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 학습된 무기력 만든다"

교육·학술·종교
오상아 기자
saoh@cdaily.co.kr
미 교육운동가,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강연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격월간 민들레 웹사이트

미국의 대표적인 대안학교 알바니 스쿨에서 40여년간 교사로, 교장으로 아이들을 만나온 교육운동가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초청 강연이 진행됐다.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는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 저자로 곧  '길들여지는 아이들'이라는 신간의 출간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25일 오후 3시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아이들의 사라져가는 야생성, 어떻게 되살릴까?'를 주제로 진행한 강연에서 그는 먼저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나온 내용을 언급했다.

그는 "모든 권위주의적인 사고의 공통분모는 인생이란 내 관심사와 의사 외의 것들이 아닌 다른 힘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믿음에 뿌리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인생에서 유일하게 행복해지는 길은 외부의 힘에 자신을 순응시키고 복종시키는 것이다"며 에리히 프롬의 주장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에리히 프롬의 인용문을 풀이해보면 아이들이 자유롭게 스스로 사고하는 것을 못하게 되면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막히게 되면, 독립적인 선택을 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되면 그러면 내면의 자유 그것을 잊게 된다는 것이다"며 "그렇게 되면 결국 이런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유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또 "그러면 이런 사람들은 외부의 권위에 기대서 권위자나 권위의 세력이 자신에게 시키는대로 사고하고 말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그것에서 안정감을 찾게 된다"며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형성할 기회도 없다"고 했다.

덧붙여 "결국 그렇게되면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것이기 때문에 그 상실을 메꾸고 만회하고자 남의 인정과 칭찬에 기대어 정체성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아이들도 자아통제감을 잃게 되면 둘 중의 하나의 현상이 일어난다"며 "성인이 되어서 수동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명령에 순종하면서 살거나 아니면 충분한 권력을 끌어모아서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된다.바로 이것이 파시즘, 파시스트 사회의 주재료가 되는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틴 셀레그만이라는 미국 심리학자가 '학습된 무기력'에 관해 진행한 흥미로운 실험 하나를 소개했다.

그 실험은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는데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는 앞발에 아주 약한 전류가 흐르게 했다. 고통을 줄만큼은 아니었고 불편한 느낌을 줄만큼만의 전류를 흐르게 하고 이 전기쇼크를 차단할 장치가 없었다. 반면 다른 한 집단은 전기쇼크를 차단할 수 있는 레버를 뒀다.

그리고나서 두 집단의 개를 모았고, 전기쇼크를 주면서도 굉장히 낮은 담을 건너 뛰기만 하면 그 전기쇼크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스스로 전기충격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개들은 바로 그 담장 넘어서 전기충격을 피했다. 그러나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충격에 노출됐던 개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낑낑대기 시작하며 수동적으로 견디기만 했다.

그는 "마틴 셀레그만은 이 현상을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또 아동 심리학자 케롤 드웩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비슷한 맥락의 연구를 소개했다. 캐롤 드웩은 수학신동이라고 불리던 집단과 수학성적이 하위권이었던 집단으로 나눠 두 집단의 아동들에게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고난위도의 수학문제를 풀게 했다. 그는 "결과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돠 전혀 반대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무기력함을 보였던 집단은 바로 수학신동이라 불렸던 수학에 자신이 있었던 우등생들이었다"며 "오히려 수학성적이 다른 집단보다 더 떨어졌던 집단의 학생들이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보려고 끝까지 노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캐롤 드웩이 내린 결론은 똑똑한 학생들 같은 경우 평생 '넌 정말 똑똑해. 머리가 좋은 애야' 라는 얘기를 많이 듣다보니 자기의 지능은 어른과 주변사람 칭찬 속에서 생겨난 것이고 자기지능은 자기 것도 아니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개랑 마찬가지로 학습이 되었다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결국 이 아이들은 평생을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지능이나 똑똑하다는 것은 고정된 하나의 성질로서 타고나면 좋은 것이고 없으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스스로 노력해서 똑똑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믿었다"고 했다.

반면 "다른 집단 아이들은 내가 더 배우고 노력하고 여러가지 문제 해결 방법을 습득해서 하다 보면 더 똑똑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며 또 "캐롤 드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똑똑한 그 집단의 아이들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통제하는 성향의 부모라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고도 했다.

그는 "이번에 출간된 '길들여진 아이들'에는 더 많은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며 "이런 모든 연구결과가 공통적으로 결론 내리는 것은 아이들을 고도로 통제된 상황에서 기르게 되면 그리고 존재의 이유같은 정체성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기회와 경험을 차단시키면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고 했다.

또 "아이들이 계속해서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경쟁에 내던져지는 환경은 아이들이 원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것이 절대로 아니다"고 했다.

그는 또 "제가 '길들여진 아이들' 이 책을 쓰게 된 또 다른 주된 동기는 역설적으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교육이라는 것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부모든 사회든 정부든 교육을 너무 중요하게 여긴 나머지 교육 외에 아동기를 채우는 많은 것들을 외면하게 됐다"며 "제가 책 서두에도 이렇게 이야기를 했지만 유년기 전체가 아동기 전체가 위험에 처해있다. 위기에 처해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외부의 세력, 사람에 의해서 자기 삶이 모두 통제가 된다. 그 결과 아이들이 타고난 내면의 야성, 야성이라는 것은 아이들의 혼, 우리 속에 다 있는 불꽃이라고 할까, 창의력 이런 것을 말하는 건인데...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는 것 그리고 내 존재의 이유를 깨닫게 해주는 그 무엇인가가 우리 안에 다 있다"고 했다.

이어 "물이나 햇빛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서 시들어가는 꽃처럼 야성이 점점 시들어간다는것이다"며 "그렇게 시들어가는 야성을 가지고 겨우 성장해서 어른이 되면 그렇게 결국은 학습된 무기력을 가지고 성인기로 접어들게 되면 몸은 어른이지만 우울증과 수동적인 삶에 빠져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정체되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지금 이런 교착상태에 빠진 젊은이들이 한국에 어느정도인지 모르겟는데 미국에서는 우울증이 전염병처럼 20-30대 젊은이들에게 번지고 있다"며 "지금 미국에서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젊은이 복용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메르코글리아노 #교육 #학습된무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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