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 사회적 슬픔을 어떻게 신앙으로 승화시킬까"

목회·신학
이수민 기자
한신대 학술원 신학연구소 교수세미나 "말할 수 없는 탄식: 애도에 대한 신학적 해석" 주제로
  ©한신대 제공

[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세월호를 아직 기억하고 있는지. 단순히 과격시위만을 생각하며 내 기억의 저편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아직 희생된 305명을 잊기엔 너무 이른 것은 아닐지. 한신대 학술원 신학연구소가 "말할 수 없는 탄식: 애도에 대한 신학적 해석"을 주제로 2015년 교수 세미나를 26일 오후 인수동 한신대 컨벤션홀에서 개최해 그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재성 교수(한신대 신학과 신약신학)는 "사회적 결핍과 교회의 탄식"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성서의 탄식이란 하나님의 구원 활동과 직결되는 중요한 것으로, 히브리 백성들이 노예 생활 속에서 부르짖었을 때 하나님은 그들의 부르짖음과 탄식을 들으시고 내려오셔서 그들을 압제에서 구해주셨다"면서 "갈릴리의 작은 사람들은 병마와 압제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면서 살려달라 부르짖었고, 예수는 그들의 부르짖음에 응답해 그들을 도와주고 격려하고 일으켜 세우고 병을 고쳐주고 귀신을 쫓아내 줬다"고 했다.

김 교수는 "오늘날도 한국 사회는 용산철거민 사건(2009년), 쌍용차 사태(2009년), 세월호 사건(2014년) 등의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사회적 애도는 공권력에 의해서 억압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 교회는 바빌론 포로들의 '탄식 축제'를 오늘에 되살려야 하며 성령의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탄식을 오늘에 이어가야 한다"면서 "안으로 신도들이 주님 앞에 통곡하고 탄식하고 방언으로 기도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한 밖으로 이러한 슬픔과 비극을 사회·문화적으로 탄식하고 애도하여 이 사회의 결핍과 상실을 변혁과 민족의 통일을 위한 에너지로 승화시키도록 하는 데 주체로 서야 할 것"이라 했다.

류장현 교수(한신대 신학과 조직신학)는 "민중의 한과 탄식, 그 원인과 극복"(민중구원론을 중심으로)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 난지 1년이 지났지만 그 동안 유가족들과 각계각층의 간절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고의 원인은 하나도 밝혀진 것이 없다"고 지적하고, "오히려 세월호 유가족들의 '사고의 진실을 밝혀 달라'는 단순한 요구조차도 최루액 물대포와 경찰버스의 차벽에 막혀 외면당하고 있다"면서 "필자는 억울하게 죽은 자식들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유가족들의 깊은 한숨과 눈물를 보면서 저들의 가슴 속에 맺힌 한을 생각하였고, 저들의 탄식에서 전태일 열사의 죽음을 떠올리고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광주민중항쟁의 희생자들의 한을 보았다"고 했다.

류 교수는 "1970년 "근로 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온몸에 불이 붙은 채 평화시장 앞에서 사망한 전태일 열사의 희생, 1980년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외치다가 군부독재의 총칼에 희생된 광주민중항쟁의 희생자들과 2014년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은 모두 탐욕스런 자본과 불의한 권력의 야합에 의해 억울하게 죽은 희생자들"이라 해설하고, "우리는 저들의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보고, 하늘을 향해 부르짖는 탄식을 듣고 신학적-실천적으로 응답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세월호 참사 이후의 시대적 사명"이라 주장했다.

더불어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교회는 전태일 열사의 죽음 이후 자본에 착취당하는 민중에 대한 증언으로써 민중신학이 태동되었고, 광주민중항쟁 이후 민족분단이 한국 민주화의 걸림돌이라는 인식에서 통일신학이 논의되었듯이 자기도취적인 신학에서 벗어나 한국의 역사적 상황에서 일어나는 하나님의 해방사건(한의 해체)을 증언할 수 있는 신학을 형성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그것은 예수가 고난당하는 민중의 소리에 응답하여 그 고난을 짊어지고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한 "한의 그리스도"라는 신앙고백에 근거한 '민중의 한과 탄식'에 관심을 갖는 신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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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명수 교수(한신대 신학과 목회상담)는 "애도의 공동체적 접근"(정신분석과 의례를 중심으로)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는 사건이 발생한지 일 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고, 한국 사회에 트라우마를 안겨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애도가 진행 중"이라며 "이 애도는 여러 가지로 표현되어 왔는데, 그러나 애도의 본질은 그들을 위해 울기 보다는 그들과 '함께' 우는 것이 되어야 하고(롬 12:15), 또한 진정한 애도는 고통 받는 이의 마음으로 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는 희생자의 관점에서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그들의 입장을 주변부로 돌리고, 궁지를 모면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책에 급급한 정부나 여당의 입장이 주가 되어서는 안 되고 또한 이를 정치적 계산에 따른 이용하려해서도 안 된다. 더불어 무수한 생명이 덧없이 희생당한 아픔과 또 다시 이와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어서는 아니 되겠기에 이번 일을 비분강개하는 일시적인 반응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기억하며 아려오는 아픔을 통해 현실을 직면하고 성숙하는 계기로 삼아 생각지도 하고 싶지 않은 세월호 사건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기억하고 간직해가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인간은 일상의 삶에서 사별과 상실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고 말하고, "이들을 위로하고 치유의 단초를 만드는 길은 개인 홀로 두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공동체가 정성으로 함께 애도에 참여하고, 이들을 의례에로 담아내어 그 속에서 애도하고, 서서히 상실한 대상과의 리비도 에너지를 분리하게 하는 일"이라며 "그래서 공동체의 사람들이 피해자를 잊지 않고 가슴에 담고 새기며, 이를 몸으로 표현하여 비록 아프지만, 이를 승화해갈 수 있도록 돕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한편 사회자로는 김윤규 교수(한신대 실천신학)가 수고했으며, 각 발표의 논평자로 한신대 신대원생들이 함께 했다. 주최 측은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이하면서, 사회적 슬픔을 어떻게 기도, 탄식, 애도를 통해 신앙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모색해보고자 했다"며 행사 개최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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