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기독교인들 모두가 떠나기 원하는 곳으로 변해"

중동·아프리카
손현정 기자
hjsohn@cdaily.co.kr
바그다드 교회 성직자, 현지 기독교 종말 우려
▲이슬람국가(IS)의 박해로 난민이 된 한 이라크 여성 주민이 쿠르드 자치지역 내에 마련된 임시 피난처 안에서 누워 있는 자신의 아기를 바라보고 있다. ⓒAP/뉴시스.

[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이슬람국가(IS)의 세력이 날로 확산되어가고 잇는 이라크는 이제 모든 기독교인들이 떠나고 싶어하는 곳이 되었다고 현지의 성직자가 전했다. 이라크의 유일한 성공회교회인 세인트조지처치의 앤드류 화이트 주교는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이라크에 남아 있기를 원하는 교인은 단 한 명도 없다"며, "이라크에는 정말로 머지않아 기독교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교인들에게 이라크를 떠나서는 안된다고, 교회를 떠나지 말고 나를 떠나지 말라고 말해 왔다. 하지만 이제 거의 모두가 떠나고 없고, 남아 있는 이들도 가난으로 인해 떠나지 못했을 뿐 기회만 된다면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라크에서는 2천 년 가까이 기독교 역사가 이어져 왔으며, 특히 대부분의 이라크 교인들이 속한 칼데아 정교회는 가장 역사가 깊은 교파 중 하나다. 이라크 교인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박해와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지속되언 온 정국 불안정 속에서도 조상들 대대로 신앙을 지키며 살아 온 땅을 떠나지 않아 왔다.

그러나 지난 6월 이래로 이슬람국가(IS)가 모술을 비롯한 주요 도시들을 차례대로 점거해나가며 이라크 전역에서 세를 떨치고 있고, 비무슬림들에 대한 극단적인 박해를 가하는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서 이라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교인들이 살아가기 힘든 곳이 되어버렸다. 화이트 주교는 "모든 교회들이 문을 닫았다. 너무나 슬픈 일이다"고 밝혔다. 그는 교회가 문을 닫은 것은 이라크 기독교의 2천 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에서 기독교가 곧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많은 현지 교계 지도자들이 제기해 왔다. 니느웨 지역의 대표적 가톨릭교회 지도자인 나와르 신부는 이미 지난 8월 "이라크에서 기독교는 종말을 고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IS는 점거 지역 내에서 기독교인을 포함한 소수종교인에게 이슬람으로의 개종과 인두세 납부를 강요하고 있으며, 이에 불응하는 교인들에게는 폭력과 강간, 살해 등의 잔혹한 박해를 서슴지 않고 있다. 이에 수만 명에 달하는 종교적 난민이 발생했으며, 이들 중 많은 수가 비교적 안전한 쿠르드 자치 지역 또는 최근 국경을 개방한 터키로 피신했다.

그러나 임시 피난처에서의 생활 역시 언제 테러 공격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각종 식량과 생필품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으로 고통의 연속이라고 국제 구호단체들은 전했다.

월드비전 이라크 담당자로 에르빌 지역에서 피난민들을 돕고 있는 케스린 태츠쉬는 "가장 기본적인 음식, 물, 대피소가 긴급하게 필요하다. 지금 사람들은 교회를 비롯해 학교나 지역 센터 그리고 채 완공되지도 않은 건물들에서까지 생활하고 있다. 심지어는 이마저도 없어서 밖에서 먹고 자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좁은 교실에서 20명, 30명이 넘는 가족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높은 여름 기온과 수용 인원 초과, 그리고 위생 시설 부족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도 밝혔다.

화이트 주교는 세계의 교인들에게 이라크를 위해 기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바그다드에서 간절히 전하는 소식"이라며, "이곳의 교인들은 공포에 떨고 있고 나라가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 또한 이라크 인근 국가의 형제자매들 역시 IS의 위협 속에 놓여 있다. 우리는 이 모든 상황을 다 알지는 못한다. 우리가 아는 것은 모두가 겁에 질려 있다는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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