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청소년부’로 변경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입법 예고된 가운데 교계가 주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국민적 반대 의사 결집에 나섰다. 국민대회를 주도한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 등 700여 교계 시민단체 회원들은 국회와 정부의 시도가 단순한 부처 명칭 변경이 아니라, “헌법 제36조가 보장한 양성평등 가족제도와 우리 법체계를 근본적으로 해체하려는 것”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문제가 된 법안은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법률안이다. 현행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청소년부’로 바꾸고, 그 기능을 젠더와 다양한 성 정체성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아 법안이 발의되기 전부터 논란이 됐다.
이 법안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27명의 국회의원 중 25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그 외 조국혁신당 1명, 무소속 1명이다. 이는 사실상 여당이 법률 개정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재명 정부의 내각이 채 갖춰지지 전부터 여당이 이처럼 입법 드라이브에 적극 나선 배경은 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에 발표한 ‘성평등’ 공약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당시 “성평등을 추구하는 것이지 여성만을 위해 정책을 하는 것은 아니”라며 “(여가부를) 폐지하지 말고 이름을 바꿔 역할을 확대·강화하자는 게 기본적 방침”이라고 했다.
이는 민주당 의원들이 법률안 개정을 발의하며 내세운 명분과 같다. 김 의원 등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며 “여성에서 성평등으로 여성가족부의 정책 범위를 확장해 국민 모두가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라고 입법 취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의 일방적인 시도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성평등가족청소년부’로 변경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31.2%에 그친 것이 잘 말해준다. 지난 13일 동반연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여성가족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 33.0%, ‘현재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30.4%로 각각 나타나 폐지 또는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성평등가족부’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부분이 따로 있다. 국민 다수가 ‘양성평등’과 ‘성평등’이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는 걸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두 개념의 차이를 안다고 응답한 사람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심지어 ‘성평등’ 개념 안에 트랜스젠더나 제3의 성 등이 포함된다는 걸 모른다는 응답자도 31.5%나 됐다. 이는 조사 결과 집계된 의견보다 훨씬 많은 국민이 여가부 명칭 변경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교계가 지적한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성평등’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남성과 여성의 차별을 해소하는 ‘양성평등’과 달리, 트랜스젠더나 제3의 성 등 다양한 성 정체성까지 포함하는 젠더 이데올로기와 연결되는 바로 그 지점을 주의 깊게 보고 있는 거다.
교계는 ‘성평등’ 개념 안에 내포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대한 차별금지가 동성애 합법화를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을 극히 경계하는 분위기다. 헌법 제36조에 ‘양성평등’이 명확히 규정돼 있음에도 이를 ‘성평등’으로 바꾸려는 정부 여당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이냐는 거다.
한낮 온도가 36도에 달하는 폭염 속에서 700여 교계 단체 회원들이 주말 도심에 운집해 반대 집회를 연 것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가부’에 ‘성평등’이란 용어가 들어가는 것에 왜 한국교회가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장차 이 문제가 대한민국 사회와 어떻게 충동하게 될지를 국민 앞에 소상히 알리려는 거다.
이날 국민대회에 참석한 교계 지도자와 법조인, 학부모·시민단체 대표, 청년의 입에서 여가부 명칭 변경이 “헌법과 가족제도를 무너뜨리는 젠더 독재 시도”라는 말이 나왔다. “젠더주의 정책의 첫 신호탄이 성평등가족부”라며 “부모와 자녀로 이어진 기존 가족 질서를 무너뜨리고 젠더 독재로 이어져 다음 세대에 돌이킬 수 없는 해악을 끼칠 것”이란 섬뜩한 경고도 쏟아졌다.
전국적인 반대 목소리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는 지난 10일 발표한 논평에서 “이재명 정부의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 시도에 대해 “가족제도, 헌법 가치, 성 개념까지 근본적으로 흔드는 위헌적 정책”이라며 “만약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강행한다면, 국민은 또다시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광주·전남(호남)지역 기독교 연합회 등 관련 단체들도 11일 발표한 반대 성명에서 “성평등’ 은 단순한 남녀의 평등을 넘어서 제3의 성, 트랜스젠더는 물론 남녀이분법을 해체하려는 젠더 이데올로기”라며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정면으로 반하고 헌법상 양성평등 원칙에 위배되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선 정부와 여당의 ‘성평등가족부’ 개편 추진이 단지 여성과 가족을 분리하는 행정조직 차원을 넘어, ‘성평등’을 지향하는 이재명 정부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 시도가 구조적 성차별 해소와 포괄적 권익증진을 위한 전환점이 될 거란 주장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차별금지법’과 동성혼의 시발점이 될 것을 기대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정부와 여당의 시도는 무모하기 짝이 없다. 당장 헌법이 규정한 ‘양성평등’ 가족제도와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만약 국가가 ‘젠더 이데올로기’를 주도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라면 문제는 점점 심각해질 것이다. 최악의 국민 저항에 부딪히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법체계를 근본적으로 해체해서라도 얻으려는 이 위험천만한 시도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지금 국민이 이재명 정부와 여당에게 진지하게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