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백신접종 시작 "일상회복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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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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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요양병원장 등 접종 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첫 날인 26일 서울 노원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요양원 종사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노원구

26일 전국적으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에는 암에 걸린 간호사도, 고령의 요양보호사도, 젊은 간호사도 너나할 것 없이 팔을 걷어 올렸다.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더 많은 대상자들이 접종을 받도록 해 일상 회복을 조금이나마 앞당기려는 목표 때문이었다.

첫 백신 접종에 긴장한 접종자 중 일부는 메스꺼움 같은 이상증상을 호소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긴장이 풀리면서 증상도 사라졌다.

백신 접종 과정도 순조로웠으며, 접종자들은 백신 접종을 통해 마스크를 벗고 부모·지인을 만나는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질병관리청은 26일 오전 서울 도봉구 보건소와 협력해 첫 접종 과정을 공개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전국의 5803개 요양병원·요양시설에서 65세 미만 입원·입소자, 종사자 등 28만9480명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활용한 예방접종을 시작한다.

접종실에는 접종 대상자 명단 확인란과 체온 측정기, 손 소독 등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접종실 안에는 접수, 예진, 접종, 이상반응 관찰실이 순서대로 구성됐다.

첫 접종자는 김정옥 노아재활요양원장이다.

김 원장은 오전 9시1분 접종실로 입장했다. 문진표와 신분증을 내고 의사와 예진을 했다. 이후 알레르기와 혈압 등을 확인했다. 그 사이 접종실 바깥에서는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10여명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의료진은 고무장갑을 끼고 유리병을 꺼내 입구를 소독한 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주사기에 삽입했다. 김 원장은 왼쪽 팔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접종에 소요된 시간은 7~8초 정도였다.

의료진은 "2분 정도 소독 솜을 눌렀다가 떼세요"라고 안내했다. 또 의료진은 "붓거나 열이 나거나 이상반응이 있을 수 있다"며 "귀가 후 3시간 관찰을 하고, 3일 후에도 열이 있으나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가야한다. 과격한 운동과 목욕은 하지 말라"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회 접종이 권장 사항이어서 8주 후인 4월23일 2차 접종을 하라는 안내도 덧붙였다.

첫 접종자의 접종은 9시8분 종료됐다.

이런 식으로 10명의 접종 대상자가 접종을 마쳤다.

첫 접종을 한 김 원장은 속 울렁거림을 호소했다. 의료진이 손가락으로 맥박과 혈압을 체크하고 나서 혈압에 문제는 없다고 진단했다.

의료진은 "긴장을 하면 과호흡이 있을 수 있다"며 "혈압이 떨어지는 게 제일 위험한데 긴장해서 그렇다"고 결론내렸다.

첫 접종을 한 김 원장은 "어제 긴장이 돼 잠을 설쳤다. 일이 생기면 어른들을 케어(돌봄)하지 못하니까 그게 제일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접종하고 처음엔 약간 울렁거렸는데 15분쯤 지나니 괜찮아졌다"며 "별 무리 없을 것 같다. 마스크 계속 하고 다니는 등 주의사항도 들었다"고 말했다.

또 김 원장은 "지난 1년간 요양원의 어르신들이 가족들과 면회 한번 못했다"며 "집단면역이 잘 생성되면 마음껏 자녀들과 면회하시길 바란다. 국민들이 마스크 벗게 되길 바란다. 지금은 기쁠 뿐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두번째 접종자인 노아재활요양원 직원 오정화씨는 "맞고 나서 좀 떨렸고 속이 메스꺼웠지만 지금은 괜찮다"며 "주의사항을 잘 안내받았다. 일단 접종을 했다는 자체에 희망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예진 업무를 담당한 박선희씨는 "6명 접종을 했는데 긴장해서 이상반응이 나온 것처럼 보인다"며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 대부분의 국민은 안전하게 접종받을 수 있다. 많은 분들이 빨리 불안감 떨치고 접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준 도봉구 보건소장도 "지금 힘든 코로나19 상황에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예방접종 맞는 것"이라며 " 그 첫발을 오늘 내딛었다. 지역보건 담당자로서 감회가 깊다.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전 8시45분께 노원구 보건소에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

첫 접종자는 상계요양원 요양보호사인 이경순(여·61)씨다.

이씨는 "접종 전 문진으로 알레르기반응 등을 꼼꼼히 살펴주시고 비상상황을 대비한 의료진이 상시 대기 중이라는 안내까지 들으니 안심이 된다"며 "혹시라도 내가 감염돼 어르신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늘 조마조마했는데 이제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금천보건소에서는 당초 예정됐던 첫 접종자에게 발열이 있어 다른 사람으로 첫 접종자가 교체되기도 했다. 노인요양센터인영실버에서 근무하는 4년차 요양보호사 신정숙(60)씨는 취재진에게 "백신을 맞으니 기분도 괜찮은 것 같고 안심되고 좋다"며 밝게 웃어 보였다.

서울에서는 1단계 접종 대상자인 만 65세 미만 요양병원 입원·입소자와 종사자 총 2만4455명 중 38개 시설 2185명에 대해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해 3월 1차 유행으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대구에서는 한솔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부부인 황순구(61)씨와 이명옥(60·여)씨가 1호 접종자가 됐다.

이 부부는 오전 9시30분 접종을 한 뒤 약 20분간 휴식하며 이상 반응 여부를 관찰한 뒤 건강한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황씨는 "독감 백신 모두 다 맞아보지 않으셨나. 그 느낌 그대로였다. 주삿바늘이 들어갔는지도 모를 만큼 아무렇지 않았다"며 "대구에서 가장 먼저 접종을 받은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방접종만이 코로나 대유행을 이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1차 유행때 요양병원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경산에서는 서린요양원 간호부장이 1호 접종자가 됐다. 서린요양원은 경산에서 코로나19로 첫 코호트 격리조치가 되는 등 힘든 시기를 이겨낸 요양시설이다.

이 간호부장은 접종 후 "다른 예방 접종을 맞았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빠른 시일내에 모두 접종해 코로나19 이전처럼 어르신들이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북에서는 이상국 애명노인마을 사무국장이 도내 처음으로 백신 접종을 받았다. 이 씨는 "입소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해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접종을 통해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안심하고 어르신을 돌봐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26일 전국적으로 시작충남에서는 홍성한국병원 남종환(50) 진료원장과 김미숙(63) 간호과장이 1호 접종자가 됐다. 특히 김 간호과장은 암을 극복 중인데도 무엇이든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환자들과 나누고 더욱 적극적인 의료 활동을 펼치기 위해 팔을 걷었다. 김 과장은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료인으로서 첫 접종을 받음으로써 불안감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시에서는 20대 요양병원 간호사인 이하현씨가 백신 1호 접종자가 됐다. 이 간호사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안전하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길 바란다"면서 "올해는 꼭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경남에서는 김경숙 창원 다솜노인복지센터 실장이 도내 첫 접종을 받았다. 김 실장은 접종 후 "편안한 마음으로 맞았다. 그동안 1년 넘게 직원들과 긴 터널을 지나온 듯한 느낌이어서 백신은 편안하게 맞았다"며 "작년에 독감 예방 접종과 비슷했으며, 전혀 다른 느낌은 없었다"고 말했다.

전북 첫 접종자는 김정옥 군산참사랑요양병원 원장이다. 김 원장은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고숙 광주 보훈요양원장이 첫 접종을 받았다. 고씨는 "다른 요양시설 등도 안전하고 순차적으로 접종을 이어가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됐으면 한다. 종식되면 직원과 회식 자리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운송 과정 중 온도 이탈 사고가 발생해 백신 교체 소동이 있었던 제주에서는 요양시설인 정효원의 요양보호사 양은경(48·여)씨가 첫 접종을 받았다. 양씨는 "처음에는 불안하고 그랬는데, 맞고 나니 독감 백신보다 덜 아팠고, 느낌이 크게 있진 않았다"며 "어른을 가까이서 케어하다 보니 백신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됐고,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먼저 맞게 됐다. 하루빨리 어르신들을 좀 더 자유롭게 돌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접종을 받은 김락환 간호박사 요양원 시설장은 "주사를 맞을 때 약이 들어가는 느낌이 났고 약간 뻐근했다. 맞고 나서 15분까지는 뻐근함과 어지럼증이 왔다"며 "17분이 넘어가면서 뻐근함과 어지럼증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백신에 대한 두려움은 누가 있겠지만 우리 모두가 항체가 생겨서 하루빨리 일상생활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접종 첫날인 26일엔 전국 213개 요양시설에서 5266명의 입소자·종사자가 접종을 받는다. 단 요양병원 접종자 규모는 특정되지 않았다.

27일부터는 화이자 백신이 도입돼 코로나19 치료병원 종사자 등 143개 기관 5만4498명에게 공급된다.

정부는 이번 백신 접종을 통해 오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할 계획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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