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혁명과 프랑스혁명, 두 ‘자유’의 본질적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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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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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평세 박사, 샬롬나비 2023년 하반기 워크숍 주제발표

조평세 박사 ©에스더기도운동
샬롬나비(상임대표 김영한 박사)가 지난 15일 서울 온누리교회 양재캠퍼스에 있는 샬롬나비 사무실에서 ‘1776년 미국 혁명과 1789년 프랑스 혁명의 본질적 차이’라는 주제로 2023년 하반기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는 1776연구소 대표인 조평세 박사가 맡았다.

개회예배에선 최철희 선교사(시니어선교한국 대표)의 사회로 정일웅 목사(전 총신대 총장)가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고, 폐회예배에선 허정윤 박사(샬롬나비 감사)의 사회로 ‘동성애 대책을 쏟아내는 일반(공동)서신의 감독들’이라는 제목으로 소기천 박사(전 장신대 교수, 예수학교 교장)가 설교했다. 아울러 2023년 사업보고와 2024년 상반기 사업계획도 논의했다.

조평세 박사는 주제발표에서 미국의 독립혁명(1776~)과 프랑스 대혁명(1789~)은, 둘 다 왕정 군주의 폭정으로부터 시민 권리를 쟁취하고 자유와 독립을 추구했다는 데 있어서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된다고 했다. 당시 미국인들은 ‘대표성 없이 세금만 거둬가는(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원했고, 프랑스인들도 자국의 군주와 귀족, 그리고 그들의 권력과 결탁한 교회로부터 해방을 원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교과서와 백과사전에서도 종종 이 둘을 근대 국민국가 체제 성립의 시초가 된 결정적인 사건으로 묶어 묘사하고 있으며, 영국의 명예혁명(1688)과 함께 ‘3대 시민혁명’으로 분류한다고 조 박사는 설명했다.

하지만 1776년의 미국혁명과 1789년의 프랑스혁명은, 그 과정과 결과에서는 물론, 무엇보다 그 본질에 있어서 매우 다른 시민혁명이었다는 게 조 박사의 주장이다. 사실상 오늘날 정치에서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바로 이 두 혁명의 차이와 그에 대한 인식에 뿌리가 있다고 그는 보았다.

조 박사에 따르면 미국혁명은 지지했지만 프랑스혁명에는 극구 반대했던 영국의 에드먼드 버크(1729-1797)는,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1780)을 통해 ‘보수주의의 아버지’로 자리매김했다. 다른 한편 『상식』(1776)이라는 팸플릿을 통해 미국 독립혁명에 불을 질렀던 토마스 페인(1737~1809)은, 이후 프랑스에서 버크의 성찰을 반박하는 『인간의 권리』(1791, 1792)를 통해 ‘진보적’ 정치사상의 대표적 사상가가 되었다.

조 박사는 “실제로 미국혁명과 프랑스혁명의 차이가 버크와 페인의 논쟁을 통해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철학적 구분을 낳은 것”이라며 “물론 우파와 좌파의 구분도 프랑스혁명 다시 국민회의의 자리배치에서 비롯되었다. 이처럼 이 두 혁명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각각의 바탕이 되는 정신을 분별하는 것은 오늘날 현대 정치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이다. 이 두 혁명의 차이를 분별하고 구분하는 것에서 비로소 ‘보수주의’ 정치철학이 시작된다”고 했다.

조 박사는 △인간 스스로 신이 되고자 했던 프랑스혁명 △문명의 유산을 보전하고자 했던 미국의 독립 △페인을 통해 보는 전혀 다른 ‘두 자유’ △미국에서의 『상식』 △프랑스에서의 『인권』 △이신론의 결정판 『이성의 시대』 등의 소주제로 발표하고, 결론적으로 ‘두 자유의 결정적 차이’를 설명했다.

그는 “사실 1776년의 미국혁명이나 1789년의 프랑스혁명은 둘 다 군주의 폭정으로부터 자유를 추구했다는데 있어 유사해 보인다. 미국인들은 영국의 왕정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했고 프랑스인들도 자국의 군주와 귀족, 그리고 권력과 결탁한 교회로부터의 해방을 원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두 ‘자유’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그는 “1776년의 자유는 창조주 하나님을 인정하는 것이었고 1789년의 자유는 창조주 하나님을 부정하는 것을 넘어 대적하는 것이었다”며 “미국의 건국은 정부로부터 교회를 분리시켜 신앙의 자유를 온전히 보전하는 사건이었던 반면, 프랑스혁명은 교회를 불태우거나 ‘이성의 신전’으로 탈바꿈해 인간 이성을 숭배하게 하는 적그리스도적 사건이었다”고 했다.

샬롬나비 워크숍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샬롬나비
그는 “이 두 자유의 결과 또한 극명히 갈린다. 미국의 독립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성문헌법이자 가장 온전한 국가 기초문서인 미국 헌법을 탄생시켰고 이를 통해 100년 내에 자국의 모든 노예들을 해방시켰다”며 “반면 프랑스혁명은 이후 수 년 동안 이어진 군중의 광기와 공포정치(Reign of Terror)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단두대에서 살육했으며 나폴레옹이라는 또 다른 폭정과 피비린내 나는 혁명을 초래했다”고 했다.

조 박사는 “미국이 19세기 중반 흑인 노예를 해방시킬 즈음, 유럽에서는 머지않아 인류의 절반을 노예화하고 1억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게 될 마르크스주의가 탄생한다”며 “지금도 여전히 네오막시즘, 젠더이데올로기와 같은 마르크스주의의 다양한 변종들은 프랑스혁명 당시처럼 기독교와 교회를 말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인류문명의 뿌리, 특히 그 유대-기독교적 근간을 갉아먹고 있다”고 했다.

그는 “페인은 그의 펜으로 두 혁명 모두의 불을 타오르게 했다고 자부했지만, 결국 교회가 살아 숨 쉬었던 미국에서 그의 필력은 하나님을 중심에 두며 ‘사람을 살리는 자유’를 낳았고, 교회가 생명력을 잃었던 유럽에서는 사람을 중심에 두었음에도 ‘사람을 죽이는 자유’를 낳았다”고 했다.

조 박사는 “대한민국의 자유시민은 특히 미국혁명과 프랑스혁명의 본질적 차이를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왜냐하면 대한민국은 미국혁명이 낳은 자유민주체제를 누리고 있는 반면, 한반도의 북녘은 인간 이성을 최고존엄으로 신의 자리에 올려놓고 숭배하며 지상낙원을 꿈꾸는 1789년의 정신을 뿌리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사실상 1789의 정신은 북한의 ‘사람 중심’ 주체사상 및 수령 체제에서 그 절정을 이루고 있다”며 “현재는 또한 대한민국 체제 내에서도 1789의 정신을 채택한 민중민주주의 혹은 인민민주주의가 끊임없이 체제 전복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