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이 '12·3 비상계엄' 다음날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통화를 받고 사의를 밝힌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20일 오후 헌법재판소(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계엄 다음날 새벽 5시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일이 있는지 묻자 "네"라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통화로 계엄이) '신속하게 잘 끝났다' 이런 말한 것은 맞는다"고 했다.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격려성 전화였다'고 진술했는데, 윤 대통령 측이 이를 묻자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은 못하겠다"고 했다.
국회 측이 조 청장에게 같은 날 오전 6시3분 박현수 당시 행정안전부 경찰국장과의 통화 내용을 묻자, 조 청장은 통화한 사실을 인정하며 "제가 경찰청장으로서 계속 직을 수행하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아 면직 절차를 밟아달라"는 내용을 박 국장에게 전했다고 진술했다.
조 청장은 자신이 당시 윤 대통령의 말을 듣고 박 국장에게 '뼈가 있다고 느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국회 측 질문에는 "뼈가 있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윤 대통령 측이 국회 통제는 경비 업무 수행이라며 '계엄 당시에 내란이라고 생각을 했나' 묻자 조 청장은 웃으며 "내란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안 했겠죠"라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은 계엄 직전 윤 대통령과의 안가 회동과 국회 봉쇄와 관련 대다수 질문에 증언을 거부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계엄 선포 직전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7시20분께 삼청동 안가에서 만나 국회 봉쇄 등의 지시를 받았는지, 만난 사살이 있는지 묻는 국회 측 질문에 "공소사실에 포함된 내용"이라면서 답변을 일체 거부했다.
국회 측이 검찰 조사 내용을 거론하며 안가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결심을 언급했는지 등도 물었으나 조 청장은 "같은 이유로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답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 질문에도 조 청장은 거의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검·경 조사 과정에서 섬망(뇌 기능장애) 증상이 있었나"라는 윤 대통령 측 이동찬 변호사에게는 "병원에 있을 때는 베드(병상)에 거의 누워서 조사 받았다"고 했다.
조 청장은 수사기관 조사를 받을 때 계엄 당시를 명확히 기억하고 있는지 묻자 "경찰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나서 갑자기 페렴 증상이 와서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며 "섬망 증상이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혈액암을 앓는 조 청장은 헌재에 세 차례 불출석 사유서를 냈지만 재판부가 구인장을 발부하고 서울동부지검에 집행을 촉탁(요청)하자 입장을 바꿔 이날 처음 출석했다.
조 청장은 지난달 8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조 청장 측은 "치안활동을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