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를 신학적으로 숙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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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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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CK 사건과신학, 영화 ‘미나리’ 관련 글 게재
영화 '미나리'의 한 장면. ©스틸컷

NCCK 사건과신학에서 최근 영화 '미나리'를 소재로 신학적 함의를 되짚어보는 글을 모았다. 게제된 글들 중 김명실 교수(영남신대)는 제목 그대로 영화 '미나리'에 대해 신학적 숙고를 하는 글을 개제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이 글에서 "유명 배우의 시상 소식을 듣고 나는 영화 <미나리>도 성공한 상업영화라고만 생각했다. 더구나 원산지가 대한민국인 미나리를 제목으로 뽑았기에 한국인의 강인한 생명력을 찬양하며 애국심을 호소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래서 큰 기대 없이 관람을 시작했으나, <미나리>는 시작부터 나를 몰입시켰다. 화려한 극적 장치나 반전들이 거의 없었지만, 스크린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약 2시간 분량의 영화가 한 시간 정도의 짧은 영화로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히 나에게 이 영화는 마치 창조세계의 생명윤리를 다루는 한 권의 신학서적처럼 다가왔다. 피조물이요 또한 피조세계 관리를 위탁받은 청지기로서의 인간이 다른 피조물들과 생태계를 어떻게 대하고 보존해야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들었다. 지극히 보편적이면서도 충분히 신학적인 영화이다. 인간의 욕망으로 생태계 전체가 심각하게 훼손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영화 <미나리>는 삶의 가치와 지표를 보여주는 따뜻한 영화이다"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영화의 줄거리는 대강 다음과 같다. 한국에서 서로 뜨겁게 사랑하던 젊은이들이 결혼과 함께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민생활을 시작한다. 남편은 최고의 병아리 성 감별사로 인정받아 고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부인도 남편에게 감별 기술을 배워 함께 일을 했다. 두 사람이 성실하게 일하면 두 자녀와 경제적인 부족함 없이 대도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농장을 가꾸는 꿈을 키워나갔고, 마침내 전 재산을 팔아 미국 남부 알칸사주의 비옥한 땅을 구입한다. 가족 모두를 데리고 먼 낯선 땅으로 이사하는 장면이 영화의 첫 장면이다. 도착한 해보니 벌판 위에 서있는 이동식 주택 한 채가 전부였다. 태풍이라도 불면 속수무책이다. 수돗물 공급도 충분하지 않아 생활 자체가 어렵다. 부부의 반복되는 위기와 갈등은 예정된 것이었다.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아들로 인해 대도시로 돌아가자는 부인의 요구는 불화와 갈등을 증폭시킨다. 가족은 해체위기에 놓였다.

김 교수는 "구원투수로 아내의 어머니가 한국에서 들어와 부부가 일하는 동안 아이들과 친구해준다. 그러나 어머니의 도움도 잠시, 뇌질환으로 몸의 장애가 온다. 불편한 몸으로 쓰레기를 소각하다 실수로 수확한 농작물 모두를 태운다. 전 재산을 투자해 1년 농사를 성공시킨 주인공이 느꼈을 상실감이 어땠을까? 피땀 흘려 심고 가꾼 것들이 순식간에 재로 변한 것이다. 아름답게 가꾼 농작물들이 연기와 함께 재로 변하는 것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이 때 개울가에서 아무런 돌봄 없이도 잘 자라난 미나리가 등장한다. 어머니가 한국에서 가져와 적당한 곳에 아무렇게나 뿌려둔 미나리 씨앗들이 알아서 잘 자라 멋진 미나리 밭을 만들었다. 하나님이 하신 일이다. 이것이 깊은 실의에 빠져 있던 주인공과 가족들에게 새 희망이 되었다"고 했다.

이에 김 교수는 "그렇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생명은 우리의 수고와 노동의 대가를 넘어선 하나님의 선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이 보다 효과적으로 생산하고 관리하기 위해 농축산업을 발전시켰지만, 모든 생명은 하나님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되는 순간이다. 미나리는 희망이다. 미나리는 새로운 기회이다. 미나리는 인간의 수고와 노동 너머에 기다리고 있는 하나님의 은총을 가리키는 메타포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주인공이 왜 안정된 소득이 보장되는 삶을 포기하고 편의시설도 부족한 땅에 전 재산을 투자하여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맡기려고 하는 것일까에 대해 가정도 해봤다.

김 교수는 "<미나리>라는 제목은 주인공 내면의 갈등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 감독이 보여주려는 주인공의 내면세계는 장면전환을 위해 반복적으로 사용된 하나의 이미지에서 더 잘 보인다. 그것은 쉬지 않고 연기를 뿜어대는 잿빛의 높은 굴뚝이다. 달걀을 낳을 수 없는 수컷 병아리들은 감별사의 손을 거쳐 폐기물 바구니에 담겨지고, 곧장 산채로 소각장에 내던져 화장된다. 병아리들에게 수컷으로 태어난 것은 재앙이었다. 결코 유쾌하지 않은 장면이다. 이 이미지가 영화의 장면전환에 자주 쓰인다. 감독은 주인공이 고소득에도 불구하고 매일 매일 생명을 죽이는 일의 부담이나 허무함 등으로부터 달아나고자 했음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필자의 눈에도 주인공은 죽이는 일이 아니라 살리는 일을 하려고 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인간에게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갓 태어난 병아리를 다시 불 속에 던지는 일을 반복하는 것보다, 비록 고소득이 보장되지는 못할지라도 자신의 수고와 노동이 아름다운 과일과 채소들로 열매 맺게 되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끝으로 "땅은 신이 인간에게 허락한 선물이다. 영화 <미나리>는 인간의 욕심으로 일그러진 우리의 생태계를 조명하며, 그것이 결코 우리에게 행복일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이제 생명은 공장이 아닌 땅에서 나와야 하며, 인간은 창조주의 자리가 아니라 피조물을 관리하는 자리로 다시 돌아와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인간은 생명을 살리는 일에서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한다. 생명의 가치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 영화 <미나리> 제작자와 배우들에게 고마움이 크다"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