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도 고개 숙인 GS칼텍스 이선구 감독

농구/배구
뉴시스 기자
재미있는 경기를 못 보여드려 죄송...

경기에서 이기고도 GS칼텍스 감독은 고개를 숙였다. 4강에 오르고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디펜딩 챔피언 GS칼텍스를 이끄는 이선구(61) 감독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이자 겸손이었다.

GS칼텍스는 24일 경기 안산시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A조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3-1(25-15 22-25 25-21 25-22)로 승리했다.

승장 이 감독은 "재미있는 경기를 못 보여드려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쉽게 이길 수도 있는 경기에서 마지막까지 가슴 졸이게 한 것에 대한 표현이었다.

이날 GS칼텍스는 1세트를 25-15로 손쉽게 챙기고도 이어진 2세트를 22-25로 내주는 등 부침이 심했다. 높이에서 우위를 점하고도 쉽게 경기를 풀지 못했다.

이 감독은 "객관적인 전력이라면 세트스코어 3-0이 나왔어야 할 경기다"고 평가했다.

상대를 낮춰보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솔직한 발언이었다. GS칼텍스는 국가대표 출신만 4명이 포진해 있다. 지난해 신인왕 이소영, 라이트 배유나, 레프트 한송이, 세터 이나연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흥국생명은 센터 김혜진이 전부다. 경기를 조율할 김사니가 올해 아제르바이잔 리그로 옮겨가며 전력에 큰 공백이 생겼다.

이 감독은 "선수들 스스로가 리더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뛰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입맛을 다셨다.

GS칼텍스는 여자부 팀 중 컵대회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했다. 2006년 첫 대회에서 정상을 밟은 GS칼텍스는 지난해 기세 등등하던 IBK기업은행을 따돌리고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런 GS칼텍스도 나름의 고민을 안고 있다. 베테랑 세터 이숙자가 발목 부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 3년차 이나연이 공을 뿌리고 있지만 이숙자의 노련함을 따라 가기에는 아직은 미흡하다.

이 감독은 "이나연 선수가 부담을 많이 가졌다. 세터 이숙자 선수가 발목 부상으로 든든한 백업 선수가 없다보니, 심적으로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아쉬워 했다.

이어 "대선배가 옆에 있을 때 편하게 하는 것과 없을 때 플레이는 다르다. 책임감이 너무 커 압박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7년 만에 코트에 돌아와 내리 2패를 경험한 흥국생명 류화석 감독은 "결정적인 선수가 없다. 레프트 선수들의 파워가 부족하고 단신이다. 최선을 다했지만 높이에서 역부족이었다"고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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