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권 대선 후보, 왜 나여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오피니언·칼럼
사설

내년 3월에 치러지는 20대 대통령선거를 8개월이나 앞둔 시점에서 벌써부터 열기가 뜨겁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데 이어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7월 1일 SNS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유력한 야권 대선 후보로 거명되는 최재형 감사원장도 지난달 28일 “대한민국을 위한 역할을 숙고하겠다”며 중도 사퇴했다.

현재까지 제1야당인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면서 유력한 야권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첫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씨도 야권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현 문재인 정권에서 정부 요직을 맡았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그런데 정치인 출신도 아닌 문재인 정부의 고위 공직자가, 왜 하필 정부 여당에 등을 돌리고 반대편인 야권의 대통령 후보로 떠오르게 된 걸까. 이는 분명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흔한 장면은 아니다. 아무리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게 정치판이라 해도 자칫 잘못하면 배신의 낙인이 찍혀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이 중도 사퇴하고 바로 대선전에 뛰어드는 것이 검찰과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것이란 우려와 비판도 만만치 않다. 특히 여권은 이들이 국민을 볼모로 자기 정치를 한 것이라며 비판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 사이에서는 이들을 꾸짖기보다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 한국 정치사의 지형을 온통 뒤흔들고 있는 이런 현상의 배경에 현 정권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들을 여당이 아닌 야권 유력 후보로 만든 건 다름 아닌 문재인 대통령과 180석의 여당의 오만과 독선, 무능, 내로남불에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수사를 지휘한 윤석렬 검사를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며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전적인 신뢰를 표시했다. 그러나 막상 현 정권의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자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정치적인 찍어내기로 일관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국회에서 나와 월성1호기 원전 폐쇄와 관련해 “감사원장이 되고서 이렇게 (피감사자들의) 저항이 심한 것은 처음 봤다. 자료 삭제는 물론이고, 사실을 감추고 허위 자료를 냈다”며 소신 증언했다. 이로 인해 청와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여권 핵심부의 정치적 외풍에 당당히 맞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의 근간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반대해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번번히 갈등을 빚다 경질됐다. 그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랐던 2018년 5월 부산 벡스코에서 기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과 시장·사업주의 수용성을 충분히 고려해 목표 연도를 신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문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해 경제관료로서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 야권 주자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그동안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정책보다 열풍처럼 번지는 ‘반사효과’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점에 있다. 즉 현 정부에서 탄압을 받는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이라는 것만으로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이미 유력 대권 주자가 돼버렸다.

이들이 모두 정치 경험이 일천한 공직자 출신이라는 점에서는 앞으로 과연 대한민국의 오늘과 미래를 믿고 맡길 수 있을 만한 능력과 비전을 갖춘 인물인지 냉정한 검증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과거 ‘김대업’ 식의 날조 정치공작은 곤란하다. 당장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풍문으로 떠돌던 부인과 처가와 관련된 ‘X파일’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그 가운데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 신상털이식 추문은 막장 중에 막장이다.

그런데 정작 국민은 대선 주자의 신상털이에는 큰 관심이 없다. 여권 유력 주자의 하나인 이재명 경기지사만 봐도 과거에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설, 형수 막말 녹취, 모 여배우와의 염문설 등으로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었으나 최근 지지율을 보면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이런 현상은 잠시 반짝하다 시간이 갈수록 그 열기가 식을 수밖에 없다. 그때부터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외교 안보 등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자격이 있는가 하는 구체적이고 세밀한 검증 작업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야권 후보들은 현 정권이 국민의 마음에서 멀어지게 된 각종 경제정책의 실패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또 허물어진 상식과 공정, 법치를 다시 세우는 문제, 적폐와 개혁을 구실로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가른 분열과 ‘내로남불’을 어떻게 치유할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식견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복원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대화의 장으로 들어오도록 한미동맹을 한층 튼튼하게 복원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소신과 비전도 국민께 알려야 한다. 어디 이뿐인가. 가짜 인권으로 가장한 ‘젠더 이데올로기’ 실현을 목표로 한 차별금지법, 평등법 입법 시도야말로 국민의 기본권을 말살하는 가장 무서운 법치의 파괴행위라는 것에 동의하고 온 국민과 함께 싸울 뜻도 밝혀야 한다.

야권 후보는 너나 없이 모두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려면 현 정부와 여당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부터 명확히 알아야 최소한 실패의 반복, 오류의 연장선을 끊을 수 있다. 그 다음에야 이 모든 것을 뛰어넘을 자질과 능력이 내게 있음을, 왜 나여야 하는지에 대한 믿음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