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길 목사 은퇴, “살던대로… 계속 앞으로 나아가겠다”

남서울은혜교회 후임에는 박완철 목사 취임
 

▲홍정길 목사 은퇴예배가 드려지는 밀알학교 그레이스홀을 가득 메운 성도들의 모습. ⓒ이대웅 기자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주님의 머슴 중 상머슴으로. 그리고 저희도 따르겠습니다.”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 은퇴감사 및 박완철 담임목사 취임예배가 12일 오후 남서울은혜교회가 지은 서울 일원동 밀알학교 그레이스홀에서 성도 및 내빈 3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행-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지요’ 라는 제목으로 개최됐다.

홍정길 목사는 故 옥한흠·하용조 목사, 이동원 목사와 함께 국내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한편 친밀한 관계도 가져왔다. 홍 목사가 조기은퇴한 옥한흠·이동원 목사, 소천한 하용조 목사에 이어 마지막으로 은퇴하면서 한국교회의 세대교체가 정점을 찍게 됐다.

인사말에서 홍 목사는 “정말 감사하고, 모든 사람에게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이 알려지는 일이 계속되기를 바란다”며 “식 하나 때문에 인생이 바뀌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다른 말씀을 하시지 않으면 지금 사는 대로 계속 살 것이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해 성도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새로 취임하는 박완철 목사는 연세대와 합동신대를 졸업하고 영국 유학 도중 런던 킹스톤한인교회 담임목사를 역임한 후 지난 2002년부터 남서울은혜교회 부목사 겸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로 사역해 왔다. 영국에서는 선교사 전문기관인 레드클리프 칼리지(Redcliff College), 강해설교 훈련기관인 콘힐 트레이닝 코스(Cornhill Tarining Course), 유럽에서 가장 큰 복음주의 신학교인 런던신학교(London School of Theology) 등에서 수학했다.

이동원 목사 “많은 성취 하셨지만, 뒤를 돌아보는 인생 되지 마시길”

▲‘은퇴 선배’인 이동원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설교는 이동원 목사가 맡았다. 이 목사는 2년 전 자신의 은퇴예배 설교자로 홍정길 목사를 세웠는데, 당시 설교에서 홍 목사는 “형님 앞에서 건방지게 은퇴한다”며 ‘유감’을 표시했으며, 이 목사는 “그동안 홍 목사님의 뒤를 따르는 입장이었는데 앞선 것이 생겨 너무 좋다”고 답한 바 있다.

이날 이동원 목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얼마나 상처를 받았으면 지금도 ‘건방지게 은퇴한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다”며 “홍 목사님이 두려우신지 무슨 설교할 거냐고 두 번이나 물으셨다”고 말해 성도들을 즐겁게 했다.

‘뒤에 있는 것과 앞에 있는 것(빌 3:13-14)’이라는 설교에서 이동원 목사는 “한국교회는 지난 40년간 선교국으로 부상했는데, 홍 목사님께서 그 중심에 계셨다고 생각한다”며 “뜻있는 이들과 만든 GMF를 비롯해 코스타와 학복협 등 젊은이 사역, 장애인과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친구가 되고자 애쓰셨고, 북한 사역과 문화사역에도 힘쓰셨다”고 했다. 이 목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성취와 자랑할 과거를 돌아보면서 즐거워하기보다 바울처럼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 나아가는 목사님 되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남서울은혜교회 성도들에게 “홍 목사님을 계속 중보하고 지원하리라 믿지만, 빨리는 섭섭하실테니 서서히 잊어달라”며 “저는 남서울공동체가 홍 목사님 시절을 추억하는 박물관 같은 교회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당부했다. 그는 “홍 목사님이 붙잡혔던 예수님을 바라보고 예수님과 함께 박완철 목사님이라는 새로운 지도자와 새로운 푯대와 비전을 꿈꾸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며 “그래서 혼탁한 한국교회에서 빛과 소금의 사명을 다하는 교회로 남아달라”고 했다.

홍정길 목사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눈에 흙이 들어가기까지…”

▲홍정길 목사가 인사를 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후 교회에서 홍 목사에게 원로 추대패와 화환을 증정했으며, 합동신대에서는 감사패와 명예동문 추대패를 수여했다. 어린 시절부터 홍 목사와 동행했던 임만호 장로(창조문예사)는 그의 약력을 소개했다. 은퇴식에 앞서 홍 목사와 교류하던 중국 화가 T. 양의 세례식이 열리기도 했다.

이어 손봉호 명예교수(서울대)·김영주 총무(NCCK)·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 등이 축사했다. 방지일 목사(영등포교회 원로)·이만열 명예교수(숙명여대)·윤영관 교수(서울대) 등은 영상으로 축사를 전했다. 손봉호 교수는 “홍 목사님에게는 철저한 순수성이 있어서 그 많은 일들을 성공적으로 하시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홍 목사님처럼 존경할 만한 목사님들이 계셔서 큰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김영주 총무는 “홍 목사님은 선이 매우 굵으신 분, 만나본 사람들 중에 가장 크신 분이었다”며 “은퇴 후에도 한국교회 발전을 위해 좀더 많은 일을 해 주시고, 한국교회와 사회를 위해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동호 목사는 “세상이 말하는 성공을 바라지 않으셨지만 결과적으로 목회에서 한 번도 실패하지 않으신 데 축하드린다”며 “목사님은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였더니’ 이 모든 것을 더하여졌다는 말씀에 대한 증인”이라고 전했다. 형제교회 목회자들 모임인 ‘남목협’은 축가를 불렀다.

홍정길 목사는 인사에서 이날 배부되는 은퇴기념 문집을 의식한 듯 “책 얘기를 들었을 때 만들지 말라고 해서인지 1주일 전에야 내용을 볼 수 있었는데 완전히 ‘용비어천가’여서 홍정길이 정말 그런 사람으로 잘못 알려질까봐 겁이 나고, 거기에 기록된 사람은 제가 아니다”며 “한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그 눈에 흙이 덮이기까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데, 그 책이 나눠지겠지만 ‘미혹당하지 않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완철 목사 “영광된 자리 분명하지만, 부담되는 게 사실”

▲이날 취임한 박완철 담임목사가 인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박완철 담임목사 취임식에서는 박형용 총장(성경신학대학원)이 축사했고, 안만수 목사(화평교회 원로)와 정창균 교수(합동신대)가 영상 축사했고, 교회에서는 취임패와 화환을 선물했다.

박 목사는 인사말에서 “한국과 세계 교회의 큰 어른이신 홍정길 목사님의 목회를 이어받아 큰 영광이면서도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 교회를 설립하시고 여기까지 이끌어 주신 하나님께서 이후에도 선한 길로 인도하시리라 믿고, 배운대로 성실과 정직함으로 목회에 임하며 성도님들을 애정과 관심으로 돌보겠다”고 전했다.

홍정길 목사는 숭실대 철학과, 총회신학원 신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총무, 남서울교회 담임목사 등을 역임하고 지난 1996년부터 남서울은혜교회를 개척해 시무하고 있다. 그는 해외 한인유학생들을 위한 코스타(KOSTA)를 설립했고, 남북나눔운동을 이끄는 등 북한선교와 지원에도 적극적이었다.

현재는 학원복음화협의회 고문, 한국해외선교회(GMF) 이사, 밀알선교단 이사, 밀알복지재단 이사장, 학교법인 밀알학원 이사장, 희년선교회 이사장,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이사장, 기아대책기구 이사, 평통기연 회장, 일가재단 부이사장, 학교법인 신동아학원 이사장,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홍정길 목사는 예배 후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인사를 나눴다. 홍 목사 뒤에 보이는 사람이 신임 박완철 담임목사. ⓒ이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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