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2 개정 교육과정’

오피니언·칼럼
사설

교육부가 22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과 각론을 확정 발표했다. 그러나 교계는 일부 개선에도 불구하고 ‘성혁명’ ‘차별금지법’ 내용이 그대로 들어간 것에 대해, 전교조 등 진보단체는 ‘성평등’이 빠지고 ‘자유민주주의’ 등이 포함된 내용에 각기 불만을 표시해 개정 교육과정을 둘러싼 갈등이 해를 넘길 전망이다.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등 전국의 1,200여 시민단체들은 22일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가진 집회에서 ‘2022 교육과정 개정안’의 폐기를 여전히 촉구했다. 국교위가 수정 의결한 교육과정안에 일부 개선된 부분이 있지만, 성적자기결정권, 성 건강권, 혐오·차별·편견 금지라는 ‘성혁명’ 구현 용어들이 폭넓게 남아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특히 국교위가 지난 14일 소위에서 성적자기결정권과 관련 성전환, 조기성애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적으로 충분히 안내해주어야 한다고 의결해 놓고도 정작 전체회의에는 상정하지 않은 것을 꼬집으며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의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2022 개정 교육과정’(안)의 폐기를 줄곧 주장해 오던 강경 일변도에서 약간의 변화도 있었다. 국교위가 지난 14일 보건 과목의 ‘섹슈얼리티’ 용어를 삭제하고 ‘성적 자기결정권’ 용어의 성취기준과 그 해설에서 “성전환, 조기성애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안내해주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수정 의결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힌 점이다.

반면에 전교조 등 진보단체들은 교육부가 확정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윤석열 정권의 교육과정 퇴행”으로 규정하는 등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이들은 국교위가 “정권 입맛대로 교육과정을 휘둘러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중립성을 훼손했다”며 ‘2022 개정 교육과정’(안)의 철회를 촉구했다.

이처럼 보수 진보 모두에 환영받지 못한 ‘2022 교육과정’의 개정 작업은 지난 2021년 4월에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교육과정 총론에 포함될 주요 사항을 발표하고 정책 연구진을 구성해 총론과 교과별 각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올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문 정부가 임명한 연구위원들에 의해 주도된 좌편향적 교육과정 개정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가시적인 변화는 교육부가 지난 11월 9일 교육과정 시안을 행정예고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성평등’과 ‘성소수자’ 용어가 삭제되고, ‘자유민주주의’가 추가된 게 대표적이다.

사실 이런 변화를 주도한 건 국민참여소통채널에 ‘성평등’ 등 좌편향 교육과정에 반대 목소리를 낸 국민이다. 특히 교계는 다음 세대에 바른 교육을 전수하기 위해 동성애를 부추기는 세력에 끊임없이 맞서왔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확정 발표하는 순간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교육부 제출 심의본을 표결한 지난 14일 밤 회의에서는 진보진영 위원들이 표결 직전 퇴장하는 소동도 있었다. ‘성평등’을 빼고 ‘자유민주주의’가 포함된 교육과정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찬성 12명, 반대 3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됐다. 그러나 7년 만에 이뤄지는 초중고교의 교육과정 전면 개편 과정이 끝까지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만 하다 종료된 건 아무래도 바람직한 결말이라 할 수 없다. 앞으로 시행과정에서 언제든 갈등이 수면 위로 표출될 여지가 있고, 그렇게 되면 피해는 교육 현장,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고스란히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계는 “교육계에서 우리 아이를 망치는 ‘성혁명’ ‘차별금지법’ 내용이 완전히 삭제될 때까지 학부모와 국민의 힘을 모아 강력 투쟁과 저항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대응수위를 예고했다. 진보단체들도 교육부가 확정한 교육과정을 “퇴행”으로 규정하고 수시개정 과정을 통해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향후 불씨가 어느 방향을 튈지 단정하기 어렵다.

교육부가 확정 발표한 새 교육과정은 2024년부터 초등학교에서, 2025년부터는 중고등학교에서 학년별로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앞으로 새 교육과정이 시행되는 2024년까지는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이 시간은 교육부가 다음 세대를 위해 어렵게 준비한 새로운 교육과정을 알차게 준비해야 할 기간이다. 따라서 현장에 적용하기 전에 이미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세워 초기의 혼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교계는 ‘성혁명’ ‘차별금지법’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투쟁과 저항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생각이고, 진보진영은 새 교육과정을 어떤 식으로든 뒤엎으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할 것으로 보여 새 교육과정을 둘러싼 갈등과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갈등과 진통은 어떤 의미에선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러나 과도하게 선을 넘으면 소모적인 정쟁으로 흘러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진영논리가 아닌 부모의 심장을 가지고 어느 것이 더 나은 선택인가를 판단해야 할 때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교육과정이 비록 처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내 자녀를 학교에 맡길 부모의 관점에서 보면 모두 불필요한 시간 낭비로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논란과 진통이 있었기에 ‘성평등’ 등 급진적인 ‘젠더’ 이념이 조금이나마 걸러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