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성 칼럼] 집 떠나봐야 집 좋은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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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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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목사ㅣLA 글로발선교교회

서울은 장마 후 찜통 더위 속에 빠져있다. 하늘이 뚫린 듯 쏟아지던 장마비가 그치고 채 빠져나가지 못한 축축한 습기들이 밤에도 마치 사우나실 같은 느낌을 준다. 한강 둔치에는 늦은 시각에도 사람들이 몰려 나와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잊어보려 하지만 역부족인 듯 싶다.

 

캘리포니아에서는 4, 5마일을 걸어도 별로 땀을 흘리지 않았건만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기위해 오르내리는 동안 땀이 범벅이 되어 외출한 후에는 반드시 옷을 갈아 입어야 할 정도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만드는 뜨겁고도 축축한 서울의 공기를 들어마시며 건조한 캘리포니아의 사막성 기후가 벌써 그리워진다. 건조한 공기로 인한 기관지염으로 늘 고생하고 있는지라 적당한 습도가 있는 공기를 그리워 했지만, 열기를 머금은 서울의 눅눅한 공기는 캘리포니아를 너무도 그립게 만든다.

'집 떠나봐야 집 좋은 줄 안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좋으면 얼마나 좋겠나. 세상에는 더 좋은 곳도 참 많을텐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자신이 머무는 곳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곳임을 후에야 발견하게 된다. 아마 너무도 익숙해지다보면 좋은 것도 좋은 것으로 느껴지는 것 자체가 무뎌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눅눅한 더위로 지쳐가다보니 비로소 캘리포니아의 날씨가 세계 최고의 날씨라고 인정하게 된다. 너무 건조한 캘리포니아에서 수십년 살다보니 주룩주룩 내리는 빗물을 동경하며 빗속을 거닐었으면 하는 감상적인 생각도 참 많이 했었다. 그러나 서울 도착 후 하늘이 뻥 뚫린 듯 시도 때도 없이 쏟아져 내리는 장마비를 접하며 '이제 좀 그만'이라는 짜증스러운 마음을 갖는다.

감성적인 마음으로 그리워하던 비였지만 정작 현실에서 만나본 비는 일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불편한 존재였다. 이상과 현실을 오가면서 지혜를 얻다. 좋은 것을 좋은 것으로 여길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의 필요도 발견하게 된다. 언제나 남의 떡은 커보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사람사는 곳의 공통점은 좋은 것과 힘든 것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어느 누구나 부러워할 점과 동시에 저런 힘든 점도 있나라고 여길 정도의 고민거리도 함께 안고 있는 모습이 보편적인 모습이다.

지혜로운 인생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점과 좋은 점을 파악하는 자 이다. 너무 익숙해 지다보니 좋은 것조차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를 성찰해 보는 능력이 있는 인생이 지혜로운 인생이다.

하나님은 공평하게 모든 것을 창조하신 것이 맞다. 공평과 정의로 온 세계를 다스리신다. 더 나은 듯 싶어도, 더 멋있는 것처럼 보여도 알고보면 다 거기가 거기다. 여름에 운치있는 비도 내리고 적절한 습도를 머금은 공기가 있는 서울을 그리워했지만 열대야에 허덕이는 서울보다는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가 지금은 천국임을 인정한다.

 

 

#김지성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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