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선구마사’ 중단 사태, 정부 친중 노선 ‘꿈 깨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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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선구마사’라는 사극 드라마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면서 방영 2회 만에 중도 하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논란이 된 부분은 세종대왕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형들에게서 밀려나 명나라 국경 근방의 기생집에서 주색잡기에 빠지는 장면과, 그 기방에 나온 음식들이 모두 중국의 대표적인 음식들인 점에서 중국을 대놓고 홍보하는 듯한 내용에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가 방송된 직후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5천여 건의 민원이 접수됐고, 지난달 24일에는 드라마 방영 중단을 요청하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올라와 이날 기준 18만여 명이 넘는 국민이 동의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자 해당 방송사는 문제가 된 장면을 모두 삭제하고, 내용 검수를 위해 예정된 방송까지 결방을 결정하는 등 진화에 나섰으나 악화된 여론을 돌이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광고주들까지 서둘러 손절에 나서자 방영 2회 만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소위 ‘판타지 사극’이라는 장르에서 불거진 역사 왜곡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뼈대에 살을 붙이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오로지 자신의 상상력에 의존하다 보니 시청자들로 하여금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혼동하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조선구마사’ 사태가 불러온 역사왜곡 논란은 이전과는 분명 결이 달라 보인다. 비록 드라마 상의 논란이지만 중국의 ‘동북공정’ 관련 이슈들과 맞물리면서 시청자들의 반중 정서가 한꺼번에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들어 중국이 김치, 한복, 삼계탕 등 우리의 고유문화까지 자기 나라에서 유래됐다는 억지 주장이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나 창작물의 사실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나서는 것이 단순한 비판을 넘어 창작의 활동까지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다. 다만 이번 사태가 단순한 역사왜곡에 대한 일회성 분풀이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갈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친중 노선은 동맹국인 미국 뿐 아니라 국제사회까지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그런 결정적인 장면을 다른 사람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 제공했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1월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하며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했다. 이 사실이 중국 인민일보 보도로 알려지면서 서방세계가 한국을 보는 눈이 우려에서 실망으로, 다시 실망에서 분노로 바뀌었다.

당시 미국 조야에서는 한국 정부를 향해 “실망스럽고 걱정된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밥 메넨데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러려고 우리가 함께 피를 흘리고 한국을 위해 싸웠나”라고 반문할 정도였다.

경제대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과거 역사에 발목을 잡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국익 차원에서 분명 손해다. 또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국의 실질적인 역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가와 국가 간에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 신의를 존중하는 가운데 발전돼 나가야 할 사안이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상태에서 손익계산만 앞세우다보면 정치 경제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대놓고 깔보고 무시하는 태도로 나오는데도 고개 숙이고 아무 말도 못하는 것이 ‘동방예의지국’의 덕목은 아니다.

중국이 우리나라를 침략하고 주권을 침탈한 역사는 일제 강점기 못지않다. 조선시대에는 속국처럼 조공을 바치고 왕자를 인질로 보내야 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6.25 전쟁 당시 북한의 적화통일을 위해 중공군을 파병해 그들에 의해 희생된 국군과 유엔군, 국민이 어디 한둘인가.

그런데도 정부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 영유권 주장에는 ‘죽창가’를 불러대며 국민 사이에 반일 감정을 부추겨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온 반면에 중국의 역사왜곡인 ‘동북공정’과 ‘한한령’ 같은 문화적 침탈 행위에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여 ‘이중 잣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2월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그런데 공항에서 영접한 사람은 일개 차관보였다. 문 대통령은 중국 방문 3박4일 일정 동안 중국 정부로부터 온갖 수모를 다 당했다. 그런데도 중국을 향해 “큰 봉우리”, “한국은 작은 나라”로 지칭해 국민들 속을 부글부글 끓게 만들었다.

지난 3일 중국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 장관회담 직후에 정의용 외교부장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방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중국측 발표문에는 이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발표에도 그 비슷한 내용조차 없었다.

정부가 중국, 북한 등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 볼 때도 매우 불행한 일이다. 그 수치와 부끄러움이 대통령이 아닌 국민에게, 또 국격의 중대한 손상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정말 모른다면 이건 불행을 넘어 재앙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구마사’ 사태는 드라마에 대한 단순한 거부감의 표출이 아니라 내면에 정부의 친중 노선에 대한 국민적 저항과 경고의 메시지가 깔려있다고 본다. 국민은 지금 대한민국 정부를 향해 조선시대 ‘사대주의’에서 “제발 꿈 깨”라고 소리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