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드 코로나’가 연착륙하길 바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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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어서면서 정부가 다음 달 초에 시행하기로 한 ‘위드 코로나’, 즉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방역체계의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2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 공청회’를 통해 식당·카페 등의 운영시간 제한을 해제하는 내용의 이행계획 초안이 발표되자 기대감에 한껏 부푼 모습이다.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 초안을 내놓게 된 것은 23일 오후 2시를 기준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 완료자 수가 전체 인구 대비 접종 완료율 7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여기서 접종 완료율 70%는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방역체계를 전환하기 위해 내세웠던 핵심 조건이다.

정부는 당초 집단면역 달성을 통한 코로나19 종식에 방역 목표를 뒀었다. 그 어떤 나라보다 강력한 통제를 가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전파력이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이 목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자 어쩔 수 없이 ‘워드 코로나’ 즉 코로나와 함께 가는 생활방역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아직도 1,000명대 중후반에 머물러 있는 현실에서 그동안 시행해 온 고강도 방역의 고삐를 푸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과 함께 비판적인 여론 또한 적지 않다. 자칫 방역에 대한 경계심이 느슨해져 한꺼번에 대유행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전 국민 예방접종 70% 달성으로 위중증률과 사망률을 낮추게 되었다고 보고 계획대로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을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교계의 관심이 집중된 교회 예배의 경우 내달 1일부터는 백신 접종에 상관없이 수용인원의 50%까지 대면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됐다. 또 접종 완료자만 참석할 때는 인원 제한도 없어진다. 다만 이런 내용은 아직까지는 초안에 불과하다. 공식 시행으로 이어지기까지 변수도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초안을 살펴보면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방역체계의 변화는 1차에서 3차로 점차 그 기준을 완화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1차는 생업시설 운영제한 완화, 2차는 대규모 행사 허용, 3차는 사적 모임 제한 해제다. 여기서 교회 예배 인원 기준 완화는 1차 개편부터 50%선에서 적용되지만, 금지되고 있는 소모임이나 식사 등은 2차 또는 3차 때나 풀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변수는 1차 시행 이후 코로나19 대유행이 다시 재발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렇게 될 경우, 다음 단계로의 나아가는 것은 고사하고 이전보다 후퇴할 수도 있다. 그런 조짐 때문인지 27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전날보다 700명 가까이 늘어난 1952명으로 집계돼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당장 10월 31일 할러윈데이를 앞두고 방역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다음 날이 공교롭게도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는 첫날이라 방역 당국을 더욱 긴장케 하고 있다. 겨울철에 들어서면서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정부가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단계적 방역 기준을 새롭게 짜게 된 것은 백신 접종률이 일정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누적된 피로감과 특히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제적 타격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일종의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다. 즉 아직 정부와 감영병 전문가들 사이에서 ‘워드 코로나’ 시행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일단 11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나마 일상회복의 첫 걸음을 떼기로 한 것도 그런 고충과 부담이 깊이 작용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교회 예배를 기존의 10~20% 수준에서 50%로 확대 완화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조치로 여겨진다. 한교총이 정부의 시행 초안이 발표되자마자 발표한 성명에서 “늦은 감이 있지만 교회의 예배 회복과 사회의 일상회복 시작으로 반긴다”고 한 것도 그런 교계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으로 비친다.

그러나 교계 일각의 정부에 대한 불편한 시각 또한 여전하다. 그동안 지나칠 정도로 과도한 봉쇄적 방역 통제에서 자율 생활방역으로 전환함으로써 국민의 고통이 다소나마 덜어지게 된 것은 다행이나 예배를 교회의 완전 자율에 맡기지 않고 여전히 정부의 통제 영역에 가두려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그것이다.

정부가 방역 기준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것은 목표로 삼은 백신 접종률의 달성이 뒷받침이 됐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일방적인 통제 위주의 방역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런 마당에 생활방역, 자율방역으로 전환하면서까지 교회 예배를 여전히 몇 %라는 예외조항에 가두려는 것은 자율 생활방역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 22개월 간 고수해 온 통제 일변도의 봉쇄적 방역 정책은 이제 다시 되돌아갈 수 없게 됐다. 그런 만큼 개인 방역수칙 준수와 백신 예방접종 참여 등에 따라 일상회복이 우리 사회에 순조롭게 뿌리내릴 수 있을지, 대유행의 도화선이 되어 사태를 파국을 몰고 갈지 판가름 나게 될 것이다.

이런 중차대한 고비에 한국교회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교회가 교회다움을 회복하고 나라를 위해 기도하며, 자율방역에 솔선수범할 때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동시에 정부와 정치권도 신앙이야말로 정치와 행정력만으로는 할 수 없는 훨씬 크고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시는 함부로 그 영약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

‘위드 코로나’가 우리 사회에 연착륙하기를 바란다면 사회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교회 공동체를 적대시하고 통제해온 과잉 행정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부터 세우는 노력을 다시 해야 한다. 아직도 그걸 모른다면 그건 무지가 아니라 아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