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당사자의 정치 참여에 불을 붙이며

오피니언·칼럼
기고
이샛별(작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 날, 나는 '출마 선언'을 했다. 수도권의 중심지인 서울시 광역의회 비례대표로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시에서 국내 최초 여성 청각장애인으로서 출마 선언을 하면서 페이스북엔 많은 분의 응원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장애인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소외되어 왔다. 특히 정치적으로 참여하고 싶어도 여러 장벽에 부딪혔다. 장애인 당사자의 삶과 직결된 문제가 정치인만큼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은 중요한 의미가 된다. 장애인 당사자의 삶을 타인에게 맡기는 것보다 장애인 당사자의 정치참여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관련 정책을 공약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애영역의 의견이 많아져야 한다. 연일 이어지고 있는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동권 투쟁과 발달장애인 부모와 가족의 삭발 시위도 마찬가지다. 행동하지 않으면 움직이기 어려운 이 사회의 단면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상을 보며 성장한 나로서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여성 청각장애인으로서 최초로 출마 선언을 했고,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했다. 장애인 당사자가 정치에 참여하면서 장애인 복지에 필요한 예산과 정책을 마련하는 데 수월할 것으로 생각된다.

청각장애인은 타 장애유형과 다르게 늘 정보를 늦게 받을 수밖에 없다. 거의 음성언어로 이뤄진 정보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텍스트나 수어로 변환된 자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출마 선언을 하면서 공공수어통역사 배치 확대와 장애 아이와 비장애 아이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서울형 보육시스템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서울시에서 최초로 여성 청각장애인이 출마 선언을 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정치계에서는 어떤 반응일까? 정치적 기득권 세력 가운데 무척 어려운 과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청각장애인 당사자로서 도전한 만큼 많은 분이 응원하고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6.1 지방선거 이후에도 다양한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이 정책적으로 잘 반영될 수 있게 장애계와 연대하여 활동할 계획도 미리 만들었다. 정치 참여하는 장애인이 많아지도록 불씨를 붙이는 일에 일조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장애인 당사자 누구나 지역사회에서 함께, 누군가의 가족으로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자유롭게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함께할 것이다.

이샛별 작가

#이샛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