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은 중국식당, 한인은 세탁소, 베트남인은 네일샵…

이민자들이 미국 공항에 처음 도착했을 때 누가 마중나오느냐에 따라 장차 미국에서의 직업이 정해진다는 말이 있다. 많은 경우, 마중 나온 사람이 하는 일을 따라서 하기 때문이다.

이민자들은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을 갖고 용감하게 미국으로 오지만 대부분 영어가 되지 않고 미국에서 정식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낯선' 땅 미국에서 무슨 일을 하며 먹고 살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미국 이민 역사를 보면 이민자 대부분은 먼저 이민온 가족이나 친구들이 하는 일을 따라하면서 미국에 정착하였는데 그 결과 이민자별로 특정 업종에 몰리는 현상들이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특히, 2013년부터 히스패닉 이민자들을 제치고 미국으로 가장 많이 이민오는 아시안계 이민자들 사이에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 이민자.. 중국 음식점

워싱턴DC의 중국 식당

미국 내 아시안계 이민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미국으로 이민 온 중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종사하는 업종은 중국음식점이다.

미국에서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중국음식점은 손쉽게 볼 수 있다. 배달을 주로하는 패스트푸드 중국 음식점부터 젊은이들의 입에 맞게 중국 음식을 퓨전화한 음식점, 고급 중국 음식점 등 다양하다.

남북 전쟁이 끝난 후 1865년 캘리포니아 주와 미 동부를 잇는 철도 공사에 투입된 12,000명 중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시작됐던 중국 음식점은 지금은 이탈리아 음식을 제치고 미국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외국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요식협회의의 2008년 3월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 식당은 4만개가 넘는다. 하지만 기존 중국식당도 100% 파악하기가 불가능한 데다 미국에서 하루에도 수십 개의 중국 식당이 오픈하고 있어 미국 내 중국식당 수는 5만개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 식당 수가 4만개로도 미국에서 맥도널드, 버거킹과 KFC 프랜차이스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미국 내 250만명의 중국계 이민자들 중 약 3분의1이 중국 식당과 관련된 비즈니스로 먹고 산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대를 이어 식당업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얼마 전 중국계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대를 이어 식당업을 하는 이민2세들을 조명했다. 타임스는 식당업을 하는 이민 가정의 2세들이 고등교육을 받고 전문직에 종사하도록 부추기지만 부모의 비즈니스를 물려받고 새롭게 업그레이드 시키는 성공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인 이민자.. 세탁소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종사하는 업종은 세탁업이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북가주한인세탁인협회에 가입한 350여 세탁업소에 1만명 가량의 한인 인구가 세탁업에 종사하고 있고 시카고에서는 한인 전체의 약 70%가 세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현상은 LA, 뉴욕, 시애틀, 달라스 등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미국의 주요 도시에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세탁소하면 '한인 이민자가 하는 곳'으로 통한다.

한국 이민자들이 세탁업에 많이 종사하게 된 것은 세탁업의 이점 때문이다. 세탁소는 영어가 많이 필요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것으로 말해진다.

또 고객들이 직접 세탁물을 가져와서 맡기고 약속된 날짜에 찾아가며 한국에서는 세탁소에서 거의 모든 일을 사람이 직접 하지만 미국에서는 많은 일을 기계가 대신한다. 

그런데 세탁비는 한국보다 2~3배정도 비싸고 옷 수선은 특수한 기술에 해당되어 한국보다 5배 이상 비싸게 받는다.

세탁소 Open 시간은 평일은 아침 7시~저녁 7시까지이고 토요일은 단축업무와 일요일에는 휴무를 해 아침시간에는 아르바이트를 쓰고 주인은 보통10시~12시에 출근하여 7시에 문을 닫는 식으로 운영해 개인 여가시간이 다른 비즈니스에 비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이민자.. 네일 샵

미국에서 손톱을 미용하는 '네일 미용업'이 베트남 이민자들의 업종으로 굳어진 지는 오래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매니큐어 미용사의 80%가 베트남 이민자들이다.

샤핑몰마다 자리 잡은 네일 살롱에 들어가서 베트남계가 아닌 타인종 미용사를 만나기가 어려울 정도다. 미 전국적으로 전체 네일 살롱 종사자의 43%가 베트남 이민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해 초 미국으로 이민 온 49세의 베트남 여성 호아 티 레는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 거처를 마련하자마자 미용학교로 직행했다. 캘리포니아의 네일 미용업에 대해서는 미국에 오기 전부터 들어왔던 터였다.

먼저 이민온 언니 오빠들 모두가 매니큐어 미용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매니큐어를 해라. 그게 쉽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말을 따랐지요" 레의 가족 6남매는 현재 모두 네일 살롱에서 일하고 있다.

네일 미용업은 기술훈련이 까다롭지 않은데다 영어를 잘못해도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베트남 이민자들이 할 수 있는데 그 길을 열어준 것은 영화배우 티피 해드런(사진 속 백인여성)이다.

1975년 사이공 함락 후 20명의 베트남 여성들이 새크라멘토의 난민 수용 천막촌에 도착했다.

이들은 베트남에서 교사, 자영업자, 혹은 공무원으로 일하던 여성들이었지만 앞으로 미국에서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헐리웃 여배우 티피 헤드런이 나타났다.

헤드런은 난민촌을 방문해 그들의 피눈물나는 이야기들에 마음을 빼앗겼고 도울 길을 모색했다.

그때 헤드런은 이들이 자신의 매니큐어 칠한 손톱에 몹시 끌려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 여성들이 손재주가 좋으니 매니큐어를 배우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매니큐어 미용사를 일주일에 한번씩 오게 해서 베트남 여성들에게 매니큐어 기술을 가르쳤다. 인근 미용학교를 설득해서 그 여성들에게 손톱 미용기술을 가르치고 일자리 찾는 데 도움을 주도록 했다.

베트남에서 고등학교 교사였던 투안 레는 이를 통해 매니큐어 미용사 자격증을 땄다. 헤드런은 산타모니카의 한 네일 살롱에 그녀를 취직시켜 주었다. 그런 성공담이 퍼져나가면서 많은 베트남 이민자들이 네일 미용업에 종사하기 시작했다.

캄보디아 이민자.. 도넛 가게

캘리포니아에 있는 도넛 가게의 80%는 캄보디아 출신 이민자들이 소유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캄보디아인이 경영하는 도넛 가게는 약 2500개가 있다. 도덧은 캄보디아의 전통 음식도 아니고 캄보디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도 아니다.

하지만 캄보디아 이민자들이 도넛 가게에 종사하게 된 것은 1975년 난민으로 캄보디아에서 미국에 이민 온 테드 노이 때문이다.

그는 1975년 폴폿과 크메르루즈가 캄보디안 대학살을 시작하면서 첫번째 피난민 대열에 끼여 어린 자녀 3명과 부인과 함께 캘리포니아에 도착했다. 낮에는 교회 청소부, 밤에는 주유소 캐시어로 뛰면서 주유소 옆 24시간 도넛샵을 유심히 관찰한 것이 그가 도넛 사업을 하게 된 시발점이었다. 그는 도넛샵 주인에게 여러가지 정보를 알아내면서 한 도넛샵을 인수했고 아내의 미국 이름을 따 '크리스티 도넛샵'이라고 개명했다.

이 도넛샵은 성공적이었고1년 안에 플러튼과 애나하임, 애나하임힐스에 신규 도넛샵이 오픈되었다. 그는 직영이 힘들자 쏟아져 들어오는 캄보디안 난민들에게 자신이 오픈한 가게를 리스해줬다.

그는 캘리포니아 전역을 다니며 각지에 크리스티 도넛샵 체인을 세우고 리스를 희망하는 캄보디아 이민자들에게 도넛을 만드는 방법과 도넛의 이름을 가르쳐 줬고 이들이 사업허가증을 받고 필요한 재료와 설비를 마련하는데 융자를 얻도록 보증을 서줬다. 그 결과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캄보디아 이민자들은 거의 모두 도넛 가게로 정착기반을 다졌다.

인도 이민자.. 모텔

미국에는 Comfort Inn, Sleep Inn 등 도시마다 여관과 모텔이 들어서있다. 그런데 이 모텔의 약 50%가 인도 이민자 소유다.

1970년대 미국에 대거 들어온 인도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찾은 살 방안은 시골에 있는 저가모텔을 인수해 운영하는 것이었다. 여러명이 각출해 모텔인수 자금을 모았기에 개인당 투자액은 적었다.

그들은 이렇게 구입한 모텔에서 살면서 모텔을 운영했다. 모텔이 자기 집이면서 일터가 된 것이다. 식구들이 모텔의 허드렛일을 하면서 운영비용을 줄였고 숙박료를 싸게 해 입실률을 높였다. 이렇게 해서 키운 모텔을 다른 인도 이민자 친척이나 친구에게 팔고 다른 모텔을 인수해 운영하는 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 결과 인도 이민자들은 미국 대다수 모텔을 운영하는 초이스 호텔 인터내셔널이 갖고 있는 2100개의 모텔 프랜차이즈의 절반을 갖게 되었다.

/글·사진=케이아메리칸포스트

#이민자 #아메리칸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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