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재조사 안 한다… 유족·野 반발에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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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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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천안함 피격 재조사 진정 각하
천안함 ©뉴시스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11년 전 천안함 피격 사건의 원인을 재조사해 달라는 진정을 각하했다.

위원회는 진정인의 결격 사유를 문제 삼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재조사를 위한 명백한 증거나 사유가 없는 데다 생존 장병과 유가족은 물론 정치권까지 강력히 반발하자 서둘러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위원회는 2일 오전 11시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2010년 3월26일 발생한 천안함 피격 사건의 원인을 재조사해 달라는 진정 사건에 대해 7명의 위원이 만장일치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진정인 적격 여부에 대한 회의 결과, 진정인이 천안함 사고를 목격했거나 목격한 사람에게 그 사실을 직접 전해 들은 자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아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17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각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은 지난해 9월 진정 접수기한 만료를 앞두고 천안함 장병 사망 원인을 규명해 달라며 진정을 냈다.

규명위는 재조사 결정 이유에 대해 "위원회 구성원들 사이에 각하 사유가 명확하다고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일단 조사 개시 결정안으로 위원회에 상정하고, 위원회에서는 상정안을 존중해 조사 개시 결정을 하던 선례에 따른 결정이었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위원회가 신씨의 진정을 받아들여 지난해 12월부터 재조사를 벌여온 사실이 지난달 31일 뒤늦게 알려지자 유족과 생존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 조사에서 공식적으로 북한의 책임이 규명된 상황에서 각종 의혹을 주장해온 신씨의 진정을 토대로 재조사에 나서는 것은 유족과 생존자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지적이었다.

인터넷매체 서프라이즈 대표를 지낸 신씨는 천안함 사건 원인과 관련해 '좌초설' 의혹을 끊임 없이 제기해 왔다. 신씨는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 당시 민주당 추천으로 민군합동조사단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해 5월 민군합동조사단은 두 달 간의 조사를 거쳐 천안함이 2010년 3월26일 오후 9시22분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서 경계 임무 중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했다.

하지만 신씨는 정부 공식 발표 후에도 '좌초설' 의혹을 제기하면서 군과 합조단 관계자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6년 2월 일부 게시물에 대해 유죄(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를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선 무죄 판결이 났다. 당시 재판부는 신씨가 일부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항을 포함하거나 공격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은 비판의 여지가 크지만, 신씨가 특정인을 비방할 목적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렸다.

천안함 생존자전우회와 유족회 등은 석 달 만에 재조사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성명을 통해 "원치 않는 조사 개시 결정을 함으로써 유족과 생존자의 명예훼손은 물론 또다시 큰 상처를 주게 됐다"며 재조사 철회를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신씨에 대해 "2개월 동안의 조사단 활동 중 처음 단 1회만 참석하고 이후 조사 활동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갖가지 유언비어와 의혹을 제기했다"며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천안함 좌초설을 허위 주장하고 피고소인 신분으로 재판중인 자로서 진정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천안함 폭침 당시 갑판병으로 복무한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 회장은 페이스북에 "나라가 미쳤다. 46명의 사망 원인을 다시 밝힌단다"며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청와대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위원회는 특별법 17조 1항 '진정이 위원회의 조사대상에 속하지 않는 경우'를 들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신씨가 시행령 제18조에서 규정한 '특별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초 위원회는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17조 2항에 따라 '진정의 내용이 그 자체로서 명백히 거짓이거나 이유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각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진정 내용에 대한 판단이 아닌 '진정인 자격' 문제를 이유로 재조사 개시를 없던 일로 한 셈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재조사를 개시했던 위원회가 석 달 만에 다시 긴급 회의를 열고 '각하'를 결정한 것은 반발 여론이 확산되면서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번지는 것을 경계한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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