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행장 이순우)이 서민들의 노후자금인 개인연금 수백억원을 권력실세들의 개입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 양재 파이시티에 투자했다가 1백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파이시티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구속 등 대선자금 의혹으로까지 번진 사안으로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 논란 속 파이시티에 우리銀 국민연금 433억원 투자
6일 금융업계와 우리은행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개인연금신탁을 △대출 △국공채 △특수채·금융채 △사채 △수익증권 △단기자금 등으로 나눠 운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중 일부를 하나UBS 자산운용산의 부동산펀드에 투자했다.
그러나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총 설정액 3900억원에 달하는 하나UBS클래스원특별자산펀드3호는 지난 2007년 8월 설정됐지만 사업이 난항을 겪으며 벌써 네 차례나 만기가 연장됐다.
이 펀드는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복합유통센터 시행사인 파이랜드의 PF대출채권에 투자해 이자수익을 내는 만기 1년6개월의 단기투자 상품이다. 6개월마다 연 8% 수준의 이자를 지급받기로 돼 있다.
우리은행은 이 사업의 금융주간사다. 이에 우리은행은 이 펀드를 자사 특정금전신탁 고객에게 1900억원어치 팔았고 이 중엔 개인연금신탁 가입자의 433억원도 포함된 것. 우리은행은 이외에도 1880억원 규모의 PF 대출도 함께 단행했다.
그러나 파이시티는 인허가 지연과 시행사의 리파이낸싱 실패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여기에지난 2010년 시공사인 성우종합건설과 대우자동차 판매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시행사인 파이랜드는 파산 신청했다.
채권단은 지난 3월 포스코건설을 새로운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박영준 전지식경제부 차관 등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이 인허가 금품수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걸림돌에 막혔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은행 개인연금 가입자의 433억원 중 11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현재 원금 회복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우리은행 개인연금 가입자 중 해당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은 노후자금에서 손실을 봤다는 점에서 불만을 표하고 있다.
피해자인 김모씨는 “개인연금은 서민들의 노후자금으로 그간 안정적인 자산에만 투자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권력실세들의 눈치를 보고 무리하게 투자를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그럼에도 우리은행은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손실이 났는지 조차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불쾌해 했다.
◆ 우리銀 “투자 당시엔 부동산 활황…원활 진행 노력 중”
우리은행 측은 조만간 사업이 정상화되면 수익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낙관론 만을 강조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개인연금으로 부동산 펀드에 투자한 것은 이 건이 처음이지만 2007년 투자 당시에는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어서 안전하다고 판단해 양재 파이시티에 투자한 것”이라며 “현재 우리은행이 대주단에 참여해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만간 수익률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연금 받아야 할 시점에 그때 평가기준가를 보면 플러스인지 마이너스인지 결정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파이시티는 전 파이랜드 대표가 새로운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우리은행을 사전 밀약을 통한 사업권 강탈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사업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