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에서 수백만원 굴비까지'...추석 선물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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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민족 대명절인 추석 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빠질 수 없는 것 중의 하나인 추석 선물. 특히 올해 추석은 38년 만에 가장 이른 추석인 만큼 미리 명절 선물을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하지만 오랜만에 가족이나 친지, 지인들을 만난다는 설렘과 함께 주변 사람들에게 건네야 할 추석 선물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고마운 마음을 정성껏 담은 추석 선물을 고르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에서는 다양한 선물세트를 준비해 놓고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달걀 한 꾸러미부터 수백만 원을 호가는 굴비 세트까지. 주고 받는 명절 선물에도 시대와 생활을 빠르고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모두가 배고팠던 1950년대. 가까운 친지끼리 모여 양말이나 간단한 옷가지를 주고받는 것으로 추석 선물을 대신했다. 먹을 게 귀했던 당시 평소에 잘 먹기 힘든 돼지고기와 달걀, 식용유 등이 가장 큰 선물이었다.

1960년대는 설탕과 조미료, 밀가루 등 '삼백(三白)식품'이 주부들 사이에서 가장 받고 싶은 명절 선물이었다. 지금이야 설탕이 흔하지만, 당시에는 수입량이 워낙 적어 호사스러운 선물이었다.

김복자(74) 할머니는 "당시 주부들은 설탕이나 밀가루 같은 생필품을 명절 선물로 받고 싶어했다"며 "당시에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 먹을거리나 생필품이 정말 귀한 선물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경제개발이 본격화된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명절 선물이 등장했다. 스타킹과 비누, 치약 등 공산품이나 경공업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과자 종합선물 세트도 당시 처음 선보였다.

올림픽을 개최했던 1980년대에는 단연 참치 세트와 정육 제품들이 명절 선물로 떠올랐다. 또 다방문화와 커피문화가 확산하면서 커피세트도 훌륭한 명절 선물로 주목받았고, 가죽가방이나 전기밥솥 등 소비재 상품들도 명절 선물 대열에 합류했다.

선물세트의 인기가 계속됐던 1990년에는 사재기 현상으로 금지됐던 상품권 발행이 1994년에 다시 허용되면서 명절 선물의 큰 전환기를 맞는다. 간편성과 받는 이가 원하는 선물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상품권은 재등장하자마자 명절 선물을 대신했다.

2000년대 이후부터 최근에는 건강과 여가 문화 확산으로 유기농 식품이나 건강보조제, 아웃도어 및 스포츠 상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불황과 사회적 양극화가 계속되면서 추석 선물도 고가 상품과 실용적인 중저가 상품들로 나눠졌다.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는 올해 고가의 한우세트와 굴비세트가 품절 현상을 빚는 동시에 1만~3만 원대 안팎 의 저렴한 상품들도 날개 돋친 듯 판매되고 있다.

올해는 '실속형 소비'와 고가의 프리미엄 상품을 선호하는 '가치형 소비'로 양분화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서울의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이른 추석 탓에 한우세트와 굴비세트를 많이 준비했지만 대부분 소진됐다"면서 "올해도 마찬가지로 실용적인 저가형 생필품이나 과일상품 등의 판매량도 높다"고 설명했다.

세월따라 추석 선물의 품목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선물에 담긴 사랑과 정성은 바뀌지 않고 있다.

#추석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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