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00원 돌파… 유학생들·수입기업 '비명'

엔화·위완화 가치하락, 수출업도 울상
2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2342.81)보다 28.49포인트(1.22%) 내린 2314.32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746.96)보다 32.58포인트(4.36%) 내린 714.38에 거래를 종료했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97.3원)보다 4.5원 상승한 1301.8원에 마감했다. ©뉴시스

#미국 뉴욕에서 5년째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이모(30)씨는 1년 만에 생활비가 350 달러나 줄었다. 뉴욕 맨해튼 첼시 지역에서 친구와 한 방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는 이씨는 매달 부모님께 250만원씩 받아 1200 달러를 방세로 내고 나머지를 생활비로 사용해 왔다. 지난해 1월만하더라도 1100원이었던 환율이 1300원까지 오르자 2270 달러 수준이었던 생활비가 1920 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씨는 1년 전만 하더라도 방세를 빼더라도 1000 달러가 남아 아껴쓰면 살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650 달러밖에 되지 않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외식을 아예 안 하더라도 맨해튼 물가로 절대 생활이 불가능하다. 학비에 용돈까지 지원받는 상황이라 부모님께 손을 더 벌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당시 수준인 1300원을 돌파했다.

24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97.3원) 보다 4.5원 상승한 1301.8원에 마감했다. 역대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건 1997~1998년 외환위기, 2001~2002년 닷컴버블 붕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생활비를 지원받는 유학생들과 해외에서 각종 물품을 수입해서 쓰는 수입업종 기업들은 이를 당장 살갗으로 체감하며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수입업체 입장에선 환율이 오르면 달러를 주고 원자재 등을 수입할 때 원화로 환산한 비용이 더 들어간다. 같은 양을 수입하더라도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대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내내 자녀 A씨를 운동시켰지만, 고 3때 갑작스런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두며 A씨의 미국유학을 준비해 온 양모(51)씨는 최근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양씨는 "진학하려는 학교의 학비가 비싼 편인데, 학비가 1년에 5500만원가량에서 갑자기 6500만원으로 1000만원이나 늘어난 꼴"이라며 속상해했다.

직구족들도 지갑을 닫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22년 1/4분기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실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쓴 신용·체크, 직불카드사용액은 지난해 4분기보다 10.4% 감소했다. 환율 상승으로 직구족들의 소비 역시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기 안산에 사는 이모(35)씨는 미국 유명 건강보조제 웹사이트를 통해 온 가족의 비타민 등을 챙겨 왔다. 이씨는 "3개월마다 400 달러어치의 영양제를 구매해 왔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44만원 수준이었는데 갑자기 52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카드수수료까지 포함하면 액수가 더 올라갈 건데, 당분간 아이들 것만 시키거나 국내 제품으로 갈아타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이러한 공식도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같은 물건을 수출하더라도 달러로 표시한 물건값이 내려가는 만큼, 수출 물량이 늘어 결과적으로 원화로 환산했을 때 매출이 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일본 엔화나 중국 위안화 가치도 함께 떨어졌고,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지나치게 가파른 데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2008년도는 환율이 1600원까지 갔는데 당시에는 한미스와프라는 안전장치가 있었다. 지금은 한미스와프가 없어서 하반기까지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에너지기업의 경우 원자재를 수입, 가공해 재수출하는데 원자재 상승이 가파라 이러한 수출기업에도 크게 호재가 되지 않는 상황"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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