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텅 빈 곳을 풍성한 채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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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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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균 목사

본문 : 룻기 2장 17~23절

룻기의 구성은 총 네 장으로 되어 있다. 1장은 몰락한 가정의 룻과 나오미, 2장은 기업무를 자 보아스를 만나는 룻, 3장은 룻이 보아스에게 인애를 받음, 4장은 룻과 보아스의 혼인잔치이다. 초반부에 너무나도 비참할 정도로 몰락한 가정이 소개된다. 그런데 반전의 드라마가 연출되고 있다. 사실 나오미가 며느리 룻과 함께 베들레헴으로 돌아 왔을 때, 나오미의 가정은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황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룻은 이방인으로 여호와에 총회에 들어올 수 없었다. 또 남편이 죽어 저주받은 여인이라고 멸시를 받았고, 경제적으로도 그 누구 하나 도와줄 수 없는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나오미와 룻이 베들레헴으로 돌아온 후 어느 순간부터 양식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 흉년으로 모압으로 이주 갔을 때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룻이 밭에서 주어 온 이삭은 보리가 한 ‘에바’ 쯤 되었다. 출애굽기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성인 한 명이 일일 거두었던 만나는 한 ‘오멜’이었다. 한 오멜은 십분의 일 에바 분량이다. 즉 룻이 하루 거둔 양은 성인 십일 분량이었다. 배불리 먹고 받고 남는 양이었다. 텅 빈 인생에서 하나님은 풍성으로 채우신 것이다. 이러한 풍성은 어쩌다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밀 추수를 마치기까지 이어지라는 지속적 은혜였다(23절). 이렇듯 하나님은 우리에게 복을 주실 때 인색하게 주시는 것이라 화끈하게 책임져 주신다.

내가 살던 고향에는 동물원이 있다. 광장과 나무가 많아서 시간이 날 때면 어른이 되어서도 가곤 했다. 어느 날 의자에 앉아서 경치를 보고 있는데 세 살쯤으로 보이는 아이와 함께 엄마가 과자를 한 개씩 비둘기에게 주는 것이다. 그러자 열 마리 정도 되는 새들이 서로 먹겠다고 싸웠다. 그렇게 한참을 지켜보는 혼자 이런 생각을 했다. ‘과자를 주려면 좀 넉넉하게 주지 저렇게 하나씩 놀리듯이 주면 어떻게 하는 거야.’ 그런데 갑자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세 살쯤 되는 아이가 갑자기 어머니의 과자 봉지를 낚아채어 봉지째로 비둘기에 뿌려버렸다. 그러자 어디에서 인지 비둘기 떼가 몰려들어 수많은 비둘기들이 배부르게 먹게 되는 것을 보았다. 이걸 보면서 로마서 말씀이 생각났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내 마음에 부은 바 되어”(롬 5:5).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가운데 부어지면 넘치도록 부어 주신다. 밤새 수고했지만 고기를 낚지 못한 베드로에게 그물이 찢어지는 만선(滿船)을 허락하셨다. 가나의 혼인 잔치에 포도주가 없어 주인이 쩔쩔맬 때 물이 변하여 포도주를 만들어 주셨다. 힘겨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나오미와 룻이 약속의 땅 베들레헴으로 돌아갔던 것처럼 하나님께 나아가길 바란다. 하나님의 풍성함으로 채워주실 것이다.

이렇듯 룻은 보아스를 통하여 이러한 풍성함을 받을 수 있었다. 보아스는 구속사적으로 ‘기업 무를 자’를 뜻한다. 기업 무를 자는 “이스라엘의 고엘 제도”라 하여 혈통 유지를 위해 제정된 보상제도이다. 가까운 친족 중에 억울한 복수를 당했거나, 자손이 없이 죽었거나 경재정적인 파산을 당하였을 때, 친족 중에 유력한 자가 그들의 땅을 사서 돌려주는 일을 한다. 기업 무를 자의 제도는 받은 은혜가 풍성하면 나누는 은혜도 풍성하다는 ‘은혜의 원리’를 말해주고 있다. 기업 무를 자는 경제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었고 사회적인 덕망과 인정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들은 그들이 누리는 모든 것이 하나님께 받은 것이므로 기꺼이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풍성한 은혜를 받은 자이다. 죽어 마땅한 인생 가운데 구원의 은총을 베풀어 주셨다. 그러므로 풍성한 은혜를 받은 신자는 섬김에도 인색함으로 하면 안 된다. 생명을 구하는 일들에도 풍성함으로 해야 한다. 청년 사역을 하다 보면 제가 오히려 청년들에게 도전을 받을 때가 있다. 제가 섬기는 교회에서는 매주 화요일, 목요일에 청년들이 가까운 역이나 젊은이들이 모이는 홍대거리에 가서 전도를 한다. 하루는 한 청년에게 왜 공부하랴 자격증 준비하랴 바쁜데 굳이 이렇게 전도하냐고 물었다. 그때 한 청년이 이렇게 대답했다. ‘받은 사랑이 많아서 전도하는 거예요.’ 하나님은 우리가 억지로 섬기기를 원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우리가 받은 사랑을 흘려보내길 원하신다. 복음을 전하는 것이 짐으로 여겨질 때가 있는가? 섬기는 봉사가 힘겹게 여겨질 때가 있는가? 그때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서 행하신 구원을 잠잠히 묵상하시길 바란다. 은혜의 풍성함을 먼저 누리시길 바란다. 그때 그 풍성함 만큼 기꺼이 사람들에게 나누게 될 것이다.

홍석균 목사(한성교회 청년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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