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백혈병' 산재 일부 인정...삼성 "판결 존중"

반올림

[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 근로자들의 백혈병 발병을 산업재해로 일부 인정한 법원의 판결에 대해 "존중한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21일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회사는 이미 아픔을 격는 가족에 대한 사과, 보상, 예방노력을 약속한 만큼 협상을 통해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서울고법 행정9부(부장판사 이종석)는 삼성 반도체 피해 유족 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고 황유미씨와 황씨와 같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3라인에서 일하다 백혈병 발병으로 사망한 이모(2006년 사망·여)씨에 대해서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고 황유미씨는 2003년 10월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2004년 1월부터 2005년 6월까지 기흥사업장 3라인에서 확산 및 습식식각 공정 업무를 담당하다 2005년 6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이듬해 사망했다.

다만 재판부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5라인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발병으로 2005년 사망한 황모씨를 비롯해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에서 일하다 백혈병과 림프종 진단을 받아 투병중인 김모, 송모씨에 대해서는 청구를 기각했다.

이날 법원의 판결 후 고 황유미씨 아버지이자 삼성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대표인 황상기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패소한 원고들도 삼성반도체 공장의 화학물질에 노출돼 백혈병에 걸린 게 맞다"며 "피해자 가족들에게 입증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반올림 측 이종란 노무사는 "근로복지공단이 처음부터 업무 관련성을 판단할 때 반도체 사업의 특수성 등을 감안해 적극적으로 산재 판단을 했다면 유족들의 고통을 오래전에 덜어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공단이 이날 판결에 또다시 상고한다면 스스로 법을 무시하고 기업주를 위한 기관임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이 노무사는 이어 "이번 판결이 또 다른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망 노동자들의 항소심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패소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직업병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반올림은 삼성전자 반도체·LCD 부문에서 일하다 백혈병, 뇌종양 등 중증질환에 걸렸다는 제보자만 164명에 달하며, 그 중 7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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