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후보되면 공화당 갈라진다?

미국에서는 매년 초 대통령이 연방의회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고 나면 야당을 대표하는 한 인사가 바로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반박한다.

대통령의 연두교서와 야당 인사의 반박은 모두 공중파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전해지는데 올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중 마지막 연두교서를 반박한 인물은 공화당의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다.

인도계인 헤일리 주지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최초의 여성 주지사로 얼마 전 재선에 성공하면서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유력한 부통령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른바 ‘나이많은 백인 남자들의 정당’이라는 공화당의 오랜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 여성이며 인도계이고 43세의 젊은 헤일리 주지사가 적격이라는 근거에서다.

헤일리 주지사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반박하다가 예외적으로 같은 공화당의 한 사람을 암시적으로 공격했다. 바로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자들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도날드 트럼프다.

그녀는 자신에 대해 인도 이민자의 자랑스러운 딸이라고 밝혔다. “미국 남부 시골에서 자라면서 우리 가족은 이웃들과 외모가 달랐고 많은 것을 갖고 있지 않았다.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미국에서 우리는 우리가 하려고만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었다”.

인도에서 이민 온 헤일리 주지사의 아버지는 현재 한 대학의 교수로 있고 어머니는 집 거실에서 시작해 지금은 수백억 달러의 연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의류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나의 이야기는 수백만 다른 이민자 미국인들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며 “미국에 온 이민자들은 자녀들에게 더 나은 삶을 주기를 원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꿈이었고 이 나라에서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헤일리 주지사는 “걱정의 시기에는 매우 화가 난 목소리를 따라가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우리는 이 유혹을 거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녀가 언급한 매우 화가 난 목소리는 미국 내 110만 불법이민자 모두를 추방하고 외국의 무슬림들이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일시적으로 막겠다고 말한 도널드 트럼프를 말한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인데 이민자들을 문제로 보고 이민을 배척하는 트럼프의 화가 난 목소리에 미국인들, 특히, 공화당원 유권자들이 따라가려는 유혹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다.

헤일리 주지사의 이 발언에 트럼프는 그녀가 언제는 자기한테 기부금을 달라고 하다가 지금은 자기를 비판한다고 비난했고 일부 보수 논평가들은 대선을 앞두고 같은 공화당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헤일리 주지사의 트럼프 공격은 공화당 지도부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게 주된 분석이다.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반박하는 공화당 인물로 헤일리 주지사를 세운 사람은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미치 메코넬 연방상원의 공화당 원내대표다.

이들은 트럼프의 반이민 입장은 공화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아니라며 이민자의 딸인 헤일리 주지사를 세우면서 이를 보여주려고 했다는 것이 유력한 분석이다. 라이언 의장과 메코날 대표는 헤일리 주지사의 반박문을 사전에 미리 보고 ‘OK’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공화당 내 이른바 기성세력(establishment)들이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는 것을 막으려는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방증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오는 2월 1일 아이오와 주에서 처음 열리는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트럼프는 여전히 공화당원 유권자들 가운데 지지율 1위다.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방송이 지난 1월 9일부터 12일까지 공화당원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33%이고 2위는 20%의 테드 크루즈 연방 상원의원이다.

지난 12월에는 2위인 크루즈 의원과 지지율 차이가 5% 였는데 이번에는 13%로 대폭 늘었다.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공화당 유권자들 가운데 많은 아이오와에서는 아버지가 복음주의 목사이고 침례교 기독교인인 크루즈 의원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주들에서는 트럼프가 1위다.

이처럼 트럼프가 2016년 대통령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그동안 설마하며 바라보던 공화당 기성 세력들의 반대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 주자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다. 라이언 의장은 그동안 공화당 경선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지난 12월 트럼프가 외국 무슬림들이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일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말을 하자 드물게 기자회견을 열고 반박했다.

그는 “이것은 보수주의가 아니다. 트럼프의 말은 우리 당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더 중요한 것은 이 나라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많은 무슬림들은 군복무를 하면서 이 나라를 위해 죽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헌법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라이언 의장은 지난 1월에는 보수적 입장에서 가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두고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참가자들과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 트럼프와 크루즈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는데 이 포럼은 보수 원칙과 가치들을 강조하며 공화당원 유권자들을 이끌어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공화당 내 기성 지도자들이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그가 보수 가치를 대변하는 보수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연설문 작성자였던 마이클 거슨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는 히스패닉과 무슬림을 반대하는 트럼프는 인종적, 종교적 국수주의자로 이것은 유럽의 극우 반이민 인기영합주의자들과 똑같지 공화당의 보수주의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전형적인 보수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지난 60년 간 민주당을 지지해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 민주당의 유력 인사들에게 선거자금을 기부했고 오바마케어로 알려진 국민건강보험 확대를 지지하는 등 공화당의 가치를 대변하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런 트럼프가 공화당을 대표해 대선후보가 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고 트럼프가 정말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면 보수주의자들은 제3의 정당을 만들어야 하며 차라리 트럼프보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하는 것이 공화당에 낫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공화당 기성 지도자들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반 공화당원들 가운데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고졸 학력으로 제조업에 종사하는 백인 남자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들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 등에 공장을 지어 일자리가 줄었고 불법이민자들 때문에 인해 임금이 낮아졌으며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빨라지고 있는 미국 내 인구 변화에 불편해 하면서 자유무역, 낮은 세금, 규제 완화, 친이민 등의 입장을 추구하는 공화당 기성 세력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이들의 이런 생각과 불만을 대변하는 말들을 거침없이 표현하면서 이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마침내 이 판을 뒤엎을만한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다.

1990년대 공화당의 닉슨 대통령과 레이건 대통령 선거자문이었던 팻 뷰캐넌은 공화당의 풀뿌리인 이들로 인해 공화당은 자유무역과 미국의 해외문제 개입을 반대하고 이민을 배척하며 국수적이고 국경을 강화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결과 공화당 내 기성 지도부와 일반 공화당원들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면 공화당은 분열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6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얼마 전에 포기한 린지 그래함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어 대선 본선에서 승리하면 우리는 공화당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고 나도 거기에 기꺼이 참여할 것이지만 그가 지면 그동안 공화당을 발전시켜온 보수 가치들에 대해 트럼프를 지지했던 일반 공화당원들이 자신들의 견해를 재평가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함 의원은 “그렇게 한다면 하나로 뭉치지만 그렇지 않다면 공화당은 영원이 나뉠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케이아메리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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