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언론회 논평] 종교적 관용 어디까지인가?

오피니언·칼럼
편집부 기자
한국교회언론회 대표 김승동 목사

'내란음모 혐의'로 1심에서 유죄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통합진보당 이석기 국회의원 등 RO 조직원 7명에 대하여, 일부 종교지도자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을 하였다.

소위 'RO 사건'의 항소심 결심 공판을 앞둔 가운데, 지난 27일 일부 종교 지도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 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들이 서울고등법원에 탄원서를 낸 것이 밝혀지면서, 또 다른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 분들의 말대로 '도움을 요청하면 손 내밀어 주는 것이 종교인의 사명'은 맞지만,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의 형평성과 법률의 판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탄원행위'는 자칫하면 법 적용에 혼란을 가져오고, 사회적 분란을 가중시킬 수 있어 우려된다.

이는 누구보다도 국가의 법을 준수해야 할 종교지도자들이 앞장서서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될 것이다.

법의 관용은, 피고들이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뼈저린 반성과 함께, 국민들에 대한 진정한 뉘우침으로, 현저한 자기 변화가 일어날 때 가능한 것이다.

RO 사건은 '내란음모죄'로 1심에서 중죄를 선고 받고, 2심에 계류 중인 사건인데, 이들은 자기들의 죄를 일체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들의 죄는 단순히 일반 범죄나 여타 생계형 범죄와는 근본이 다르고, 그 폐해가 심각한 것으로, 국가의 안위와 직결된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 지도자들이 무턱대고 '법의 관용'을 요구하는 것은 자칫하면, 종교가 국가 안보를 경시하고 국가의 근간인 '법치'를 무시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분들의 주장은 피고인에게 '사회의 화해와 통합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고 하고 있으나, 통합은 일방적으로 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는 피고인들이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할 때만 가능한 것이다. 이미 이석기 국회의원은 민혁당 간첩 사건으로 복역 중 사면을 받아, 국가 관용의 시혜를 받은 인사가 아닌가? 그럼에도 또 다시 '내란음모죄'를 범하여 재판중이라면, 이제는 종교지도자들이 나설 때가 아니라, 사법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종교 지도자로써 '죄를 묻지 않고, 구원을 위해 기도해 주는' 것은 맞다고 본다. 그러나 종교 지도자들이 죄인을 위해 기도해 주는 것과 명백한 범법행위에 대하여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해야 할 사안에 대하여, 관용을 베풀라고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그렇게 한다면 나라가 온전할 수 있겠는가? 만약에 제2, 제3의 사례들이 나온다면, 모두 관용을 베풀라고 요구할 것인가?

종교 지도자들이 동족인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 '내란음모죄'를 지은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라는 것을 국민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종교가 지나치게 국가의 근간인 법치에 관여하게 될 때, 중세기 로마 가톨릭이 천년동안 법을 농단하여 혼란했던 암흑 시기가 있었고, 고려불교가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여 고려를 망하게 했던 역사적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이제 종교 지도자들이 죄를 범한 사람들에 대하여 긍휼과 자비의 마음으로 더 많이 기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법치주의를 능가하는 탄원 행위는 분명히 국민의 법 감정과,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할 법의 형평을 뒤흔드는 일이 되고 말아, 종교가 지나치게 국가에 관여한다는 비난을 살까 매우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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