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처음으로 함께 이용한 대중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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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경기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중증 청각장애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기에, 필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늘 신경을 쓴다. 지하철의 목적지 알림음과 버스 도착 안내 음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내려야 할 곳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창문을 수시로 확인하는 버릇이 생긴 지도 오래다.

어버이날을 맞이해 아이와 함께 고속버스를 타고 친정 부모님 댁으로 가게 됐다. 처음으로 하는 도전이었다. 혼자 있을 때도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 많은데, 내 아이와 함께 하는 길은 몇 배 더 힘들었다. 자가용을 탈 때는 아이를 카시트에 태워 안전하고 편안하게 오갔지만, 대중교통 이용은 차원이 달랐다. 한창 호기심이 많은 시기인 4살 아이는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바람에 기진맥진할 정도였다. 내가 놓친 찰나의 순간으로 아이가 다칠까 싶어 손을 꼭 잡으며 당부했다.

첫 번째 난관인 지하철은 워낙 많은 사람이 이용하기 때문에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이 높았지만, 아이의 마스크를 제대로 확인하고 손을 꼭 잡았다. "지하철을 타고 갈 거야"라고 몸짓으로, 손가락으로 지나가는 지하철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처음 보는 지하철을 향한 아이의 시선은 빛이 났다. 지하철에는 빈 좌석이 없었는데, 다행히 자리를 양보해주신 어르신 덕분에 아이는 앉아서 갈 수 있었다.

고속터미널역에 내려서 예약해둔 버스 승차장을 확인하려던 순간, 아이는 내 손을 뿌리치고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불과 출발 시각 2분 전이였다. 발버둥 치는 아이를 억지로 안아 들어 발바닥에 불날 정도로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나와 아이가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문이 닫혔다. 탑승 후에 모바일 티켓을 기계에 대니 소리는 나는데 인식이 잘 안 되었다. 재차 해보려는데 아이가 문제였다. 출발하려는 버스 안에서 넘어질까 걱정이 되었다. 조급해지는 마음을 누르고 다시 해보니 그제야 티켓이 인식됐고, 비로소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앉은 후에는 모두가 이용하는 대중교통 안에서 민폐를 끼치지 않게 예의와 질서를 가르쳐야 했다. 오랫동안 한자리에 앉기 어려운 어린아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에 더욱 난관이 많았다. 몇 분 동안 숨을 고르고 나서 남들에게 들릴세라 조용히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이며 간식을 건넸다. "예준아, 사람들은 코~ 자고 있어. 그러니까 젤리 먹으면서 만화 보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모님이 계시는 곳에 도착하기 10분 전까지 얌전하게 있어 주었다.

사실 아이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시선은 다른 데로 가 있었다. 휠체어와 어르신, 그리고 아이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에 아직도 얼마나 많은 것이 변화해야 할까를 생각했다. 소리의 부재 가운데 성장한 엄마와 소리를 알아가는 아이의 사이에서, 불편을 느끼는 데에 같은 마음이던 날이다.

이샛별(경기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