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지역사회 침투가 잇따르면서 지역 갈등 수준을 넘어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신천지가 인천, 고양시에 이어 경기도 과천시에서 건물 용도변경 등을 통한 거점 확대에 나서면서 지역사회에 마찰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과천시의 경우 신천지가 한 대형마트 건물을 1,600억을 들여 통째로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역 갈등이 시작됐다. 또 과천 관내 다른 부동산을 추가 매입하는 등 본격적인 교세 확장을 꾀하는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교계와 시민사회 등과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거다.
신천지는 거액을 들여 매입한 건물을 종교시설로 쓰겠다며 과천시에 용도변경을 신청했다. 건물 매입의 숨은 본색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거다. 하지만 과천시가 ‘시민 공공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불허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신천지의 손을 들어줬다. ‘공익상 피해가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시와 지역사회는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반대 민원을 제기하고 이에 따라 지역사회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데 이보다 더한 공익상 피해가 어디 있느냐는 게 시민들의 불만이다.
이런 법원의 판단이 결과적으로 성난 시민의 가슴에 불을 지른 꼴이 됐다. 해당 건물이 신천지 종교시설이 될 거란 우려가 막상 현실로 닥치게 되자 과천시민들이 한데 뭉쳐 들고 일어난 거다. 지난 12일 과천중앙공원 일대에서 열린 신천지 규탄 집회는 연일 계속된 폭염에도 시민 1천여 명이 집결해 “신천지 OUT” 구호를 외치는 등 지역사회의 들끓는 민심으로 보여줬다.
이처럼 과천 지역사회가 신천지 반대에 마음과 행동이 하나로 뭉쳐지게 된 건 앞서 경기도 고양시와 인천 중구청의 사례가 학습효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고양시의 경우 신천지가 제기한 종교시설 용도변경 허가와 관련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했으나 인천 중구청은 패소했다.
고양시는 신천지가 매입한 풍동 물류센터 건물에 대한 종교시설 용도변경 허가를 놓고 지역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자 직권으로 허가를 취소했다. 그러자 이에 반발해 신천지 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시의 종교시설 허가 직권취소가 정당했다며 고양시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인천 중구청의 경우,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신천지가 지난 2013년 신흥동의 옛 인스파월드 건물을 매입한 후, ‘문화 및 집회시설’로 용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건물 리모델링을 목적으로 ‘대보수 착공 신청’을 했는데 이를 거부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까지는 고양시와 큰 차이가 없다.
이 소송에서 인천 중구청이 제시한 근거는 ‘건축법 1조’다. ‘대지·구조·설비 기준 및 용도 등을 정하여 건축물의 안전·기능·환경 및 미관을 향상시킴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이란 규정이다. 즉 반대 민원들로 인해 지역사회의 갈등이 커지는 것을 고려할 때, 지자체가 종교활동을 위한 건축물 용도변경 등을 승인하는 것이 ‘공공복리의 증진’에 반한다고 한 거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조항은 목적규정에 해당해 신청 거부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신천지의 손을 들어줬다.
1심에서 패소한 과천시의 경우도 중구청과 비슷하다. 법령이 규정한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면, 제출된 서류의 구비 여부나 그 기재 등을 이유로 행정청이 수리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게 1심 법원이 신천지 측의 손을 들어준 판단의 주요 근거다. 다만 고양시의 경우는 신천지가 처음 종교단체라는 사실을 지자체를 숨긴 ‘기망 행위’가 주요 이유였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는 거다.
패소한 인천 중구청과 과천시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2심 판결이 어떻게 날지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지자체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심에서 패소한 지자체의 심경은 한층 복잡할 수밖에 없다. 예전 같으면 지자체가 소송에서 패소하면 신청을 허가해주는 게 상례다. 하지만 지금 각 지자체는 지역사회의 민심을 도외시할 수 없기에 행정처리 반복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이 있다.
우선 신천지와 관련한 각 지자체의 고민은 반대 민원이 기독교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과거엔 기독교단체들만 반대하고 주민은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시민단체와 학부모회, 학생들의 반대 목소리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각 지역마다 신천지에 대한 거부반응이 확산되는 데도 신천지의 지역 대형 건물 매입을 통한 거점 확보작업을 계속되고 있다. 이걸 단지 부동산을 통한 확장 차원으로 보긴 어려울 것이다. 해당 지역에 침투해 거점을 확보한 후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려 포교활동을 하려는 게 진짜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지역 갈등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거다.
최근 예장 통합총회가 발행한 ‘이단·사이비 자료집’에 따르면 신천지는 자기들만이 하나님의 시온산이고, 신도 14만 4천 명이 채워지면 과천을 중심으로 새 하늘과 새 땅이 완성된다는 ‘종말론’을 주장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지금 신천지가 경기도 과천에서 벌이고 있는 일련의 사건 또한 그들이 신봉하는 종말론에 기인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신천지의 의도된 지역 침투에 대해 교계가 지역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대응해 나가는 건 매우 중요하다. 이 문제가 단순한 종교 갈등이 아니라 지역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위험요소란 점에서 지역주민과 연대, 더 나아가 범 지역적 대처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처럼 공공의 이익에 관한 법원의 정확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