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대선 후보경선, ‘자기들만의 리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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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에 앞서 진행되고 있는 여야 각 당의 대선 후보 선출과정이 각종 의혹과 경선 불복, 네거티브 추문으로 얼룩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자칫 국민이 등 돌리는 ‘자기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우려마저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이 지사는 지난 대선에 이어 재차 도전한 대선 경선에서 최종 50.29%의 누적 득표율을 기록해 집권여당의 대선 후보로서 본선에 직행하게 됐다.

그러나 이 지사의 여당 최종 대선후보 확정에 돌발 변수가 생겼다. 경선 2위를 기록한 이낙연 전 대표가 중도하차한 정세균 전 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득표를 당 선관위가 무효화한 것을 문제 삼아 사실상 경선 불복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와 집권여당의 대표까지 지낸 유력 대선주자가 경선이 끝난 후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것만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선 불복을 선언하는 것은 향후 대선 정치판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 전 대표로서는 어쩌면 결과에 따라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위험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여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이처럼 혼미하게 된 것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의욕적으로 추진한 대장동 개발에 대한 최근의 의혹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광주 전남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던 이 지사가 최종 3차 경선에서 28.3%를 얻는데 그쳐 62.37%를 얻은 이 전 대표에 참패한 것도 이 사건의 의혹이 막판 표심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의 이익환수’라며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삼아왔다. 그러다가 각종 비리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하루아침에 ‘부당 이익 환수’ 대상으로 말을 바꾸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로부터는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비리’라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검찰이 수사 중에 만에 하나라도 이 지사를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거나 기소하는 흐름으로 확대될 경우 대선 판도에 엄청난 파장이 일 수 있다. 또 검찰 수사가 이 지사와 직접 연결되지 않더라도 측근과의 연결고리가 드러날 경우 당내에서 후보 자격 시비 논란 등의 후폭풍이 일 수 있다.

이런 균열의 조짐은 이미 여당 내부에서 시작되었다. 이 전 대표 측의 설훈 의원은 7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장동 비리 의혹’과 관련해 “후보가 구속되는 상황을 가상할 수 있다”며 이 지사를 직격했다. 다른 경선 주자인 박용진 의원도 “이재명 지사가 다 책임져야 할 상황이라는 게 나오면 이 지사가 아니라 민주당이 다 죽는다”는 말로 사태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여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각종 의혹과 불복 선언 등으로 얼룩졌다면 야당인 국민의힘의 후보 경선은 계속된 막말과 추태로 일반 국민 뿐 아니라 지지자들까지 한숨 쉬게 만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8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 4명을 최종 대선 경선 후보로 확정했으나 이미 1차 경선과정에서 격화된 네거티브 공방이 정권 교체의 열망마저 싸늘하게 식게 만들고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지금까지 보수 궤멸, 네탓, 공약 표절 공방 등으로 귀중한 정책 토론 기회를 허비했다. 최근에 윤 전 총장의 손바닥 왕(王)자를 가지고 벌인 무속논쟁은 야당 후보들이 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토론시간에 상대에 대한 흠집내기에 올인하다가 토론이 끝난 후에 이어지는 후보 간의 고성과 삿대질은 더 이상 갈 데 없는 막장극의 연장전을 보는 듯하다.

국민은 야당 후보들 간의 지리멸렬한 네거티브 공방을 보다 못해 아예 외면하며 등을 돌리고 있다. 최근 갤럽조사에 따르면 정권교체에 공감한다는 응답자가 52%로, 정권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35%에 비해 17%포인트나 높게 나왔으나 우세한 정권교체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야 후보 간 지지율 대결에서는 여전히 여당 후보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현 정권의 각종 정책 실패와 최근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에도 불구하고 여당 후보 지지율이 야당의 어느 후보보다도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아직까지 야당에는 뽑고 싶은 인물이 없다는 게 아니겠나.

한교연은 지난 5일 발표한 성명에서 “국민은 다음 대통령이 얼마나 대한민국을 바르게 영도할 자질과 능력, 인품을 갖춘 인물인가가 궁금하지 상대를 헐뜯고 조롱하는 인신공격에 능한 후보에게 표를 줄 마음이 전혀 없다”며 “무슨 수를 써서든 최종 대선후보가 되어 오로지 권력을 쟁취하겠다는 욕망과 자가당착에 빠진 정치인들 간의 죽기살기식 진흙탕 싸움은 승자 없이 모두를 패자로 만든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일갈했다.

지금 야당 후보들은 현 정권의 실패가 무엇 때문인지 정확히 분석하고 차별화된 해법과 대안을 제시해야 할 때다. 제대로 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도 이미 식어버린 국민의 가슴에 기대와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절체절명의 시기에 네 탓 공방이나 하며 언어폭력에 가까운 막말로 상대를 난도질하면서 내 지지율이 올라가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적은 짓이다. 정치판에서 네거티브로 상대를 죽이는 것은 잠깐은 유익이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함께 자폭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야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일말의 기대마저 완전히 접기 전에 더 이상의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추태를 끝내고 제대로 된 정책과 비전, 수권 능력을 보여주는 지극히 정상적인 경선으로 돌아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