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成 리스트' 이완구 전 총리 15시간 검찰 조사

검찰이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이완구(65) 전 국무총리를 15시간 가까이 조사했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지난 14일 오전 10시께부터 15일 오전 0시57분께까지 이 전 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뒤 귀가시켰다. 이 전 총리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명 중 두 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전 총리는 조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사를 나서며 다소 지친 표정이었지만 "나름대로 입장을 쭉 얘기했고, 또 검찰 얘기도 듣고 그렇게 했다"며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진실이 이긴다고 했는데, 이겼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 드린 것은 이겼다 졌다의 말씀이 아니고, 진실된 것이 가장 우선이라는 그런 말씀"이라며 "이겼다 졌다의 의미가 아니라 저는 받은 사실이 없으니까,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을 독대했나'라는 질문에는 "사실 선거 와중에 독대 이런 건 기억을 잘 못한다"고 밝혔다. '측근을 통해 목격자를 회유한 사실이 있나'라는 질문에도 "그런 것 없다. 회유할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며 부인했다.

이 전 총리는 검찰에 소명자료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 입장에서 묻는 말에 소명을 했고 또 듣고 그렇게 했다"며 "추후로 또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제출하고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필요하다면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전 총리는 서울고검 1208호에서 주영환 부장검사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조사에는 부부장검사 1명과 수사관 1명도 참여했다. 이 전 총리 측에서는 검찰 출신인 법무법인 율우 김종필 변호사가 배석했다.

검찰은 이 전 총리가 재·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지난 2013년 4월4일 자신의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받았는지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총리의 최측근인 김민수 비서관이 이 전 총리의 운전기사였던 윤모씨 등을 회유하는 과정에 이 전 총리가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비서관은 지난 13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 전 총리의 소환에 앞서 성 전 회장 수행비서 금모씨와 운전기사 여모씨 등을 잇따라 조사했다. 또 성 전 회장 차량의 하이패스 운행 기록을 분석하는 등 이 전 총리에게 돈이 전달된 당시 상황을 거의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는 지난 3월12일 대국민담화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외친 지 64일만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난 지 17일만에 검찰 조사를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 전 총리는 검찰 청사에 출석하며 "이 세상에 진실을 이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이 전 총리에 대한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전망이다. 더불어 검찰은 앞서 조사한 홍 지사를 일괄기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 전 회장의 메모에 거론된 8명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일괄 사법처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두하고 있는 모습. 2015.05.14.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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