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하지 않으나 날카롭고, 변화를 촉구하지만 협박하지 않는..."

목회·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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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아 기자
saoh@cdaily.co.kr
2014 미래교회 컨퍼런스, 김학철 교수 발제
김학철 교수   ©스피커코리아

"그 초청은 무례하지 않으나 날카롭고, 세상 지식을 자랑하지 않으나 그 지식을 충분히 알고 그것의 허방을 노리고 있으며, 변화를 촉구하지만 협박하지는 않고, 결과를 기대하나 조급해해지 않는 그러한 초청이다"

이는 연세대학교 신과대학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이 주최하는  '2014 미래교회 컨퍼런스' 첫째날인 23일,  '이 말쟁이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느냐: 바울의 아테네 설교와 설교의 원형'을 주제로 강의한 김학철 교수(연세대)의 '설교'에 대한 바람이다.

이날 그는 '사도행전에 나온 세 가지 길고 좋은 설교의 원형' 으로 비시디아 안디옥에서 행한 바울의 긴 설교, 아테네 특별히 아레오바고에서 행한 설교, 밀레도에서 행한 설교를 꼽으며 "아레오바고 설교를 채택해 오늘날 설교의 큰 방향에 대해 일종의 제안을 하려고 한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아테네, 최고 문명 자부하던 수많은 신들의 도시
신을 찾는 목적, 그들 잘 달래서 자신의 욕망 채우려
앎의 욕망과 수사학, 세상을 지배하는 수단

먼저 김 교수는 "바울은 아테네에서 실라와 디모데를 기다리게 되었는데, 당시 아테네는 다음과 같은 특징으로 요약될 수 있다"며 '지중해 문화의 수도 - 자부심', ' 우상/많은 종교성-초월적 힘을 향한 욕망', '새것 추구-앎의 욕망', '수사학-진리보다는 설득', '에피쿠로스 학파-이기주의와 쾌락주의', '스토아 학파-운명론과 달관'을 들었다.

그는 "아테네는 지중해 문명의 수도였다. 한 마디로 '우리 아테네 사람들은 이 세상 누구보다도 인류가 이루어놓은 최고로 정련되고 세련된 지성적 도시에 산다'는 것이 '문화적 자부심'의 뜻이다"고 했다.

그러나 '우상이 가득한 도시' 아테네. 김 교수는 "아테네라는 이름 자체가 아테네 여신의 이름과 같다"며 "아테네 사람들은 세련된 인간의 문화를 자랑했지만, 신들을 향해 갖는 그들의 욕망은 신을 잘 달래서 그들의 힘을 통해 이른바 번영과 안정을 누리며 살고자 한 것이다"고 했다.

이어 "그들에게 신적인 존재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었다"며 "바울은 그 욕망이 참 하나님을 가리고 있음을 알았다"고 했다.

그들에게는 '앎의 욕망'이 넘쳐났다. 김 교수는 "아테네는 '앎'을 통해 지중해 세계를 지배했고, 그들은 지식이 세상을 움직이는 것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고린도전서 1장 22절의 '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을 지혜를 찾으나' 말씀처럼 지혜를 찾았다"며 그 목적 또한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뜻대로 변형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이어 김 교수는 "(아테네인들의)수사학은 지식과 지혜를 통한 지배의 확대를 잘 보여주는 학문이었다"며 '진리보다는 상대방을 설득해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한 학문이 가장 세련되게 발달된 곳'이 아테네였다고 했다.

또 "진리를 알기보다 승리와 목적 달성을 위한 지식을 사용하는 이들을 소피스트들이라고 한다"고 했다.

김학철 교수는 이어 아테네의 가장 유명한 철학학파중 하나인 에피쿠로스 학파를 소개했다. 이 학파는 "대중종교, 곧 제우스를 비롯한 온갖 그리스의 신들을 믿는 대중과 자신들 사이에 거리를 두었다"며 "에피쿠로스 학파는 한 개인이 이 세상을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는 철학이다"고 했다.

김 교수는 "삶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사회의 압력이 있을 때 여러 욕망을 뒤로 한 채 은둔하는 삶의 양식을 택하는 철학이다"고 했다.

이들에게는 인간의 행복이 신에게 달려 있지 않았다. 김 교수는 "신은 인간 마음에 동요를 일으킬 뿐이었다"고 했다.

이어 소개한 학파는 스토아학파이다. 김 교수는 "스토아 학파는 전체에 대하여 인간이 가진 왜소함을 기본적인 정서로 가진 철학이다"며 "스토아 학파는 운명론적 달관을 목표로 한다"고 소개했다.

즉 "우주의 원리는 로고스, 곧 이성이고 인간도 이 로고스에 참여하고 있는 바, 스토아 철학자들은 이성에 따른 삶이 이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바울, 격분 토론과 변론으로 푸는 이성과 절제의 사람
비난 보다는 '호의'로 선교 접촉점 만들어 설교

이어 김학철 교수는 아테네에서의 바울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사도행전 17장 16절에 보면 그는 그 도시에 우상이 가득한 것을 보고 마음에 '격분' 하였다. 이것은 이방신들을 섬기려 했던 이스라엘 사람들을 두고 하나님이 일으킨 분노를 표현할 때 사용된 단어다(신 29:24-28)"고 했다.

이어 "바울의 분노는 거룩한 분노, 진리를 떠난 이들에 대한 분노, 그 안에 연민과 사랑이 깔려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울은 거룩한 분노만을 품은 채 끝내지 않고 그 분노를 풀어가는 실천의 사람이었다"며 "그는 열정적으로 움직였지만, 그가 취한 행동은 토론과 변론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 장면에서 우리는 저자 누가가 바울에게 아테네의 상징적인 인물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많은 학자들이 누가의 바울 묘사에서 소크라테스가 연상된다고 지적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는 격분하고 열정에 넘쳤지만 완전히 이상한 이방인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그는 소크라테스처럼 행동했다"며 "아테네 사람들은 바울의 행동에서 익숙한 자신들의 문화의 영웅을 느꼈을 것이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장면은 바울의 분노와 열정이 언제나 이성과 절제와 함께 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17장 22절(너희를 보니 범사에 종교심이 많도다)에 보면 바울은 아테네 사람들의 적대감과 분노를 불러일으키기보다는 '호의'를 표하며 그들에게 접근한다"고 했다.

그는 "이것은 단순히 입에 발린 말만은 아니다. 바울은 선교하는 설교자로서 그들에게 다가설 때 비난보다는 '호의'를 통해 접촉점을 만들고자 했다"며 "그는 그 문화를 이해하고 그 문화의 틀 속에서 설교의 통로를 찾아내었다"고 했다.

김학철 교수는 "바울은 설득력과 교양적 지식과 문화적 상식, 이를 통한 접촉점의 확보와 같은 지성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흥분하여 일을 망쳐버리는 사람이 아니었다"며 그가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그는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열어 놓은 새로운 세계를 보았기 때문이다"고 했다.

바울의 설교, '하나님, 인간, 예수와 부활, 회개와 심판' 네 가지 주제
인간 삶의 목적, '하나님을 더듬어 찾아 발견하려 함'
인간의 가슴 속 빈 공간, 하나님 외에는 채울 수 없는 자리 

김학철 교수는 "바울의 설교에는 크게 하나님, 인간,예수와 부활, 회개와 심판 등 네가지 주제가 있다"며 이 네 가지에 관한 바울의 선포의 내용을 설명했다.

바울이 선포한 '하나님'은 '창조자이자 하늘과 땅의 주', '신전에 거하는 분이 아니며 사람의 손으로 섬김을 받는 분도 아닌 분', '생명과 호흡과 만물을 주시는 분'이다.

이어 바울이 말하는 '인간'은 '한 혈통, 연대와 거주의 경계', '하나님을 더듬어 찾아 발견하려 함', '하나님의 소생, 하나님과 가까이 있음'으로 설명된다.

김 교수는 '하나님을 더듬어 찾아 발견하려 함'이 "인간 삶의 목적을 가장 명확하게 밝혀놓은 구절이다"고 했다. 그는 "인간이 자신의 욕망에 따라 사는 것도, 이기적인 쾌락주의나 운명론적 달관이 삶의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며 "인간의 가슴 속에는 하나님 외에는 채울 수 없는 빈 공간이 있고, 그 공간을 채우는 것이 삶의 목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을 더듬고, 찾아, 만나는 인간 삶의 목적은 단지 우리에게 부여된 임무가 아니라 인간 본연의 삶이다"며 "바울은 그리스 시인의 시구를 인용해 '우리가 그의 소생'이라고 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이용 대상이 아니라 우리 생명의 근원이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바울의 설교의 핵심은 예수와 부활이었다"며 "그것은 그들에게 '새로운 것'이었고 '이상한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그 이야기는 예수라는 하나님이 정한 사람의 죽음과 다시 산 이야기였다"며 "하나님과 인간의 죄와 그로 말미암아 빚어진 곤경의 상태를 그냥 방치하지 않으시겠다고 결심하시고, 죄와 그로 말미망믄 비참한 상태에 놓인 이들에 대한 연민과 불쌍히 여김에서 십자가의 원리는 시작한다"고 했다.

이어 "마치 로마 군대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자신의 뜻과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는 것과 달리 하나님은 강제로 하지 않는다"며 "대신 하나님은 그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의 자발성과 깨달음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는 "이것은 하나님이 할 수도 있는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겠다는 자기 제한이고 놀라운 공존 공생의 길이다"며 "자기 제한, 자기 양보, 자기 희생, 자기의 일정한 포기는 중요한 십자가의 원리이다(빌 2:5-8)"고 했다.

김 교수는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통해 바울은 하나님이 인간과 가까이 하는 길, 곧 인간이 하나님에게 나오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선포했다며 "바울은 예수의 십자가를 통해 열린 하나님과 만나는 세계를 보았고, 예수의 부활이 예수의 옳음을 입증한다고 믿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바울의 '회개'의 메세지로 넘어갔다. 김학철 교수는 "바울은 회개를 외친다"며 "이전의 무지의 시대는 하나님이 간과하셨다. 그러나 이제 하나님이 예수를 통해 일했다는 사실이 명확하고, 그것의 의의가 드러난 지금은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며 '그것이 회개'라고 했다.

그는 "회개와 연이어 나오는 주제는 심판이다"며 "바울의 설교는 비웃음과 호응을 동시에 불러오는데 비웃음은 아테네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시대관과 다른 데서 온 것이고, 호응은 그들의 '죄'에 대한 새로운 깨우침에서 나타난 반응이다"고 했다.

설교자, 시대와 청중 변화를 목표로 선포
전한 바에 따른 결과 받아들이는 사람

김학철 교수는 "설교자는 설교를 통해 시대와 청중을 깊이 있게 만나면서 또 그들의 욕망을 읽어내면서 그들의 변화를 목표로 선포하고 설득하며 전한 바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는 사람이다"고 했다. 또 "설교자는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눈에 눈물을 고이는 사람이다"고 했다.

이어 김 교수는 "설교는 성서적 진리가 시대 및 청중과 만날 때 생겨나는 선포다"며 "설교는 시대와 청중의 욕망, 지식, 감정, 노력을 읽고, 칭찬하고 수용하는 것을 넘어서서 보충하고 반반하고 선포한다. 또한 설교는 시대와 청중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며, 성서적 진리로 가르치는 것이며, 진리로 돌아오라는 회개의 메시지다"고 했다.

한편, 2014 미래교회 컨퍼런스는 23일부터 26일까지 연세대 신과대 예배실에서 진행된다. 24일에는 '예수의 설교'(서중석 명예교수/연세대), '예언서 예레미야에서 배우는 설교'(박동현 교수/장신대 퇴임교수), '성서적 설교 준비의 실제'(조동천 목사/신촌장로교회) 강의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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