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루 총회’ 부실 졸속 총회로 끝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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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들어 장로교단들이 일제히 총회 일정에 돌입했다. 장로교단들은 헌법과 규칙이 정한 대로 매년 추석을 전후해 3~5일간 정기총회를 개최해 왔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교단들마다 총회 일정을 하루 또는 이틀간으로 대폭 단축함으로써 벌써부터 부실 총회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제4차 대유행의 정점에서 하루 확진자 수는 1,300명에서 2,000명대를 오르내리기를 두 달여 계속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차량 시위에 나서는 등 집단 항거에 나서고 있지만 수도권의 확산세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거리두기 4단계 하에서 교회들은 예배당 좌석 수의 10%, 99명 이내에서만 예배를 드릴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지금의 방역수칙으로는 수도권과 전국 4단계 지역에서 9월 중에 대면총회를 개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총대 수가 1,500명이 넘는 예장 합동과 통합 등 대 교단의 경우 지난해처럼 분산 개최하고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방법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자 각 교단들은 저마다 이런 문제들을 깊이 고민해 왔다. 통합 측의 경우, 1,500명의 총대를 총회 장소인 파주 한소망교회 한곳에 다 수용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인근의 2개 교회를 예비 총회 장소로 지정해 놓는 등 코로나 상황을 대비한 1~3안을 준비해 왔다. 합동 측도 수도권이 아닌 울산 우정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하는 만큼 수도권보다는 비교적 고민이 덜한 편이지만 1,600명의 총대를 한 장소에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3개 교회에 분산해 화상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두 교단 외에도 예장 백석과 합신 등 많은 장로교단들이 예전의 3~5일간의 총회 일정을 대폭 단축해 하루에 모든 회무처리를 하기로 정했다. 이는 문체부가 각 연합기관에 보낸 공문에서 “교단의 정기총회는 공무 및 기업의 필수 경영활동에 준한다”고 해석함으로써 대면총회는 가능해졌으나 식사제공과 숙박은 금지한 조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교단마다 고민이 크지만, 국민 정서를 고려해 일정을 대폭 단축하는 식으로 방역에 솔선수범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장로교단이 ‘하루’ 총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은 아니다. 기장 총회는 28~29일 이틀 일정으로 청주제일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한다. 거리두기를 감안해 청주지역 3개 교회에 총대를 분산하기로 하되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숙식은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예장 고신은 28일부터 30일까지 총회를 갖는다.

이처럼 주요 장로교단들이 총회 일정을 대폭 단축하기로 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민정서와 총회 개최 장소 지역주민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총회 참석에 앞서 코로나검사를 받거나 백신 접종 완료 여부를 확인하기로 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합동 측은 총대를 비롯한 모든 참석자에게 PCR 검사를 의무화하고, 음성으로 확인된 사람만 회의장에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백신 접종 여부는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통합 측은 총회에 참석하는 총대 전체가 코로나검사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하고, 확인서를 준비하지 못한 경우는 총회 당일 파주시가 교회 마당에 마련한 검사소에서 즉석 검사를 한 후 음성일 경우에만 출입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장소를 분리해 본당에는 백신 2차 접종을 마치고 14일이 경과된 총대만 입장할 수 있고, 백신 접종을 마치지 못한 사람은 본당이 아닌 부속실을 사용하도록 했다.

통합 측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코로나 검사와 백신 접종 완료 여부까지 꼼꼼히 따지는 것은 방역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현장에서 코로나 검사 후 음성인 사람만 출입이 가능하도록 한 것에 더해 백신 접종 완료 여부를 따져 회의장을 분리하기로 한 것은 자칫 총대 간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다. 현실적으로 60세 이상의 총대라면 백신 접종을 대부분 마친 상태지만 50대는 본인의 의사에 상관없이 1차 접종 후 10월 경에야 2차 접종을 하게 되어 있어 이런 불가피한 상황에 ‘페널티’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주요 교단들이 총회에 앞서 코로나19 감염병 차단을 위해 이처럼 꼼꼼하게 챙기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문제는 코로나19 신경 쓰느라 무리하게 단축한 회무처리 일정과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으로 인해 정작 중요한 정책 결정이 소홀하게 취급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주요 교단들은 지난해 30여 개의 거점 교회로 총대를 분산해 화상회의를 진행해 본 결과 드러난 의사소통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는 인근 2~3개 교회로 분산 개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기계적인 문제는 일부 보완되겠지만 그런다고 총대들의 의사 개진이 원활하게 이뤄지겠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길게는 5일까지 진행되던 총회 일정을 하루, 또는 반나절로 단축할 수 있냐는 것이다. 아무리 효율적인 총회 진행을 한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모든 사안을 처리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시간상 올 총회도 선거만 하다 끝날 수 있는 개연성이 커 지난해 제기되었던 부실 총회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장로교 총회가 선거 총회, 졸속 부실 총회로 끝나선 안 되는 이유가 있다. 국회에서 논의되는 동성애 차별금지법, 평등법,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 등 각종 악법에 대한 총회적 결의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간에 쫓겨도 불요불급한 절차는 대폭 생략하되 한국교회가 한목소리를 내서 대처해야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분명한 결과물을 내는 실속있는 총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