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성명서] 국정원에 의한 ‘국가안보’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려합니다

오피니언·칼럼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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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

“너희 각 사람은 자기 이웃을 속이지 말고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 (레위기 25장 17절)

 

그리스도인들은 정의추구란 하나의 신적인 소명이요, 동시에 하나의 인간적 노력이라 믿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해왔습니다.

지난 7월 6일, 이탈리아의 스파이웨어 개발업체 “해킹팀”(Hacking Team; HT)이 해킹되어 400GB 가량의 내부 자료가 유출되었습니다. 흔히 있는 해킹사건 중의 하나이지만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은 대한민국의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관련 정보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간첩조작, 인터넷 댓글 공작 등으로 불신을 증폭시키던 국정원은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안보논리’를 동원해왔으며, 그에 따른 반공이데올로기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독재자들을 옹호했던 쓰라린 역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한 국가의 정보당국의 활동이 전 세계에 공개되었다는 점에서 국정원은 ‘안보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사건의 진상이 알려질수록 우리는 ‘민주주의의 위기’마저 직감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민주주의 가치 실현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이견이 있더라도 국가발전에 협조해왔으나 그 방법은 정의롭고 공정해야 함을 피력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불법도감청이 오래전부터 은밀하게 진행되었으며 국정원 정보수집의 주된 방법이 이런 불법적인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합니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어렵더라도 그 방법이 정의롭지 않다면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는 심각한 위기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사건 이후 국정원의 반응입니다. 국내용이 아니라든지 실험용이라는 해명도 얼토당토아니한데, ‘국정원 직원 일동’이라는 명의로 항변의 성명을 발표하는 유래 없는 일까지 남겼습니다. 양지를 위해 음지에서 일한다는 복무서약을 망각한 것인지, 공무원 단체행동을 금하는 법을 초월한 것인지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입니다. 눈앞에서 불법을 거듭하면서도 합법을 주장하는 하는 형편이니 자연스레 과거 폭압과 폭력의 시대가 연상될 뿐만 아니라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부정선거 등 세간의 풍문들과 자연스럽게 연계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두렵습니다. 그리스도는 억압과 죽임으로 점철된 옛 질서를 종식시켰으나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분의 희생과 죽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역시 낡고 폭력적인 질서를 벗어나기 위해 피 흘리는 독립투쟁과 민주화운동을 통해 세워진 나라입니다. 만약 국정원과 같은 권력기구가 악의로 국가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많은 희생을 치러야할지도 모릅니다.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정원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 그 전모를 온전히 밝혀야 합니다. 특별히 불법도감청은 물론 단체행동을 승인한 국정원장 이하 책임자 전원을 고발, 사법처리해야 합니다. 집권여당은 이 문제를 정권의 안위나 정권 재창출의 기회로 삼지 말아야 합니다. 불법도감청이 정치적 반대파만을 향한 칼날로 이해한다면 순진한 생각입니다. 집권여당이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선택을 한다면 국민들도 더 이상 집권여당을 선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존재의 행복은 각 개인이 추구하는 사적인 행복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타인과 함께함을 통해, 공동의 책임 속에서 이웃에 대한 긍정을 통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민주주의의 위기입니다. 이 위기가 우리의 안녕과 행복을 모두 삼키는 결과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제 시민사회에 공동의 선을 위해 함께 힘을 모을 것을 제안하며, 더불어 지속적인 의견개진과 행동으로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2015년 7월 2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실행위원 일동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국정원 #국가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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