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400홈런 대기록'

이승엽(39·삼성 라이온즈)이 개인 통산 400호 홈런을 작성하며 한국프로야구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이승엽은 3일 경북 포항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3회말 상대 선발투수 구승민을 상대로 솔로 홈런(시즌 10호)을 때려내며 개인 통산 400번째 아치를 그렸다.

앞선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하며 숨을 고른 이승엽은 3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을 맞았다.

구승민의 초구 스트라이크를 그냥 보낸 이승엽은 2구째 한가운데로 몰린 직구를 놓치지 않고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3일 오후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 3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삼성 이승엽이 국내 프로야구 최초 개인 통산 400호 홈런을 치고 있다. 2015.06.03.   ©뉴시스

이승엽이 때린 타구는 큰 포물선을 그리며 포항구장 오른쪽 담장을 향해 날아갔다. 이승엽이 가장 많이 홈런을 날려버린 코스다. 홈런공은 120m를 날아가 관중들을 넘어 경기장 밖 풀숲에 떨어졌다.

모두가 고대하던 이승엽의 400번째 홈런이 터지자 포항구장에 모인 관중들은 열광했다. 이승엽이 그라운드를 돌아 홈플레이트를 밟자 전광판 위로는 폭죽이 터졌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1995년 삼성에 입단한 이승엽은 데뷔 시즌 121경기에 출장하며 13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이듬해 9개의 홈런을 날린 것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활약한 13시즌 동안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다.

특히 데뷔 3년 차인 1997년 32홈런으로 첫 홈런왕에 오른 뒤 1999년(54개), 2001년(39개), 2002년(47개), 2003년(56개) 등 역대 최다인 5번의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승엽은 1999년 54홈런으로 KBO리그 최초 한 시즌 50홈런 이상 달성이라는 신기록을 시작으로 한국 야구 역사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2003년 56홈런을 쏘아올리며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은 물론 당시 아시아신기록(2013년 일본 발렌틴 60홈런으로 경신)까지 작성했다. 거침없이 터지는 그의 홈런포에 팬들은 열광했고, 신드롬이라고 하기에 충분했다.

이승엽의 기록은 그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8시즌을 활약하고도 달성한 대기록이기에 더욱 대단하다.

2003년 당시 한 시즌 최다 홈런 아시아신기록을 세운 뒤 한국 무대를 떠나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했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지바 롯데와 요미우리 자이언츠, 오릭스 버팔로스 등에서 뛰며 159개의 홈런을 때렸다.

이승엽의 한일 통산 홈런은 559개로 앞으로 41개 홈런을 추가하다면 한일 통산 600홈런이라는 위업도 달성한다.

3일 오후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 3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삼성 이승엽이 친 국내 프로야구 최초 개인 통산 400호 홈런볼을 잡은 관중이 볼을 들어보이고 있다. 2015.06.03.   ©뉴시스

이날 이승엽이 쏘아 올린 400홈런은 어디로 갈까.

삼성 구단 측은 400홈런 공을 잡은 주인공이 구단에 공을 기증할 경우 여러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공을 기증하면 최신형 휴대전화인 갤럭시S6 1대와 전지훈련투어 2인 상품권, 이승엽 친필 사인배트를 선물하기로 했다. 또 이승엽의 400홈런 공식 시상식 당일 대구 홈경기에 시구자로 초청할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만약 공을 잡은 팬이 구단에 기증하면 삼성 라이온즈 역사박물관에 전시할 예정"이라며 "기증한 팬에게는 기념품과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홈런볼의 소유권은 공을 주은 당사자에게 있기 때문에 기증을 강요할 수 없다. 자유 의사에 맡겨야 한다.

이승엽의 400번째 홈런볼은 충남 천안에 사는 야구팬 김재명(43)씨의 품에 들어갔다.

홈런볼을 소유한 김씨는 기증 의사를 묻는 질문에 "아내와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해 아직까지 홈런볼의 향방은 알 수 없다.

김씨 본인이 간직하거나 경매를 통해 필요로 하는 사람의 손에 넘어갈 수도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역사적인 홈런볼에 대한 경매가 비교적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사례가 많지 않다. 지금까지 경매를 통해 판매된 홈런공의 최고가는 1억2000만원이다.

2003년 6월 이승엽이 기록한 300홈런 공이다. 이 공은 구관영 에이스테크놀로지 회장이 구입한 뒤 삼성 구단에 기증했다.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타이를 이뤘던 2003년 55호 공은 TV 경매를 통해 1억25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사자가 막판에 구매 의사를 철회하며 없던 일이 됐다.

56호 홈런공은 구단 협력업체 직원이 잡아 기증이 이뤄졌다. 삼성 측은 답례로 56냥 황금공을 선물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1998년 마크 맥과이어의 70번째 홈런볼이 300만 달러(약 33억5000만원)에 팔린 사례가 있다. 그리고 역대 최고가는 베이브 루스가 1920년에 입었던 뉴욕 양키스 유니폼(상의)으로 무려 442만 달러(약 51억원)에 낙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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