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잔혹한 테러·살상의 전쟁터에 ‘샬롬’ 평화의 주님이 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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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된 무력 충돌로 양측 사망자 수가 40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이 대대적인 보복에 나서면서 민간인 희생자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다. 교계는 지난 주일 “민간인에 대한 공격과 학살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 이 잔혹한 전쟁이 하루속히 끝나길 기도했다.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난 7일은 유대교 안식일이자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50주년이 되는 이튿날이었다. 하마스는 이날 유대교 절기인 초막절 음악축제를 즐기던 민간인들을 무차별 살상하고 다수의 인질을 납치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날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는 1200여 명이 숨지고 3000여 명이 다쳤다. 이들 대부분이 민간인들이다. 특히 이스라엘 남부 집단농장에서 발견된 민간인 시신 100여 구 가운데 영유아 시신이 40구나 나왔다는 소식에 전 세계가 공분으로 들끓었다. 아무리 전쟁이라도 무고한 민간인, 그것도 힘없는 어린아이까지 학살한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만행이다.

이스라엘군이 즉각 피의 보복에 나서면서 팔레스타인에서도 수천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가자지구에서만 1100여 명이 숨진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중에 어린이가 260여 명이나 돼 충격을 안겨줬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을 받은 가자지구는 주택과 병원, 학교 등 거의 모든 건물과 시설이 파괴돼 폐허가 됐다.

하마스가 벌인 민간인 살상이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이어지면서 애꿎은 민간인만 희생양이 되는 처참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민간인 무차별 학살은 상대의 증오심을 키워 더 큰 보복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문제는 누구도 이 광기 어린 전쟁을 끝낼 마음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은 대대적인 공습에 이어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예고하고 해당 지역에 있는 모든 민간인에 대해 24시간 내 대피령을 내렸다. 이는 전면전이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시그널이다. 전면전이 벌어지면 양측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 희생자 또한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임박한 확전 상황에 국제사회도 우려를 나타났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뉴욕 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24시간 이내에 대피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은 위험하고 매우 곤란한 일”이라며 미처 대비하지 못한 민간인이 입을 희생과 피해에 대해 걱정했다.

유엔이 우려하는 건 지역의 분규가 중동전 또는 세계 대전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가능성에 대해 경고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당장 이런 무력 충돌의 확대로 아무 잘못 없는 민간인, 어린이와 부녀자들이 당하는 참혹한 희생을 심각하게 염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대교 전통인 안식일에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민간인을 살상하고 인질로 납치한 하마스의 행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하마스를 규탄한 건 그런 이유에서다.

다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무력 충돌은 종교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양측 간의 오랜 갈등에 이스라엘의 책임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중동뿐 아니라 전 세계 각지에서 벌이는 테러와 살상, 납치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인될 수 없다.

지금으로선 누구도 이 광기 어린 전쟁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투입돼 전면전이 벌어지면 보복은 또 다른 보복으로 이어지며 잔혹한 인명 살상의 수레바퀴를 돌리게 될 게 뻔하다. 유엔 사무총장이 이번 분쟁의 해결에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일 것이다.

지금으로선 하마스와 이스라엘 등 이해 당사국들과 이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국가들이 폭력으로 촉발된 지역 분쟁이 중동 전체로 번지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게 최선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을 조기에 석방하고, 이스라엘도 대대적인 공습과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철회하는 등 격렬한 무력 충돌을 완충할 조치가 필요하다.

한국교회는 지난 15일 주일에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로 더 이상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조속한 전쟁의 종식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교총은 이날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특별기도회를 열고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히 여기시는 하나님, 그 땅의 영혼들 중 한 사람도 헛되이 생명을 잃지 않도록 긍휼을 베풀어 주시기를” 간구했다.

한국교회 성도들뿐 아니라 전 세계 인류의 간절한 바람은 “폭력으로 얼룩진 유혈 사태 가운데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도록 그대로 둬선 안 된다”는 것이다. 서로를 향한 적개심과 복수심을 내려놓지 않고선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법이 없는데 지금으로선 그럴 여지가 안 보이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천하보다 한 생명을 귀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긍휼하심으로 잔혹한 테러와 살상이 난무하는 현장에 ‘샬롬’, 평화의 주님으로 임하시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