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칼럼] 어머니 마리아의 노래와 천사들의 찬양

대강절: 2014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서광선 교수(이화여대 명예교수·평통기연 고문)

[기독일보=평화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 주일 아침 교회에 나갔더니, 강단 위에 큰 촛대 네 개 가운데 촛불 하나에 빨간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찬란한 성탄 나무 장식 옆에 조용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신약성경의 누가복음을 읽으면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어머니들이 있었습니다. 어머니 한분은 나이 많은 사제 스가리아의 늙은 아내 엘리사벳 이었습니다. 늙은 어머니 엘리사벳은 세례 요한을 잉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어머니는 갈리리 나사렛 지방에 살던 마리아였습니다. 동정녀 마리아는 천사의 분부대로 예수를 잉태하고 있었습니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천사의 분부에 복종하기로 한 뒤 며칠 후에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을 찾아 갑니다. 엘리사벳은 마리아의 방문을 크게 기뻐합니다. "주님의 어머니께서 나를 찾아 주시니 어찌 된 일입니까? 문안의 말씀이 내 귀를 울렸을 때에 내 태중의 아기도 기뻐하면서 뛰놀았습니다.(누가1:43,44.)

이때에 아기 예수를 잉태한 세기의 어머니 마리아는 노래합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구세주 하나님을 생각하는 기쁨에/이 마음 설레입니다./주께서 여종의 비천한 신세를 돌보셨습니다./이제부터는 온 백성이 나를 복되다 하리니/귀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해 주신 덕분입니다./주님은 거룩하신 분/주님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는/ 대대로 자비를 베푸십니다./ 주님은 전능하신 팔을 펼치시어/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권세 있는 자들을 그 자리에서 내치시고/보잘 것 없는 이들을 높이셨으며/배고픈 사람은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부요한 사람은 빈손으로 돌려 보내셨습니다./주님은 약속하신 자비를 기억하시어/당신의 종 이스라엘을 도우셨습니다./우리 조상들에게 약속하신 대로/그 자비를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영원토록 베푸실 것입니다.(누가 1:46-55)"

마리아의 이 노래를 마리아 찬가라고도 하지만, 우리가 듣기에는 노래라기보다는 한편의 "시국 선언문"으로 들립니다.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다"고 하지만, 그 교만한 자들이 누구입니까? "권세 있는 자들을 그 권좌에서 내치신다."고 노래하지만, 누구를 말하는 것입니까? "보잘 것 없는 이들을 높이셨다"고 하지만, 누구들 이야기입니까? 그리고 배고픈 사람은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지만, 부요한 사람을 빈손으로 돌려보낸다."고 선언합니다. 아기 예수의 어머니는 예수가 오면 세상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뒤엎어진다고 합니다. 권세 있는 사람들은 권좌에서 쫓겨나고, 부자들은 못살게 가난해 질것이라는 것입니다. 가히 혁명적인 선언문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소리했다간 감옥에 가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도 우리 한국 땅에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마리아의 노래를 다시금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립니다. 예수님과 함께 이루어지는 "하나님 나라를 기다립니다." 아기 예수가 말구유에 탄생하던 날 새벽, 들에서 양 치던 목자들에게 천군 천사들이 나타나 나팔소리와 함께 노래했습니다. "하늘 높은 곳에는 하나님께 영광/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누가 2:14.)

어머니 마리아의 선언문은 정의였고, 천사들의 찬양은 평화였습니다. 그러므로 크리스마스의 주제는 정의와 평화입니다. 우리는 간절하게 이 땅에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고 일합니다. 그리고 주님 가르치신 기도를 드립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진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지게 하옵소서. 아멘"

글ㅣ서광선 교수(이화여대 명예교수·평통기연 고문·dkssu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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