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묻지마 흉기 참사'... 범죄 전조 수없이 있었고 신고까지 받았지만 경찰은 무시했다

사회
사건·사고
노승현 기자
shnoh@cdaily.co.kr

17일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방화 후 대피하는 주민에게 무차별 흉기 참사가 벌어져 12살 여아 등 5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가해자 안모(42) 씨가 그동안 정신병을 앓으며 아파트 주민들을 상대로 수차례 난동까지 부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안 씨는 최근에도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으나 경찰은 안 씨의 조현병을 전혀 파악하지 못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지 않았고, 보호 받지 못한 주민들은 끔찍한 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범죄의 전조들이 수없이 계속 있었지만, 안 씨의 난동에 경찰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끔찍한 참사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안 씨 집 바로 위층에 살다 흉기에 찔려 숨진 최모(18) 양은 평소에도 안 씨로부터 상습적으로 위협을 받아왔고 불안을 느낀 가족들이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이러한 신고에 제대로 대처만 했더라도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서도 적극적인 보호 대책을 수립하기보다는 안 씨를 입건하려면 증거가 필요하다며 최양 가족에게 폐쇄회로(CC)TV 설치를 권유했고, 가족들은 자비를 들여 카메라를 설치하기까지 했다.

최양 가족은 안 씨가 하교 후 다급하게 집으로 들어가는 최양 뒤를 쫓아가다가 집 앞에 오물을 뿌리는 장면이 담긴 CCTV 동영상을 언론에 공개했다.

안 씨는 지난해 9월 25일 자신의 집 바로 위층과 303동 2개 승강기에 인분을 투척한 것은 물론 지난달 12일과 16일에도 오물을 투척하는 등 수차례 난동을 부려온 것으로 확인됐으며, 안 씨의 이런 위협적인 난동 등으로 올해 112에 신고된 주민 건수만 모두 7건이었다.

주민들과 아파트 관리소는 결국 안 씨의 계속된 위협과 난동에 보름 전 경찰에 신고까지 했지만, 경찰은 신고를 받고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와 파출소 간 거리는 직선거리로 불과 200m 떨어져 있었지만, 경찰은 공포에 떠는 주민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관리 감독과 함께,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보다 실질적인 경찰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가해자 안 씨는 2015년 12월 15일 15평짜리 임대아파트에 입주해 그동안 혼자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