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호 칼럼] 딸 바보 아빠

오피니언·칼럼
편집부 기자
그레이스 라이프 한인교회 노규호 목사

<아빠 언제 어른이 되나요? 나는 정말 꿈이 커요 빨리 어른이 되야지.
(그래 아가 아주 큰 꿈을 가져라. 안된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요. 암~ 되고 말고 넌 지금 막 시작하는 거니까)
빨리 어른이 되야지
나는 누가 이끌어 주나요? 그냥 어른이 되나요? 나는 어쩌면 되나요?
(음~ 그래 정직하게 열심히 살아야지. 그러면 착한 엄마가 되구 훌륭하 아빠가 되는거야.)
내가 쓰러지면 그냥 놔두세요 나도 내 힘으로 일어서야죠....>

딸 아이가 태어난 이듬해에 최불암씨와 정여진 어린이가 불러 유행했던 "아빠의 말씀"이라는 곡의 가사 일부입니다. 앤소니 퀸과 찰리가 부른 "Life itself will let you know"의 번안곡이지요.

우리 부부에게는 남매 자식들이 있습니다. 남매 중 누나인 딸아이가 "아빠의 말씀" 노래를 즐겨 부르고, 초등학교 시절에 미국 유학 소원을 두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한 결과, 가족이 모두 이민을 하고, 자녀들이 장성해서 이제는 둘 다 배필을 만나 새 가정을 이루고 어느새 손자를 보게 되었으니 세월의 무상함과 하나님 아버지의 섭리를 새삼 마음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어린시절 "아빠의 말씀" 노래를 즐겨 따라불렀던 사랑스런 딸이, 결혼을 해서 부모밑에 신혼 둥지를 트는가 싶더니 6개월이 지나자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로 신혼 살림을 옮겨가기를 시작으로, 메릴랜드 로럴로, 펜실베니아 스테이트팍으로 부모와 점점 멀리 떨어지는 연습을 시키더니 급기야 멀리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로 이사를 떠났습니다.

물론 자신들의 직장과 학업등 장래를 준비하기 위한 계획을 한 걸음 한 걸음 실천하는 것이었지만, 그 때마다 하나님은 저희 부부의 마음에서 사랑스런 딸을 점점 멀리 내보내는 연습을 시킨 것 같아 하나님의 세밀하신 섭리와 사랑에 감동을 받습니다.

딸이 캘리포니아 이사를 준비하는 동안, 운송비를 절약하려고 자신들이 필요없는 물건은 미씨유에스에이나 페북에 내다 팔기도 하고, 친구들이나 일가 친척들에게 거저 나누어주기도 하면서 알뜰히 이삿짐을 정리하고, 포장하고, 저렴한 운송 방법을 찾아 우체국을 통해 짐을 발송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요즈음 젊은 사람들의 지혜에 놀라고 합리적인 미국 생활, 삶의 방식을 사는 딸의 모습이 대견스러워 보였습니다.

마침 아들 부부가 득남을 하게되어 친손자를 얻음으로 아내가 한국을 방문한 까닭에 딸의 효도와 봉양으로 호사를 누리며 사는 한 달 동안, 불쑥 튀어나온 뱃살을 빼게 하려고, 자기의 소원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아빠가 오래오래 자기 울타리가 되어주며 건강하게 사는 것"이라면서 매일매일 반 강제운동(?)을 시키고, "이것은 먹으면 안된다. 이런 음식을 먹어라." 이런 저런 잔소리를 해대는 딸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행복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출가한 딸이 자신도 엄마덕택(?)에 "남편 없는 딸"과 "엄마없는 아빠"가 한달씩이나 서로 의지할 기회가 있어 너무 즐겁고 기쁘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 다행이라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미래를 설계하고 학업을 하느라 한 해 동안이나 떨어져 있던 남편과 함께 하기위해, 자신의 남편을 따라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야 할 텐데, 멀리 사라질 때까지 내내 손을 흔드는 것은 부모님 곁을 멀리 떠나는 마음이 못내 아쉬운가 봅니다. 출가한 딸이지만 가까이에서 지내다가 멀리 떠나보내는 아내도 섭섭한 마음에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기 인생의 절반은 한국에서, 절반은 미국 동부에서 살았는데, 이제는 서부를 개척하러 가는 딸의 각오와 소망이 든든해 보입니다. 고등학교 어린시절부터 이런저런 이민 생활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면서 목사인 아빠를 돕느라 고생과 수고를 잘 감당해왔으니 서부개척시대도 하나님을 의지하며 믿음으로 잘 살아갈 것이라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여호와 하나님 아버지를 믿는 신앙을 통해 배운 노력과 인내와 수고와 사랑과 믿음의 열매가 딸에게 있기에 반드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이 될 것이라 기대하면서, 딸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던 뱃살빼기 운동길을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제는 혼자서 추억에 젖어 오늘도 힘차게 걸었습니다.

#노규호칼럼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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