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로 목사가 보이스피싱 가담

교회일반
사회
뉴시스 기자

수사기관을 사칭해 거액을 가로챈 중국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의 국내 인출책으로 가담한 목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사채 빚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다 잘못된 선택을 한 목사는 참회의 눈물을 흘렸지만 이미 때 늦은 뒤였다.

17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지방의 한 교회 담임목사 정모(52)씨는 교회의 온갖 잡일을 혼자 다 해야 했다.

하지만 180만원 남짓한 월급과 얼마 되지 않는 헌금으로 가족들을 부양하기 힘들었고, 늘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노력하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살림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또 어김없이 내야하는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과 전기세, 수도세 등 생활비도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그는 대출을 받기 위해 이자가 좀 더 저렴한 시중 은행의 문을 숱하게 두드렸지만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 결국 은행보다 이자가 비싼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을 내고 남은 돈을 생활비에 보탰다.

대출 상환 날짜가 점점 다가왔지만 갚을 돈이 없었던 그는 발만 동동 굴려야했다. 최근 대출금을 갚지 못해 고민하던 그는 '세금 절세를 위해 통장을 모집한다'는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이미 본인 명의의 통장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다 적발돼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그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예금계좌로 들어오는 금액을 대신 인출해주면 해당금액의 1%를 수수료로 지급하겠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제의는 생활고에 시달려 지칠 때로 지친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악마의 유혹'이었다.

그는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자신 명의의 은행 계좌를 넘겼고, 이미 목사가 아닌 인출책으로 전락했다. 한 차례 통장을 건넨 뒤 손쉽게 수십만원을 손에 쥔 그가 본격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이다.

그는 지난 7일 서울 송파구의 한 시중은행에서 8800만원을 인출한 뒤 운반책에게 건넸다.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이 검찰을 사칭해 피해자들로부터 가로챈 돈이었다.

그가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돈은 81만원.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기 위해 다른 은행으로 이동한 그는 은행 직원의 신고를 받고 잠복 중이던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경찰조사에서 그는 "생활고에 시달리고 너무 살기가 힘들다 보니 어쩔 수 없어 범행에 가담했다"며 참회의 눈물만 흘렸다.

경찰은 정씨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운반책 등 다른 공범들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는 구속된 뒤에도 자신을 믿고 따르던 신도들과 가족 걱정을 많이 했다"며 "쉽게 돈을 벌수 있다는 순간의 유혹에 현혹돼 은행 통장이나 현금 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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