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차장-與 접촉' 논란…"안부통화" vs "감찰하라"

여운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장이 지난 2월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윤호중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위원장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했던 당시 검찰의 범여권 인사 고발사주 의혹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여운국 차장검사가 여당 의원과 통화하는 등 부적절한 접촉이 있었다는 보도와 관련, 공수처가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공수처는 17일 해명 입장문을 통해 여당 의원과의 통화 경위와 내용 등을 밝히며 반박했다.

공수처는 "공수처 차장은 수사뿐만 아니라 대국회 업무를 포함한 일반행정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지위"라며 "이같은 지위와 현실에서 차장은 공수처를 통할하는 법사위 소속 의원의 전화를 회피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차장은 10월 공수처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모 의원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며 "안부를 묻고 답한 극히 짧은 시간의 대화였고, 대화 말미에 인사 차원에서 식사 약속 일정 제의를 완곡히 거절하다 날짜를 특정하지 못하고 유야무야 된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특히 "대화에 수사 관련 내용은 일체 포함돼 있지 않았으며, 이미 해당 언론사 취재 요청에 밝힌대로 '22일 약속을 잡았다가 뒤늦게 취소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사적인 통화나 수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부적절한 접촉'으로 보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공수처는 "차장이 수사 중인 중요 사건의 주임검사임에도 지난 16일 법사위 예산소위에 참석해 2022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공수처법 개정안과 관련해 다시 국회를 찾아야 하는 등 기관 운영을 위해 국회 업무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공수처는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며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논란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계속됐다. 야당 법사위원들은 김진욱 공수처장에 '감찰'까지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인 반면, 여당 법사위원들은 과도한 정치적 공세라고 맞섰다.

야당 간사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김 처장에게 "감찰하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여운국 처장은 수사 대상이다. 공무원은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한다. 수사기관에 있는 사람은 더, 지금은 선거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처장은 "통화는 국감이 끝나고 박(성준) 의원이 전화해서 '수고 많았다', '살이 좀 빠진 것 같다'고 덕담을 한 것"이라며며 "통화는 1분 정도였다고 들었다. 그리고 시간 될 때 식사하자고 얘기했는데 수사 진행 중이라 그건 곤란하다고 했다"고 거듭 의혹을 일축했다.

통화 당사자로 지목된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이 끝나고 전화를 드렸다. 덕담으로 식사하자고 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야당 의원이 공수처에 전화했다고, 김웅 의원 압수수색 때 항의전화 받았느냐"고 물으며 역공에 나섰다.

이날 공수처는 해명입장문에 여 차장이 국민의힘 권성동·전주혜 의원의 전화도 받은 사실이 있다는 내용을 넣었다가 이를 뺀 수정된 해명입장문을 재차 내기도 했다. 여 차장과 여당 의원의 통화가 특별할 게 없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가 불필요한 논란을 우려해 뺀 것으로 보인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여 차장과의 통화와 관련해 "(김웅 의원실 압수수색 한 날) 9월10일 오후 4시 넘어 공수처 차장 부재중 전화가 있어서 통화한 것이다. 압수수색 일시 중단 상태를 잘 풀어보려고 국민의힘에 제안하는 내용을 저한테 전해왔다"며 "그런데 공수처에서 '야당도 전화한다'고 끌어들이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여 차장·박 의원 통화에서) 수사 관련 내용은 없었지만 수사기관이 통화했다는 것 자체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조금 더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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