄엽서 3만 장을 제작해 전국에 배부했다. 캠페인에 동참한 회원들이 대통령과 국무총리, 법무부장관, 여성부장관, 국회의원 300명, 헌법재판관, 대법관 등 공직자들에 낙태법 개정안과 관련한 자필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또 지난 19일엔, 10대 일간지에 “예수님은 2천 년 전 우리에게 태아로 오셨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태아로 오신 예수님을 상징하는 이미지의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

‘약물 낙태 허용’과 ‘무제한 낙태’를 포함한 모자보건법 개정 시도에 반대의 뜻을 밝히려 직접 거리에 나선 목회자들도 있다. 원성웅 전 서울연회 감독은 지난 3일 “목회자로서 만삭 낙태 합법화 시도를 방치할 수 없다”며 국회 앞 1인 시위에 나섰다. 원 목사는 “태아는 6주면 심장박동이 들리고 10주가 되면 사람의 형태를 갖추며, 22주에는 조산해도 생존이 가능하다”며 “이런 태아의 생명을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명분으로 제거하는 것은 살인행위이자 인륜 파괴”라고 주장했다.

지난 17일엔 군목 출신인 신용백 목사가 국회 6문 앞에서 열린 1인 시위에 동참했다. 신 목사는 시위 현장에서 “낙태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며, 다음 세대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라며 낙태 천국으로 변해가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강하게 질타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엔 임재웅 목사(신촌감리교회)가 같은 장소에서 1인 시위에 동참했다. 임 목사는 요한복음 10장의 말씀을 언급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은 영혼 구원에 국한되지 않고 이 땅의 생명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드러낸 것”이라며 “신앙인은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 사명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이 진행하는 낙태 반대 1인 시위는 최근 민주당 남인순·이수진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낙태약 합법화 법안을 정조준하고 있다. 내년 1월 초에 시작할 형법 개정 촉구 국민 5만 명 청원에 앞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국민의 생명을 해치는 법안을 발의한 것에 항의하는 뜻에서 시위 장소도 국회 앞으로 정한 것이다.

해당 법안은 교계와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로 아직 소관 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나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언제든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먹는 낙태약’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 추진하려다 교계와 여성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만큼 향후 여론의 추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계는 태아의 생명을 죽이는 낙태약 도입 합법화 추진에 강한 불신과 거부감을 드러내 왔다.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 측은 이와 관련해 “형법을 개정하지 않은 채 모자보건법만 개정해 약물 낙태를 허용하는 방식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는 생명 보호에 대한 형사법적 기준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를 폐지 판결에서 제시한 취지와 조건에 전혀 부합하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교계에서 확산하는 생명 존중운동은 하나님이 부여하신 태아의 생명권과 인권을 보호하고, 임신 초기부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적·법적·교육적 노력의 일환이다. 단순한 도덕적 가치에 그치지 않고, 제도와 교육, 시민운동 등 다양한 차원에서 실현되고 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건 헌재가 2020년 12월 31일까지 마련하라고 요구한 대체입법 마련이다. 국회가 낙태 조장에 힘을 쏟을 게 아니라 생명존중법, ‘태아 3법’을 특별법으로 제정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것이 헌법이 정부와 입법기관에 부여한 중차대한 책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