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스크’가 생활필수품이 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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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와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 내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20일부로 해제됐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건 코로나19가 제대로 잘 관리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교회 등에선 지난 1월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된 이후부터 당분간 더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 이번 조치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대중교통 내에서 마스크 쓰기 의무화 해제는 2020년 10월 이후 무려 2년 5개월 만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이 차츰 안정되면서 지난해 5월과 9월에 실외 마스크 의무를, 그리고 지난 1월엔 실내 마스크 의무를 순차적으로 해제했다. 그러나 대중교통의 경우 사람들이 한 공간에 밀접접촉하게 되면 감염의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이유로 의료기관 등과 더불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줄곧 유지돼 왔다.

대중교통 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건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위험을 감당할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지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니다.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인 한창섭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2차장은 “지난 1월 말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조정한 후 이후 일 평균 확진자는 38%, 신규 위중증 환자는 55% 감소했다”고 밝혔다. 실내 마스크를 벗었는데도 확진자가 줄었다는 건 방역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뜻이다.

방역 당국이 지금의 상황을 ‘안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확진자 수 감소뿐 만이 아니다. 가장 우려했던 게 새로운 변이의 출현이었는데 다행히 발생하지 않아 일상 회복의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는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해도 괜찮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다만 중대본은 혼잡시간대의 대중교통 이용자, 고위험군, 유증상자들의 경우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고했다.

이제 우리 사회의 마스크 쓰기 의무는 병원과 약국, 요양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등 감염 취약시설로 국한되게 됐다. 당국이 이번 조치에 이런 시설을 제외한 건 아무래도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경우 훨씬 치명률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이런 시설들은 오는 4∼5월에 있을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 논의에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대중교통 안에서 마스크 의무가 해제된 첫날인 20일 버스와 지하철 등에서 마스크를 벗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방역 당국이 혼잡시간대 대중교통 이용자들은 마스크를 써 달라고 권고한 게 영향을 준 측면도 있지만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답답했던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숨 쉴 수 있어서 좋다며 반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여전히 1만명 이상 발생하는 상황에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여전하다. 당국의 조치가 불편했던 일상을 되돌려주는 의미인데 아예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마저 무장 해제하는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까 염려된다는 것이다.

사실 출퇴근 시간대 버스와 지하철은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붐빈다. 이런 밀집한 군중 사이에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끼어 있을 경우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삽시간에 다수가 감염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따라서 출퇴근 시간대만이라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지속하는 게 옳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교회도 여전히 마음을 놓기가 쉽지 않다. 예배당 공간이 간격을 두고 띄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좁은 공간 안에서 통상 기다란 예배용 의자에 여러 명이 촘촘히 앉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찬송을 부르며 한 시간 이상 예배를 드리면 감염 위험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교회는 지난 1월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에도 여전히 예배 중 마스크 쓰기를 권장하는 분위기다. 조심해서 나쁠 게 없다는 생각이지만 코로나19가 위중하던 시기에 일부 교회의 집단 감염사태로 교회공동체 전체가 큰 곤욕을 치렀던 그 ‘트라우마’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스크 쓰기는 손 씻기와 함께 어느덧 우리 사회에서 코로나19 방역의 기본 상식이 되었다. 숨쉬기 불편해 당장이라도 벗고 싶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이젠 쓰는 게 더 자연스럽고 친숙하다는 사람도 있다. 당국이 마스크를 벗어도 좋다고 하는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지 않는 이유를 단순한 불안감으로 치부할 순 없다.

마스크 쓰기가 일상화됐다는 증거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마스크 판매량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지만, 계절성 질환인 감기와 독감 환자까지 현저히 감소하게 된 건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마스크 착용이 나 스스로를 보호하는 측면에서 나쁠 게 없다는 인식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뛰어넘은 결과가 아닌가 싶다.

다만 그런 인식은 코로나19의 위험 반경이 나와 이웃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지만 유지했으면 한다. 감염 우려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안 쓰면 허전하다거나 대인 기피용으로 계속 사용하는 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서다. 특히 예배 중에 힘있게 하나님을 찬송하는 대신 마스크를 쓴 입안에서 맴돌다 마는 게 습관화되면 영적 교통의 장애를 가져올 수도 있어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