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헌절, 한국교회가 흘려보낼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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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 오늘은 제헌절이다.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이 공포된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아 자유민주주의를 기초로 한 법치주의 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춘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

오늘 대한민국의 초석이 된 것이 바로 헌법이다. 1945년 일제에서 해방된 우리나라는 3년간의 미군정을 거친 후 1948년 5월 31일 초대 국회가 제헌국회로 출범해 대한민국의 헌법을 제정했다. 그 과정은 하나님의 은혜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제헌의회는 1948년 5월 31일 월요일 아침 10시경 이승만을 임시 의장으로 역사적인 개회를 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회의에 앞서 이승만 의장이 목사인 이윤영 의원에게 개회 기도를 부탁한 일이다.

당시 이승만은 “대한민국 독립민주국 제1차 회의를 여기서 열게 된 것을 우리가 하나님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라며 “종교, 사상 무엇을 가지고 있든지 누구나 오늘을 당해가지고 사람의 힘으로만 된 것이라고 우리가 자랑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에게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라고 모두 발언을 했다.

그리고 이윤영 의원은 모든 제헌 의원이 기립한 가운데 다음과 같은 기도를 올렸다. “이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역사를 섭리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이 민족을 돌아보시고 이 땅에 축복하셔서 감사에 넘치는 오늘이 있게 하심을 주님께 저희들은 성심으로 감사하나이다.(중략) 하나님이시여, 이로부터 남북이 둘로 갈리어진 이 민족의 어려운 고통과 수치를 신원하여 주시고 우리 민족 동포가 손을 같이 잡고 웃으며 노래 부르는 날이 우리 앞에 속히 오기를 기도하나이다”.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로 시작한 제헌의회는 마침내 7월 17일, 헌법을 제정·공포하고 7월 20일, 제헌국회 국회의원들의 간접선거로 제1대 대통령에 이승만을, 부통령에 이시영을 선출했다. 그 후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을 국내외에 선포하였다.

그런 헌법이 제정된 지 오늘로써 73년이 흘렀다. 제헌절이 대한민국의 탄생이라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녔음에도 그 가치와 의미는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제헌절이 5대 국경일임에도 공휴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3·1절, 광복절, 한글날, 개천절 등 다른 국경일에 비해 소홀히 여길 수 없는 기념일임에도 공휴일이 아니다 보니 국민의 가슴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헌절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건 노무현 정부 때 정착된 주5일제와 연관이 있다. 쉬는 날이 너무 많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인데 국가 정체성의 근간인 제헌절이 노는 날들이 많아서 공휴일에서 제외될 만큼 단순한 날로 여겼다는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했다는 정통성 계승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재고돼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의 건국일로 인정하지 않는 정치권과 사회 일각의 좌파적 인식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는 헌법의 근본 가치인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시도가 빈번했다. 출범 초기인 2018년 초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헌법 4조의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빼려다가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고 슬그머니 철회했다.

그와 함께 지속적으로 자행한 게 대한민국의 건국과 그 근간인 헌법을 끊임없이 부정한 일련의 행위들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공(功)은 짓밟고 과(過)를 드러내 폄훼한 것도 모자라 대한민국의 정체성까지 부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최근, 이승만 초대 대통령 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 서거 58년 만에 이제 겨우 기념관 건립의 첫걸음을 뗐으니 늦어도 한참 늦은 셈이다. 이 추진위에 여야 원로들이 정파를 초월해 한마음으로 뭉치고 박정희,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들까지 힘을 보태기로 한 건 그나마 위안이 되는 소식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일생을 독립운동에 바치고 대한민국 헌법 제정을 이끌었으며, 초대 대통령으로 헌법 정신에 따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틀을 잡은 공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한반도 적화야욕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미국을 설득해 한미동맹을 맺음으로써 오늘 번영된 대한민국의 주춧돌이 놓은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이 모든 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로 규정한 헌법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 정체성은 제1공화국 출범 이후 9번이나 개헌을 하는 동안에 한 번도 변하지 않은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다. 그런 헌법을 제정할 때 온 국회의원들이 일어나 하나님께 기도한 사실은 한국교회가 자랑과 긍지로 삼을만하다. 한국교회가 제헌절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