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에게도 주의 날은 ‘도적같이’ 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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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욱 교수

[1] 지금으로부터 약 23년 전 내가 미국 Calvin 신학교에서 신약(Th.M)을 전공하고 있을 때였다. 수업 시간에 젊은 신약학 교수 와이머(Jeffrey A. D. Weima)가 갑자기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예수께서 우리에게 재림하실 때 어떻게 오신다고 했는가?” 우리 모두는 한결같이 입을 모아 “도적같이!”라고 답했다.

[2] 답을 하고 나서 “저렇게 쉬운 질문을 신약신학 시간에 왜 하는 걸까? 우리 실력을 과소평가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자존심이 좀 상했다. 하지만 교수님이 불러준 성경구절을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질문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수도 없이 읽고 상식적인 것으로 당연시 해왔던 우리의 성경지식에 적잖은 문제가 있음을, 40이 다 되어서야 비로소 처음 깨닫게 된 것이다. 그 문제가 무엇인지를 함께 확인해보자.

[3] “주의 날이 밤에 도적같이 이를 줄을 너희 자신이 자세히 앎이라”(살전 5:2).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구절이다. 과거 시한부 종말론자들이 주님 재림의 날짜를 정해놓고 야단을 떠는 바람에 한국 전체가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1988년 12월 28일을 재림의 날로 정해놓았지만, 이 주장은 ‘주님 재림의 날과 시는 천사도 예수님도 모른다’는 마 24:36절과 ‘재림 때는 아무도 모르게 도적같이 임할 것이다’라는 살전 5:2절에 의해 무너짐을 알 수 있다.

[4] 여기서 살전 5:2절은 기독교인이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성경에서 유명한 구절로 알려져 있다. 2절은 분명히 주의 날이 도적같이 이른다고 말씀하고 있다. 그런데 이 구절에 주목하다 보니 바로 두 절 뒤에 나오는 4절엔 거의 주목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4절에 뭐라 되어 있나 한 번 살펴보자.
“형제들아 너희는 어두움에 있지 아니하매 그날이 도적같이 너희에게 임하지 못하리니”(살전 5:4)

[5] 2절에는 “주의 날이 도적같이 이른다”고 되어 있는 반면, 4절에 보면 “믿음의 형제들에게는 그날이 도적같이 임하지 못하리라”고 되어 있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대다수의 독자들 역시 과거의 나처럼 ‘이런 구절도 성경에 있었나?’ 하는 생각을 가질 거라 짐작한다. 문제는 ‘그럼 믿는 사람에게는 주님이 도적같이 오시는 것이 아니란 말인가?’ ‘도대체 4절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이 생겨난다.

[6] 정리해보면, 신자에게나 불신자에게나 주님이 도적같이 오심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러면 4절의 의미는 무엇일까? 자세히 관찰해보면, 믿음의 사람들에게는 ‘주님이 도적같이 오시지 못하리라’고 되어 있지 않고, 그들에게는 ‘그날 즉 주님이 오시는 날이 도적같이 임하는 형국이 되지 못하리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빛의 자녀들이기 때문에 말이다. 쉽게 설명해보자. 주님은 신자에게나 불신자에게나 똑같이 도적같이 임하신다. 불신자는 재림의 날을 모르고 신자는 그날을 알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7] 신자든 불신자든 예수 재림의 날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을 맞는 사람들의 반응에 있어서는 신자와 불신자가 결코 같지 않을 것임을 말하고 있다. 주님이 재림하시는 날에 불신자들은 마태복음 24:30절에 나타난 바대로 두려움에 가슴을 치며 통곡할 것이다. 그런 날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님이 오셔서 택한 사람들을 모으실 때 그분의 백성들은 행복과 기쁨에 사로잡힐 것이다(마 24:31). 평소에 신부되신 주님을 기다려왔기 때문이다.

[8] 어릴 때 도적맞은 경험을 한 번쯤은 다 가지고 있을 게다. 내 경우도 집에 도적이 들었던 기억이 딱 한번 있다. 새벽기도 종소리에 어머니께서 잠에서 깨 일어나셨는데 불을 켜보니 장롱문과 서랍들이 다 열려져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속에 있던 옷가지 같은 내용물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고, 가난한 시절 소중한 귀중품이었던 아버지의 손목시계와 돈이 깡그리 없어졌다. 이럴 때 도적맞은 집안의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하게 될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지 않은가. ‘아이구, 도적이 왔다 갔네. 다 가져갔어.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꼬!’ 소리치면서 땅을 치고 통곡하며 두려움에 빠지게 된다.

[9] 그런데 이와 반대로, 도적이 한밤중에 불 꺼진 어느 집 담을 넘어 살금살금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들어서자마자 방안의 불이 환하게 켜지면서 집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도적님, 어서 오세요!”하고 박수를 치고 환영했다고 가정해보자. 분명 도적은 도적같이 왔건만, 도적 맞은 사람의 경우처럼 황당하고 참담하고 두려운 꼴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살전 5:4절의 얘기가 바로 그 얘기다.

[10] 주님 재림의 날과 시는 신불신을 막론하고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하나님의 자녀들은 빛의 자녀요 믿음과 소망으로 주의 재림을 잘 준비하고 있는 자들이기 때문에 주님 재림의 날과 시를 모른 채 그날이 임할지라도 그들에게 그 날은 불신자들의 날과 같은 경악과 두려움의 날이 되지 않을 것이다. 도적맞은 사람들처럼 황당하거나 허탈한 형국을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주의 재림을 소망하며 최선을 다해 빛의 자녀답게 잘 살아가는 그분의 자녀들에게 소망과 위로를 주는 말씀이다. 오늘도 빛의 자녀로서 남은 생을 주님 재림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잘 준비하고 선한 열매 많이 맺으며 살아가자!

신성욱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