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범 칼럼] 열등감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오피니언·칼럼
편집부 기자
▲이기범 목사   ©스포켄한인장로교회

학벌에 대한 열등감이 심한 40대 부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학력을 알면 무시할 것 같았습니다. 이 부인은 재산이 많아서 비싼 아파트에 살고 있었고, 책도 많이 읽어서 어휘구사도 아주 지적이었습니다. 남편이나 자식도 자랑할 만했습니다. 어느 날 남편 직장 동료들의 부부 모임에 갔는데, 우연히 부인들이 대학 시절 이야기를 했습니다. 부인은 자기 학력이 탄로 날까 봐 속으로 전전긍긍했습니다. 남편 역시 자신을 창피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그녀는 느꼈습니다. 우울함과 무기력증에 빠지곤 했습니다.

어느 날 시장에 가려고 아파트 관리 사무소 앞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관리소장이 어떤 젊은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새로 이사 온 사람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여성이 예쁘고 지적이고 아주 세련되어서 물어볼 것도 없이 대학졸업자로 보였습니다. 그녀는 갑자기 마음이 위축되었습니다. 대졸 앞에 선 고졸이었습니다. 마치 여왕 앞에 선 시녀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이 부인은 관리소장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지만, 그 소장은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자존심이 팍 상했습니다. '내가 고졸이라서 인사도 안 받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대우를 받고 사는 자신이 싫었습니다. 소장에게도 화가 났습니다. '지가 뭐라고 나를 무시하는거야?'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그 관리소장이 자신의 학력을 알 리가 없었습니다. 자기 혼자 하는 생각일 뿐입니다. 비현실적인 생각이었습니다.

인간에게는 두 개의 현실이 있습니다. 하나는 객관적이고 실제적인 현실(Actual reality)입니다. 관리소장은 이 부인이 고졸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 실제 현실입니다. 다른 하나는 심리적 현실(Psychic reality)입니다.마음이 만들어 낸 주관적 현실입니다. 이 부인에게는 관리소장에게 자신의 학력 때문에 무시당하고 있는 것이 심리적 현실입니다. 그래서 부인은 근거 없는 줄 알면서도 무시당한 사람처럼 상처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 부인은 시장에 도착해서 과일을 고르고 있는데, 젊은 점원이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과일 주무르지 마세요.그렇게 주물러 놓으면 과일을 팔 수가 없어요." 그 순간 이 부인은 '아니, 손님에게 이렇게 불손하게 말하다니... 내가 대졸만 되었어도 이런 대접은 받지 않을 텐데. 창피하네. 그런데 내가 고졸인 것을 어떻게 알았지?' 시장에서 짐을 들고 택시를 잡으려는데, 택시 기사가 부인을 보더니 멈추지 않고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 순간 이 부인은 '아니,저 기사가 내가 고졸인 것을 어떻게 알았지?' 이 부인은 오늘 세 번이나 무시당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이무석,자존감. P. 119~126)

만약 여러분이 학벌 열등감이 심해서 고통을 받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학교에 가는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 노령에 공부한 분들은 존경할 만합니다. 공부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보다 좋은 방법은 인생의 관점을 바꾸는 것 아닐까요? 위의 사례에서 소개한 부인은 일기쓰기를 통해서 극복했습니다. '학벌 한 가지로 나를 평가하지 말자. 나는 건강하고 애들도 잘 키웠고, 나를 사랑해주는 성실한 남편도 있다. 이만하면 먹고 살 만큼 가계도 잘 꾸렸다. 우리 가정은 내 자랑이다. 나를 전체적으로 평가하자.' 그녀는 삶의 여유와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세상 그 누구도 우리에게 열등감을 갖게 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은 나를 보배롭고 존귀하게 여긴다고 말씀하십니다(이사야 43:4).

#이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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