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들어서며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시 주목받는 심리 도구가 바로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이다. MBTI는 원래 2차 세계대전 당시 사람의 적성을 파악해 직업 배치에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심리 유형 검사로, 융의 심리유형 이론을 토대로 발전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MBTI는 직장, 가정, 교회, 학교 등 거의 모든 생활 영역에서 대화의 화두가 되고 있으며, 심지어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MBTI의 핵심은 인간의 성격을 에너지 방향(E–I), 정보 수집(S–N), 의사 결정(T–F), 생활 방식(J–P)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나누어 이해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 조합을 통해 총 16가지 성격 유형이 도출되는데, 사람들은 이 유형을 통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보다 명확히 이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고요한 공간에서 생각을 정리할 때 힘을 얻는 내향형(I)일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은 사람들과의 활발한 소통 속에서 에너지가 생기는 외향형(E)일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단순히 “이해할 수 없는 성격”으로 치부하지 않고, 서로 다른 사고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MBTI가 널리 확산된 이유 중 하나는 자기 성찰의 도구로서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왜 이런 반응을 보였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MBTI는 간단하면서도 명확한 지도를 제공한다. 특히 청년 세대는 MBTI를 통해 자신의 특징을 발견하고, 타인과의 관계 방식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너 MBTI 뭐야?”라는 질문이 인사말처럼 사용되는 사회적 풍경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러나 MBTI의 확산이 언제나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MBTI 유형을 절대적인 성격 규정이나 운명적 틀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위험하다. 인간의 성격은 유동적이고 다층적이며, 상황과 경험에 따라 변화한다. MBTI는 인간 심리 전체를 설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단지 성향을 이해하는 하나의 ‘창문’일 뿐이다. 어떤 유형이 더 우월하거나 열등한 것이 아니며, 유형은 절대적 판단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일부 사람들은 MBTI를 일종의 ‘라벨링’ 도구처럼 사용하여 타인을 단정하거나 배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MBTI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
그럼에도 MBTI가 현대 사회에서 가지는 긍정적 가치는 분명하다. MBTI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고유한 강점을 발견하게 하고, 타인과의 차이를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도록 돕는다. 특히 교회 공동체와 조직 현장에서 MBTI는 지도자와 구성원의 소통 방식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J 유형과 유연하고 즉흥적인 P 유형은 사역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를 인지하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서로의 장점이 빛날 수 있는 협력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또한 MBTI는 상담과 코칭 영역에서도 의미 있게 활용된다. 자신의 감정과 사고 패턴을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MBTI는 무엇이 자신을 힘들게 하고, 무엇이 자기를 성장시키는지에 대한 출발점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타인의 감정을 지나치게 고려하여 지치는 F 유형에게는 경계 설정의 필요성을 일깨워줄 수 있고, 논리 중심의 T 유형에게는 관계적 소통의 중요성을 되돌아보게 할 수 있다. 이처럼 MBTI는 개인의 성찰과 성장을 돕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MBTI의 가치는 사람을 규정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만드는 과정에 있다. 우리는 각자의 성향과 기질을 가지고 살아가며, 이러한 차이는 갈등의 이유가 아니라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MBTI는 이러한 이해의 출발점이 될 뿐 아니라, 조직과 공동체, 그리고 개인의 삶 속에서 건강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통찰을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MBTI는 단순한 성격놀이를 넘어, 현대인의 자기 이해와 관계 형성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도구이다. 그러나 그것을 맹신하거나 절대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MBTI를 올바르게 활용할 때, 우리는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타인을 더 깊이 수용하며, 공동체 속에서 더 조화로운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오늘도 MBTI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며 더 성숙한 삶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아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아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빌립보서 2:3)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의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마태복음 7:3~5)
“형제를 사랑하여 서로 우애하고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 하라.”(로마서 12:10)
“스스로도 시험을 받을까 두려워하여 너 자신을 살피라. 너희가 서로의 짐을 지라.”(갈라디아 6:1~2)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말고남의 유익을 구하라.”(고린도전서 10:24)
#양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