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70시간의 리트릿(retreat)

인터내셔널갈보리교회 이성자 목사
이성자 목사   ©인터내셔널갈보리교회

지난 주간, 70시간의 개인 리트릿(retreat)을 다녀왔습니다. 주 안에서 감사한 시간을 갖게 되어 간단히 나누고자 합니다. 시간, 장소, 방법 등 섬세하게 인도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어떤 기독교 수양관을 방문하였는데 매우 한적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 위치한 깨끗한 수양관이었습니다.

가기 전에 중요한 준비물은 물론 성경과 책입니다. 이번에는 '세 왕 이야기'와 그 외 몇 권의 책을 준비해갔습니다. 그동안의 모든 피로가 몰려오는 듯 처음 도착해서는 그저 잠만 왔습니다. 그런데 저를 수양관에 데려다 주신 분들이 떠나기 전 제게 당부하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목사님, 힘드시더라도 꼭 산책하며 걸으셔야 해요." 그 말에 순종해야할 것 같아, 산책을 나갔습니다. 바깥은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4월의 미풍이 쾌적하게 불어오고 푸르디푸른 하늘에 뜬 흰구름이 더없이 단아하게 보였으며 올곧게 뻗은 나무들로 가득한 울창한 숲은 신록으로 단장하며 저를 맞이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숨결이 곳곳마다 느껴지고 문자 그대로 생명의 환희가 대자연 가운데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사랑스럽게 핀 진달래 위에는 나비와 꿀벌들이 날아들고 있었고 종일토록 지저귀는 새들은 기쁨으로 주님을 찬양하는 듯 들렸습니다. 한 바위를 기도 처소로 정하고 앉았습니다. 앉자마자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르며 기도가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찬양이 올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저 솔로몬의 옷보다 더 고운 백합화 주 찬송하는 듯 저 맑은 새소리 내 아버지의 지으신 그 솜씨 깊도다..." 제 영혼이 새롭게 깨어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봄이 있음은 진정 하나님의 은총입니다. 다 얼어붙고 죽은 것 같은 겨울이 지나면 다시 만물이 깨어납니다. 소망 없이 벌거벗겨진 나무들 위에 저렇게 움이 돋고 싹이 트며 어여쁜 잎사귀들이 입혀집니다. 봄은 우리에게 생명의 영원성을 가르칩니다. 부활의 소망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봄은 인생의 겨울을 보내는 자들에게 위로가 됩니다. 진정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에는 우리를 Re-treat 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면 대개 책을 읽고 성경을 묵상했습니다. 이번에 읽은 진 에드워드의 세 왕 이야기는 이전에 읽을 때보다 더 깊은 감동으로 와 닿았습니다. 예리한 통찰력으로 저자는 깨어진 마음의 지도자, 다윗을 사울과 압살롬에 비교하여 심도 있게 묘사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다윗 안에 있는 사울 왕적인 요소를 없애기 위하여 10년간 다윗으로 하여금 사울왕을 통해 연단받게 했다는 저자의 지적이 와 닿았습니다. 제 안에 있는 사울왕의 요소를 없애기 위하여 주께서 꾸준히 저를 연단시키고 계셨음을 깨달으며 깊은 반성과 회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다윗 왕의 그 깨어진 마음이 도대체 어디서 오게 되었을까 궁금하여 다윗의 시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내 그의 깨어진 마음은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그의 절대적 믿음에서 왔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다윗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 unfailing love of God, 을 굳게 믿고 있었던 놀라운 믿음의 사람이었습니다.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께 전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맡기며 하나님을 의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깨어진 마음의 지도자 다윗은 바로 강력한 믿음의 지도자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그의 시편이 극심한 환난 중에서도 힘 있는 찬양과 승리의 선포로 끝나는 것을 봅니다. 다윗을 묵상하며 제 마음에 큰 은혜가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처럼 다윗의 영성으로 저를 Re-treat 해 주셨습니다.

마지막 날 아침 열왕기하 3장, 4장 묵상하며 엘리사의 사역에 큰 힘을 얻은 후 다시 숙소를 나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 날은 산책코스가 조금 바뀌어 조금 더 걷다 보니 3개의 대형 십자가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십자가 앞에 앉으니 마음이 뜨거워져 또다시 제 안의 사울적 요소를 십자가에 못 박으며 기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갈 2:20 말씀이 새롭게 부딪치며 이제 나를 십자가에 못 박을 뿐 아니라 주님을 믿는 믿음으로 살아야 할 것도 결단하며 모든 기도 제목들을 올려드리는데 드디어 저를 데리러 온 분들이 도착했습니다. 어느 덧 저의 70시간 리트릿이 끝나는 순간이 온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이번 리트릿의 결론은 '십자가의 도'였습니다. 얼마나 제 영혼이 힘을 얻은 리트릿이었는지 다시 한 번 이번 기회를 통하여 저를 Re-treat 해주신 주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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