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21년 인고의 시간 뒤에 소망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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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이 저물고 있다. 한국교회에 지난 1년은 안으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정부의 예배 통제에 대응하면서 밖으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안 등 각종 악법 제정 시도에 치열하게 맞서 싸운 한 해로 기록될 만하다.

교계가 (일부 진보진영을 제외하고) 올 한해 그 어느 해보다 반대 목소리를 결집했던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법안 처리는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이상민·박주민·권인숙 의원 등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했음에도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하지 않은 채 뒤로 미룬 것은 아무래도 대선 영향이 크다. 대선을 앞둔 시기에 기독교계가 반대하는 법안을 무리하게 처리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거라는 정치적 판단 때문이다.

‘차별금지법’ 발의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된 후 14년간 발의와 폐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교계가 반대의견을 표출했지만 당시 여론도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다 21대 국회 들어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첫 대표발의한 후 여당 의원들이 잇따라 법안을 발의해 합세하면서 불씨를 살려나가고 있다.

교계는 이 법안이 지난 14년 동안 발의→폐기를 반복해온 것과는 다른 길로 가지 않을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그러나 교계는 ‘차별금지법’만은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이 법이 성별·인종·종교·장애·성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향하고 있으나 실상은 동성애를 조장하고 도리어 역차별에 의한 인권 침해가 심각한 사회 갈등을 유발하게 될 거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당한 비판까지 차별·혐오로 규정해 제재함으로써 정당한 사회적 기능까지 제한하는 법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 교계의 일반 정서다. 법안 처리가 해를 넘기게 됐음에도 관련 단체들은 지금도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쉼 없이 이어가고 있다.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지지부진한 틈을 타 교육현장에서 동성애를 옹호하는 조례가 제정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할 심각한 문제다. 지난 2012년 제정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는 많은 학부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1일부터 학생인권종합계획 제2기(2021~2023)가 시행되면서 현장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발표한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을 보면 이것이 왜 문제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논란이 된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보호 및 지원과 성평등 교육환경 조성은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에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반면에 탈동성애자·탈성전환자 학생에 대한 보호와 지원은 아예 없다. 교육계에서조차 형평성 측면에서 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조례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동성애에서 탈동성애로 전환하는 사람은 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자에 속한다. 그런데도 동성애자는 지원하면서 탈동성애자 지원을 배제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기독교계가 2022년에 예의 주시해야 할 법이 또 있다.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을 비롯한 19명의 의원이 발의한 ‘주민자치법’이다. 풀뿌리 주민자치를 명분으로 주민자치회를 만들어 각종 권한을 행사하게 만들겠다는 건데 위험성 뿐 아니라 위헌 소지마저 다분하다.

이 법안을 보면 주민자치회의 운영을 주민총회가 결정하는데 그 구성원이 읍·면·동 거주자와 직장인, 소재지 학교 교원 등 뿐 아니라 외국인도 포함된다. 그런데 이들이 가진 권한이 실로 엄청나다. 읍·면·동 주민투표, 조례 개폐 청구, 감사 청구 결정, 예산 편성, 행정사무 평가사항 심의, 주요 정책사업 사전 심의 등 일일이 열거하기가 벅찰 정도다.

대한민국의 헌법과 각종 법규는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만은 예외다. 국민 뿐 아니라 외국인도 자기가 사는 거주지 안에서 법에도 없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돼있다. 예를 들어 재중동포(조선족)들이 많이 거주하는 특정한 지역의 경우, 외국인 신분임에도 주민 투표를 비롯해 조례 개폐 청구, 예산 편성 등 모든 권한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다면 그곳을 과연 한국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법안의 가장 큰 위험성은 헌법을 고치지 않고도 얼마든지 개헌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게 한 점이다. 사실상 행정부와 지자체의 권한이 주민자치회로 넘어가게 만든 것인데 이것만으로도 헌법이 정한 권한 규정을 무력화시킬 수 있어 위헌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런데 이런 위헌적인 법률안을 왜 여당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발의했는지가 중요하다. 만약 이 법이 지향하는 목표가 지역별로 자체적으로 통치가 가능한 제도화에 있다면 이는 헌법을 고치지 않고도 ‘연방제’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그 끝이 ‘사회주의’에 닿아 있다면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오늘도 수많은 유관 단체와 성도들이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 악법 시도에 맞서 거리에서 목이 쉬도록 외치고 있다. 교회와 대정부, 대사회 창구 역할을 하는 교회연합기관들을 비롯해 한국교회 전체에 부과된 짐을 소수의 단체가 온전히 짊어지기엔 힘이 벅차다. 이들의 외침이 허공을 떠돌지 않도록 새해엔 보다 유기적인 연대가 발휘되기를 바란다.

저물어 가는 2021년은 코로나19로 인해 한국교회에 환란과 동시에 인고의 시간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다가올 새해는 인내가 연단을, 연단이 소망을 이루는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롬 5:3~4)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