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번 WEA 서울총회 준비위원회에 신학위원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였다. 우리 신학위원회의 가장 큰 과제는 현재 직면하고 있는 WEA에 대한 오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현재 WEA에 제기되는 비난의 핵심은 WEA가 성경의 절대적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자유주의를 수용하며, 타종교와 타협해서 종교혼합주의에 빠지고, WCC와 같은 단체와 교류하며 다원주의를 수용하고, 사회참여를 강조하여 복음주의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선언문에 WEA가 믿는 복음주의 신앙의 핵심을 분명히 천명하였다. “성경은 하나님의 무오한 말씀이며, 구원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성령은 오늘에도 적극적으로 역사하고, 복음선포를 통한 영혼구원은 재자훈련과 더불어 우리의 가장 중요하고도 일차적인 사명이다.” 이같은 내용은 선언문 곳곳에 나오고 있다. 특별히 이번 선언문은 복음주의가 말씀 중심의 종교개혁적인 전통과 성령중심의 오순절전통을 다같이 이어받고 있다고 보면서 성경의 절대적인 권위와 성령의 현재적 역사를 동시에 강조하였다.
이번 선언문은 기독교선교가 인류역사에 기여한 바를 하나님께 감사하는 동시에 우리의 부족한 측면도 회개하여 새로운 각성을 촉구하였다. 기독교는 복음을 전파하고 교회를 세워 수많은 영혼을 하나님께 나가도록 하였을 뿐만이 아니라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빈곤퇴치, 사회적으로는 신분타파, 과학적으로는 새로운 의술증진 등을 가져왔다. 하지만 아직도 기독교는 분열되어 있고, 지도자들은 종종 도덕적 스캔들에 빠지고, 박해받는 자의 아픔에 동참하지 못하고, 반기독교적인 사상에 대해서 분명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지 못했음을 회개하였다.
WEA 서울총회는 혼돈 가운데 있는 현대사회에 성경적인 기준을 분명히 밝히고자 노력하였다. 가정은 남녀로 구성된 가장 중요한 하나님의 창조질서이며, 동성애는 비성경적인 죄이고, 태아를 비롯한 하나님이 주신 생명은 보호를 받아야 한다. 또한 우리는 복음전파와 함께 제자훈련사역을 잘 감당하여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게 해야 하며, 하나님이 주신 자연의 청지기로서 환경을 보호하고 관리해야 한다. 아울러서 전 세계적으로 비기독교세계만이 아니라 기독교세계에서도 복음적 신앙을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기독교는 여기에 담대하게 맞서야 한다. 이런 일들을 이루기 위해서 복음주의자들은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협력할 수 있지만 이런 협력이 무분별한 타협으로 이어져 기독교이 근본진리를 훼손시켜 “종교다원주의와 혼합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선언문은 특별히 한국기독교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표명하였다. 이 선언문은 현재 한국복음주의 교회들의 종교의 자유를 위한 연합된 행동(포괄적차별금지법반대운동)이 성서적 진리를 표현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며 세계 기독교에게 이것을 위해서 함께 기도할 것(standing togethr in prayer)을 촉구하였다. 동시에 현재 전세계에 복음적인 표현을 방해하거나 제한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한국의 교회들이 “담대하게 서서”(stand boldly) 이같은 사역을 지속하도록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가 이 성명서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에 대한 WEA의 입장이다. 한반도는 지난 80년 동안 “복음을 받아들인 남쪽”과 “복음을 자유롭게 전할 수 없는 북쪽”으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화해가 이루어져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하나님을 섬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도했다. 특별히 북한의 심각한 인권침해를 지적하며 부당하게 감옥에 갖혀있는 자들의 석방을 촉구하였다. 이같은 WEA 서울선언은 지난 번 부산에서 열렸던 WCC 대회가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우리 한국측 신학위원들은 이번 서울선언문 작성과정에서 WEA 관계자들이 보여준 태도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번 서울선언문은 과거처럼 서구교회가 주도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 한국측 위원들과 WEA 관계자들은 수없이 만났고, 깊은 대회를 했으며, 그 결과로 만들어졌다. 우리 한국복음주의신학자들은 여기에 적극 참여하였고, WEA 관계자들은 인내심을 갖고 우리의 주장을 경청하였다. 이번 서울선언문은 과거 서구기독교의 주도하에 만들어졌던 많은 문서와는 달리 한국인들과 세계기독교가 함께 만든 선언문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박명수(서울신대 명예교수, 한국복음주의협의회 교회갱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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