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혹 떼려다 붙인 꼴’이 된 WEA 측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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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복음주의연맹(WEA) 국제이사회 의장 겸 사무총장 대행 굿윌 샤나가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신사도운동’과 유사한 행태를 보이고, ‘종교다원주의’ 성향의 인물이라는 국내 신학계의 검증 발표에 대해 WEA 측이 해명에 나섰다. 한기총 등이 지난 17일 샤나에 대한 신학적 조자 자료를 토대로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사실을 공개하자 WEA가 처음으로 공식 대응에 나선 거다.

WEA는 최근 홈페이지에 “샤나 박사는 피터 와그너 등으로 대표되는 ‘신사도운동’의 신학이나 구조를 따르지 않으며, 이에 동의하지도 않는다”라는 해명 글을 게시했다. “일부 교회적 맥락에서 ‘사도’(Apostle)나 ‘주교’(Bishop)라는 칭호가 사용된 바 있으나, 이는 아프리카 및 세계 오순절-카리스마 운동 내에서 기능적으로 사용되는 직함일 뿐, ‘신사도운동’에서 주장하는 ‘회복된 사도적 권위’와는 무관하다”는 거다.

하지만 이런 WEA 측의 해명은 샤나 의장에게 제기된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짐바브웨 현지를 방문해 조사한 후 그 결과를 공개한 예장합동 내 2025WEA서울총회개최반대연합회와 한기총이 공동으로 발표한 내용과는 큰 차이가 있다. 현지 조사에 참여한 김호욱 광신대 교수는 “샤나 의장이 자신의 ‘사도’ 및 ‘주교’ 칭호를 공공 연설 및 공식 예배에서 수차례 허용하거나 적극 사용해 왔다”며 “이는 단순한 문화적 호칭을 넘어서 사도적 직분의 회복을 주장하는 신사도운동(NAR)의 핵심 특징과 궤를 같이 한다”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샤나 의장이 ‘신사도운동’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근거는 그의 설교와 공식 영상만 봐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그의 ‘Word of Life Ministries’ 설교 영상에 영적 권위, 통치, 영역 장악을 지향하는 언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피터 와그너와 ‘신사도운동’의 핵심 언어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이런 증거가 있음에도 WEA 측이 샤나에게 붙은 사도에 대해 ‘단지 호칭일 뿐’이라는 해명의 글을 올린 건 ‘신사도운동’의 교묘한 포장 전략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WEA 측은 샤나 의장의 ‘종교다원주의’ 의혹에 대해서도 관련성 일체를 부인했다. “ZHOCD(짐바브웨기독교교단대표회의)가 신학적으로 다양한 교단 지도자들이 모여 짐바브웨의 폭력과 혼란, 내전을 방지하기 위해 협력해온 시민사회 연대체일 뿐 특정 신학적 입장을 대표하거나 옹호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에 대해 한기총이 재반박했다. “굿윌 샤나가 의장을 역임한 ZHOCD는 짐바브웨복음주의협회(EFZ), 짐바브웨 가톨릭주교회의(ZCBC), 짐바브웨교회협의회(ZCC), 짐바브웨 시온 및 사도교회발전연합회(UDACIZA)의 연합체”로 ZCBC는 로마 가톨릭 단체이고, UDACIZA는 독립사도교회(Apostolic)로 구약만 인정하고 신약성경을 인정하지 않는 이단 단체”라는 거다. 가톨릭 및 신사도운동 단체와 연합한 단체의 수장을 지낸 사람이 그들의 입장을 옹호하지 않는다고 하면 누가 그 말을 믿겠냐는 거다.

또 WEA 측이 “샤나 의장이 UDACIZA와 연대한 건 최근의 일이 아니고, EFZ 회장 재임 기간에 한정된 활동이었다”라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도 한기총은 현지를 방문해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반론을 제기했다. ZHOCD는 가톨릭, 개신교, 오순절 및 토착 교회를 모두 아우르는 조직으로, 신학적 기준이 모호하거나 부재한 다자간 연합체로, 복음주의가 공공 신앙 참여를 배격하는 건 아니지만 ‘종교다원주의’를 정당화하거나 상대화하는 협력 모델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복음에서 이탈한 조직이 분명하다. WEA 측은 샤나가 일시적이고 단순한 협력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런 단체를 이끌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복음 진리에 혼란을 초래한 것이다.

WEA 측은 샤나 의장의 ‘신사도운동’과 ‘종교다원주의’ 연관성에 대해선 극구 부인하면서도 그가 명예박사 외에 정규 신학교육 이수 경력이 없는 상태로 WEA 의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공식적인 신학 학위는 없다”고 하면서 “성경적 리더십은 언제나 자격증만이 아닌, 소명과 인격, 그리고 사역의 열매에 기반해야 한다. WEA 내에 신학자들의 조언을 받고 있다”며 두둔하는 태도를 보였다.

명예박사 학위 외에 정규 신학교육 이수 경력이 전무한 인물이 어떻게 전 세계 복음주의 교회를 대표하는 자리에 있을 수 있고, 정규 신학교육도 받지 않고 어떻게 목사로 안수받아 교회를 개척하고, 사도, 주교 등의 직함으로 불리고 있는지 상식적으로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신학을 하지 않았어도 의장 및 사무총장 직무대행 수행에 하등에 문제될 게 없다고 한 WEA 측의 설명은 WEA의 위상과 신학적 기반까지 한꺼번에 추락시키는 일종의 자해(自害)적 논리다. 그렇다면 무늬만 목사인 자가 WEA 국제이사회 의장 겸 사무총장 대행이란 막강한 위치에서 서울에서 WEA 총회가 개최되는 중심 역할을 했다는 건데 그런 무자격자에게 휘둘러 총회를 유치를 수락하고 강단에 세운 교회는 뭐가 되나.

사냐 의장에게 제기된 국내 신학계의 갖가지 의혹에 대한 WEA 측의 해명 내용은 구체성이 결여된 데다 변명성으로 일관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회피하려는 의도로 비칠 정도다. 총회 개최를 앞두고 당장 급한 불을 끄려는 생각인 거 같은데 결과적으로 혹을 떼려다 혹을 하나 더 붙인 꼴이 된 셈이다.

한기총과 총회반대연합 측은 샤나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에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반드시 신학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교회 내에서 제기된 갖가지 의혹이 거의 사실로 밝혀지거나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는 점에서 이참에 한국교회 신학자들로부터 철저히 검증을 받는 절차를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 WEA 총회가 한국에서 개최된다면 이는 개교회가 주최하는 부흥회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복음주의 신학과 신앙의 확장 측면에서 대승적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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