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길 칼럼] 6.25 사변과 풍금

오피니언·칼럼
편집부 기자
▲미주성결대학교 류종길 총장

오늘 아침 한국 방송에서 6.25 사변과 우리 민족의 고통과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갑자기 아버님이 6.25 때 교회에 있는 풍금 때문에 순교하실 뻔 했던 일이 생각나서 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2013년 5월 26일 아버님이 개척하신 교회의 설교자로 초청받아 기쁜 마음으로 잘 건축된 전주성결교회에 도착하였을 때, 그 교회의 장로님으로부터 "잃었던 풍금을 찾아왔으니 보라"는 말씀을 듣고 막상 말로만 수십 년 들어오던 풍금을 보니, 천국에 가신 아버님을 뵙는 것과도 같아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 풍금은 우리 형제들에게는 특별히 의미 있는 물건이다. 이 풍금은 아버님이 8. 15 해방과 함께 전주에 성결교회를 처음 개척하실 때, 은행 지점장 부인 김석순 집사가 헌납한 당시 최고급 풍금이었다. 이 풍금은 개척교회의 제 1호 재산이며 모든 성도들이 사랑하는 성물이었다.

그런데 6. 25로 인하여 공산당이 전주를 점령했을 때 아버님은 갑자기 교회의 재산 제 1호인 풍금이 생각났다. 만일 교회당에 그대로 놓아두면 공산당이 가져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아버님은 경영하는 식당의 일꾼들과 함께 밤중에 예배당에 오시어 여러 방의 다다미들과 풍금을 한 방에 모아놓고, 다음 날에는 홀로 그 풍금을 벽에 붙여놓고 모든 다다미를 가득 쌓아서 그 누구도 그 속에 풍금이 있는 것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그 구석진 방 속에 풍금이 있는 것은 아버님만 아시는 비밀이었다. 심지어는 어머님과 할아버지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예상했던 대로 어느 날 젊은 인민군이 찾아왔다. 그리고 "풍금을 내 놓으라"고 무조건 명령을 하였다.

그 때 아버님은 담대하게 "그 풍금은 내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것이므로 줄 수 없다"고 했다. 마침내 그 인민군은 총구를 아버님의 목에 들이대며 말을 안 들으면 당장 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그리고 그 인민군은 아버님 뒤에 초조하게 서 있는 가족들에게도 풍금이 있는 곳을 대라고 다그쳤다. 그러나 가족들은 풍금이 있는 곳을 모르기 때문에 말을 못하고 떨고만 있었고, 당시 할아버지는 벌벌 떨면서 아버님께 "알려줘라", "줘라"고 하셨고, 우리 어머님은 그 때 얼마나 떨었던지 그 때부터 심장병이 생겨 평생을 조금만 큰 소리가 나도, 때로는 바람에 문 닫히는 소리가 조금만 커도 몇 시간씩 가슴이 떨리는 고통을 받으시다 천국에 가셨다. 그러나 아버님은 "너희들이 정히 가져가려면 나를 죽이고 가져가라. 지금 네 손에 총을 들고 있지만, 하나님이 허락하셔야만 네가 총을 쏘아 나를 죽일 수 있다"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그 때 오히려 인민군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총부리를 겨눴던 팔을 내리고 돌아갔다. 사실 아버님은 순교를 각오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오랜 세월이 지난 사건이지만 그 풍금이 너무 사랑스럽고, 너무 고맙고, 너무 아름답기만 했다. 지금도 그 풍금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며, 내 영혼을 뜨겁게 만든다. 지금 그 풍금은 나에게 조용히 묻는다. 지금 너는 그 순교의 신앙이 있는가?

6.25를 맞이하여 풍금과 아버지를 생각하는 목사 류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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